번개에 레이저를 쐈더니…270년 피뢰침 역사 바꿀까

곽노필 2023. 1. 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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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는 구름 내부, 구름과 구름 사이,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음과 양의 전하 영역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다.

그 결과 이 기간에 발생한 4번의 번개에서 레이저 피뢰침이 효과를 발휘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제네바대 장-피에르 울프(응용물리학) 교수는 "번개가 송신탑에 닿기 60m 전부터 레이저 빔을 따라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피뢰침의 낙뢰 보호 반경이 120m에서 180m로 늘어났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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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빔으로 번개 방향 바꾸는 실험 성공
공항 등 넓은 지역의 낙뢰 피해 예방 기대
알프스에 있는 높이 124m 송신탑 옆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장면. TRUMPF/MARTIN STOLLBERG

번개는 구름 내부, 구름과 구름 사이, 구름과 지면 사이에서 음과 양의 전하 영역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다. 이 가운데 구름 하부의 음 전하가 지상의 양전하와 결합하면 낙뢰가 발생한다.

하늘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만개의 번개가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낙뢰로 인한 사망자 발생 건수가 4천건이 넘고, 피해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30억달러를 넘는다. 그 피해를 최소화해주는 것이 바로 건물 꼭대기에 설치하는 피뢰침이다.

1752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한 지 270년만에 스위스 과학자들이 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번개 회피 기술을 선보였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알프스산맥의 송신탑에서 레이저를 쏘아 낙뢰의 방향을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피뢰침 대신 레이저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약 50년 전 나왔다.

피뢰침의 원리는 건물 꼭대기에 길쭉한 금속막대(프랭클린막대)를 달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를 땅속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피뢰침이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은 그 크기에 달려 있다. 예컨대 10미터 높이의 피뢰침은 반지름 10미터 내의 지역만 낙뢰에서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 피뢰침으로는 공항이나 발전소처럼 규모가 큰 시설의 낙뢰 피해를 막기가 어렵다. 그러나 피뢰침 크기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안을 찾던 과학자들은 증폭된 빛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는 레이저가 금속막대를 대신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전도성이 있는 레이저 빔은 공기를 가열해 저밀도의 플라스마 통로를 만든다. 이는 레이저 빔이 번개를 유인해 금속막대보다 훨씬 더 긴 피뢰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마치 빽빽한 숲 사이로 순간적으로 번개가 지나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의 시도는 모두 실험실 차원에 그쳤을 뿐 실제 현장에서 성공한 적은 없었다. 이번 실험은 그동안 개념 증명 단계에 그쳤던 것을 실증 단계로 격상시킨 의미를 갖는다.

고속 카메라로 레이저가 번개를 유인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네이처 포토닉스

수십억원대 비용 부담…상용화까진 먼 길

25명으로 구성된 스위스 연구진은 2021년 번개가 자주 치는 알프스의 해발 2500m 센티스산 정상의 높이 124미터 송신탑 옆에 초당 1000번을 쏠 수 있는 대형 자동차 크기의 레이저 발생 장치를 설치했다. 이 탑은 한 해 평균 100번의 번개를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어 그해 여름 동안 이 지역에 폭풍우 예보가 내려질 때마다 이 장치를 가동하며 관찰했다. 그 결과 이 기간에 발생한 4번의 번개에서 레이저 피뢰침이 효과를 발휘한 것을 확인했다. 번개는 레이저가 만든 통로로 들어와 50m를 따라서 이동했다. 연구진은 성공의 열쇠는 이전에 시도한 것보다 100배 더 많은 펄스를 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제네바대 장-피에르 울프(응용물리학) 교수는 “번개가 송신탑에 닿기 60m 전부터 레이저 빔을 따라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피뢰침의 낙뢰 보호 반경이 120m에서 180m로 늘어났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레이저 피뢰침의 도달 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연구진은 500m를 목표로 설정했다.

연구진은 레이저 피뢰침이 앞으로 발전소, 공항, 로켓 발사대 같은 주요한 시설을 낙뢰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레이저 피뢰침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크다. 연구진이 이 실험에 쓴 레이저 장치의 가격은 200만달러나 된다고 한다. 연구진은 레이저 피뢰침이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적어도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66-022-01139-z

Laser-guided lightning

Nature Photonic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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