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피플] 이기우, 이 구역의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 배우 이기우 씨만큼 이 수식어가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190cm의 장신이 자아내는 믿음직스러움,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슬림한 체형과 섬세한 이목구비에서 풍기는 부드러움. 여기에 특유의 선한 인상에 다정한 눈빛과 미소가 호감을 준다. 그런 이기우 씨에게서 키다리 아저씨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캐스팅을 외형만으로 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서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에 이기우 씨가 자주 캐스팅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캐릭터를 연이어 맡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한 이미지에 고착화되면 다양한 배역을 맡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과업으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이기우 씨는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기우 씨는 지난 2003년 영화 '클래식'으로 데뷔했다. 당시 맡은 배역인 태수가 어쩌면 이기우표 키다리 아저씨의 시작점인 듯하다. 태수는 친구 준하(조승우 분)를 위해 정혼자인 주희(손예진 분)도 포기하는 착해 빠진 인물이지만, 한결같이 주희의 곁을 지키다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키다리 아저씨 그 자체. 준하와 주희의 비극적 사랑에 가려 희미할 수 있었지만, 이기우 씨는 능청스럽고 싱거운 연기로 태수만의 매력을 살렸다.
그렇다고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비슷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법정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승부사로, 우아진과는 러브라인 대신 이상적인 베스트 프렌드로서 관계를 구축하며 불륜에 대항하는 그녀의 우아한 행보에 힘을 더했다. 이기우 씨 또한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모를 놓지 않으면서 특유의 따뜻함을 한 스푼 더한 연기로 여주인공의 든든한 아군 캐릭터를 완성했다.
지난 7일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극 '대행사'(극본 송수한, 연출 이창민)에서 이기우 씨는 게임회사 대표 정재훈 역을 통해 또 한 번 안방의 키다리 아저씨로 나섰다. 정재훈은 순수하고 자유분방한 인물로, 성공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해온 고아인(이보영 씨)에게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된다.
제작진은 "정재훈은 고아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몇 안 되는 주요 인물이다. 은근히 스며드는 매력이 있어야 했다"며 "그런 점에서 배우 이기우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고요한 연기로 큰 파동을 줄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가 만들어낸 설렘이 긴장감을 잠시 늦추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언제나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하며 자신을 채찍질해왔던 아인에게 자유분방하고 열린 사고의 재훈이 어떤 파동을 가져올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이기우 씨가 변화를 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SBS 주말극 '운명과 분노'(극본 강철웅, 연출 정동윤)에서는 배신으로 얼룩진 사랑 때문에 충격 받고 분노하게 되는 인물 진태오 역으로 열연하며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신으로 변화하는 인물이어서 극과 극의 두 얼굴이 이미지 변신 효과를 더욱 크게 했다. 특유의 큰 체구에 서늘한 눈빛을 더하자 위압감이 배가됐다. 악역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수식어는 이 배우의 한계가 아닌 자신감으로 읽힌다. 이기우 씨의 선택에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압박감이나, 작품 속 비중에 대한 부담감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연기에 있어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를 물으면 그는 "완벽한 역할보다는 채워주고 도와주고 싶은 모습, 생활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답하곤 한다.
언뜻 욕심 없어 보이는 그의 말에서 오히려 순수한, 연기 자체에 대한 열정이 엿보인다. 이런 태도를 지녔기에 이기우 씨는 시청자뿐 아니라, 현실에서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들에게도 키다리 아저씨 같이 든든한 배우일 듯하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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