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출퇴근 지옥 해법' 광역버스예약제... "1분 만에 마감"

서현정 2023. 1.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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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 앱으로 좌석 예약
이태원 참사 이후 이용자 급증
국토부 "2월 중 노선 확대할 것"
18일 오전 7시 경기 성남시 오리역 앞 광역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서현정 기자

18일 오전 7시 10분 경기 성남시 오리역 앞 광역버스 정류장. 서울역 등지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20명 넘는 사람이 목도리, 패딩으로 무장한 채 줄 서 있어요. 8100번이 정류장에 서고 앞사람부터 차례로 올라탔죠. 첫 승객이 카드를 단말기에 댄 순간 '삐-' 소리가 나자, 버스 기사가 승객을 막았어요.

"예약 안 하셨으면 내려 주세요."

승객이 당황하는 사이, 다음 승객이 카드를 댔어요. 단말기에서 아까와 다른 "예약입니다"라는 음성이 나왔어요. 첫 승객은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고, 줄 선 사람들을 뒤로한 채 예약자들만 버스에 탔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버스냐고요? 바로 출퇴근 광역 예약 버스예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미리플러스'를 통해 예약한 사람만 탈 수 있죠. 지난해 11월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경기도민의 출퇴근난이 심해지자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인데요. 기자가 직접 이용해 봤습니다.

버스에 '예약 버스로 운행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현재 8100번 버스는 승객들의 입석을 제한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미리플러스' 이용 일문일답

①미리플러스 앱을 깔고 회원 가입을 한 뒤, 로그인을 해요. ②교통카드로 쓸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예치금을 충전해요. ③일반 노선을 탈지, 프리미엄 노선을 탈지 택한 뒤 ④원하는 노선과 날짜, 좌석을 고르고 예치금을 넣으면 예약이 완료됩니다. ⑤적힌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와 있다가 결제했던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끝!

미리플러스 이용법.

여기서 잠깐. 일문일답을 정리해 볼게요.

일문일답
Q. 프리미엄과 일반 노선이 뭐가 달라요?
A. 일반 노선은 2,800원으로 요금이나 버스시설 모두 일반 광역버스와 같고요. 버스 번호가 P로 시작하는 프리미엄 버스는 경기도가 출퇴근 시만 운영하는 버스로 3,050원이랍니다. 프리미엄 버스는 우등 버스처럼 한 줄에 3개씩 넓직한 좌석이 있고, 좌석별 목·다리 받침대가 있답니다.

Q. 만약 버스를 놓치면 돈을 돌려주나요?
A.아뇨, 위약금이 발생해요. 탑승 2일 전 취소까지 100%, 출발 전날 취소는 50%만 주고, 출발 이후로는 아예 돌려주지 않으니 신중하게 예약해야 해요.

Q. 예약한 정류장과 다른 곳에서 타고 내려도 되나요?
A. 네. 예약해 좌석만 확보했다면 상관없어요.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닙니다.

Q. 언제 예약 가능하죠?
A. 일반 버스는 일주일 전, 프리미엄 버스는 30일 전 아침 10시부터 예약 가능해요.

버스에서 만난 이용객들은 만족해했어요. 분당 정자역에서 서울시청까지 1년간 매일 예약 버스를 타고 있는 이지수(26)씨는 "기다리지 않고, 버스가 만석이 될 염려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다"며 "입석이 금지되면서 더욱 필수가 됐다"고 했어요. 실제로 이날 탄 예약 버스를 제외하고, 앞뒤로 운행하는 버스 모두 잔여석이 하나도 없었어요.


0.6% 불과한 예약 노선, 2월 중 확대 발표

광역버스 정류장에 입석 금지 조치 시행문이 붙어 있다. 서현정 기자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한창 혼잡할 오전 6~8시 사이에 한두 대만 운영하고 있어요. 미리플러스 운행 노선은 59개, 1일 운행 횟수는 출근시간대 70회, 퇴근시간대는 37회뿐이에요. 수도권 광역버스 기준으로 전체 운행의 0.6%에 불과한 셈이죠.

특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광역버스 회사들이 입석 금지 방침을 내놓으면서 예약제 이용은 더 늘었어요. 지난해 11월 회원 가입은 2,247건으로 전년 대비 20.7% 증가했죠. 12월에도 2,052명으로 신규 가입자 2,000명대를 유지했고요. 신규 앱 다운로드 횟수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4,000건을 돌파했어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일반 버스(왼쪽)와 프리미엄 버스. 서현정 기자

그러다 보니 이용객들은 치열한 예약 쟁탈전을 치르는 실정입니다. 박모(34)씨는 "매일 아침 10시 알람을 맞춰 놓고 좌석 예약을 한다"며 "이마저도 1분 만에 마감되다 보니 실패할 때가 많아 매일 밤 취소표를 찾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용자들이 노선과 운행 횟수를 늘려 달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울 사당역·강남역 등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대기인원이 많은 노선부터 단계적으로 예약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예약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기가 더 길어지고, 앱을 통해 이용하는 사람이 주로 젊은 층이다 보니 노인들의 이용률은 떨어질 수 있는 등 단점도 있어 협의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해요. 국토부 관계자는 "2월 중 노선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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