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줄고 갈증·잦은소변 땐···이미 '심각한 당뇨' 가능성

맹준호 기자 2023. 1.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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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당뇨병 환자 600만명 넘어
고위험군인 '전단계' 1583만명
식단 조절, 운동 병행하고
심혈관·안질환 등 합병증도조심
40대 이상은 매년 검사받아야
[서울경제]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요즘처럼 추울 때는 신체의 근육, 혈관, 신경이 위축되고 경직된다. 활동량은 줄어들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악화하거나 잠재해 있던 병이 발현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당뇨병은 겨울철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혈액순환이 둔해져 혈당 조절이 다른 계절에 더 어려워지고 줄어든 활동량 탓에 증세가 발현하거나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는 심하지 않을 때는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김은숙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경한 당뇨병은 증상이 없고 스스로 알기 어렵다"면서 “살이 빠진다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심한 고혈당으로 인해 심각한 상태가 된 게 아닌지 병원을 찾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태정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개인별로 증상이 다양하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약 20%나 된다”면서 ”40대 이상 성인은 매년 당뇨병 검사를 받아야 하고 대사적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30세부터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당뇨는 흔한 병이다. 그리고 당뇨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당뇨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86만 6540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356만 4059명으로 4년 새 24.3%나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5.6%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0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었고,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이라고 지난해 9월 발표했다. 아울러 같은 해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단계 인구’를 약 1583만 명으로 추산했다. 한국인 중 2000만 명 이상이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흔한 병이라고 해서 가볍게 봐선 안된다. 당뇨병은 한국에서 사망률이 6번째로 높은 질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 당 17.5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했다. 당뇨병은 온 몸을 무너뜨리는 질병으로 불린다. 김은숙 교수는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그 자체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에 따른 각종 합병증이 몸 곳곳을 망가뜨린다는 뜻이다.

당뇨병(糖尿病)은 글자 그대로 혈액 안에 있는 포도당이 정상치보다 높아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질환이다. 포도당은 신체가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인슐린은 이 과정을 돕는 호르몬이다. 만약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잘못하게 되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설되고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해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진다. 섭취한 음식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자주 배가 고파진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 안의 세포는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줄고 몸은 점점 쇠약해진다.

김은숙 교수는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됐다 하더라도 살이 빠진다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심각한 고혈당으로 즉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며 “당뇨병 또는 경계성 당뇨 진단을 받게 되면 바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년과 노년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당뇨병으로 진료받은 사람 중 40~65세 중년이 48.7%, 65세 이상 노년이 46.6%를 차지했다. 중년과 노년을 더하면 95.3%다.

김지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고령이 될수록 당뇨병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는 노화에 따른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와 췌장의 췌도 기능 손상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며 “노화에 따른 인슐린 저항성 증가는 주로 비만, 근감소증, 신체 활동의 부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에는 활동이 적어져 근육량이 줄고 비만이 심해질 수 있어 당뇨 위험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미 당뇨병이 걸린 사람은 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 당뇨는 혈관 질환이기 때문에 잘 관리해도 5년 정도 진행되면 합병증이 나타나고, 10년이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합병증이 발생한다. 가장 보편적인 합병증으로는 시력 문제가 있다. 콩팥은 상태가 심해지기 전까지 진행 상태를 모르기도 한다. 각종 심뇌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유미 인천힘찬종합병원 내과 과장은 “당뇨병 관리는 혈당 조절, 합병증 예방 등을 두루 관리해야 한다"라며 “당뇨 한 가지 치료뿐 아니라 심혈관, 신장, 눈 등 관련이 있는 다른 신체 부분들도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당뇨병 관리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가급적 탄수화물과 단순 당의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튀기거나 볶은 요리는 찌거나 생으로 먹는 것보다 혈당 지수를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음식을 빨리 먹거나 많이 먹는 습관을 피해야 하며 음식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야 폭식을 방지할 수 있다. 칼로리를 소모해 혈당을 감소시키는 운동도 필수적이다. 걷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 근육을 키우는 운동 모두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 과한 운동은 저혈당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경계성 당뇨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경계성 당뇨는 당뇨병 전단계를 의미하는데 일반인보다는 혈당이 높고 당뇨 환자보다는 조금 낮다. 공복 혈당의 경우 126부터는 당뇨, 100 이상이면 전당뇨로 본다. 정기검진에서 당뇨병 전단계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당뇨병 환자와 마찬가지로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해야 한다. 비만이라면 살을 빼는 것도 도움 된다.

당뇨병에 걸렸든 전단계든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인 관리만이 당뇨병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책이다. 김은숙 교수는 “눈 나쁜 사람이 안경 쓰는 것을 완치라고 하지 않듯 당뇨병도 마찬가지"라며 "혈당을 잘 관리하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특히 초기에 혈당 관리를 잘하면 이후에도 고혈당에 따른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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