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해 안에 ‘내림’으로 돌아설 수 있을까
미국 연준과 채권시장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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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13~1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0.5%포인트 올렸다. 3월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는 첫번째 인상을 시작한 이래 일곱번째 연속 인상이었다. 12월 인상폭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는 4번 연속 0.75%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는데,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폭을 줄여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메시지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인상폭은 결정된 바 없고, 데이터·경제 여건 등에 달려 있다”며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인상해) 가느냐보다 최종 금리 수준이 얼마가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너무 이르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기존 언급을 반복했다. 투표권에 상관없이 19명의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향후 적정금리를 표시한 점도표에서는 2023년 말 적정금리가 5.0~5.25%(중간값 5.1%)로 나타났다. 이 전망이 실현된다면 연준은 2023년 중 기준금리를 0.75% 추가 인상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올해 첫 금리 조정, 얼마나 올릴까
2023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1월31일~2월1일 이틀간 열린다. 긴축 속도 조절에 들어간 연준이 이번엔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까?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이 연방기금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전망을 산출(페드 워치·Fed Watch)한 것을 보면, 1월18일 현재 96.4%가 0.25%포인트 인상을 점친다. 3.6%만 0.5%포인트 인상을 점치고, 그보다 인상폭이 클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는 없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인상폭이 작을 것이라는 쪽으로 베팅을 강화해왔다. 페드 워치의 2022년 11월3일 전망에선 0.5%포인트 인상이 42.18%로 가장 많았고, 0.75%포인트 인상이 30.86%였다.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25.41%에 그쳤다. 전망을 크게 바꾼 것은 소비자물가지표였다. 12월13일 미국 노동부는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달보다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10월의 상승률 0.4%에서 크게 둔화한 것이었다. 12개월간의 상승폭(전년동월대비 상승률)도 9.1%에서 7.1%로 떨어졌다. 이를 계기로 2월1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에 대한 전망이 급변했다.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12월12일 35.1%에서 15일 75.05%로 뛰었다.
미국 노동부는 1월12일, 12월 소비자물가지수 집계치를 발표했다. 전달보다 0.1% 떨어지면서 12개월간의 상승폭이 전달의 7.1%에서 6.5%로 떨어졌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지수 12개월 상승폭도 6.3%에서 6.0%로 낮아졌다. 2월1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이날 93.67%로 치솟았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표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에너지 가격이 11월(-1.6%)에 이어 12월(-4.5%)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고차와 트럭은 7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주거비는 계속 상승세(전월대비 +0.8%, 전년동월대비 +7.5%)지만 물가 상승을 이끌어온 세가지 핵심 품목 가운데 둘이 하락세를 보였다. 앞서 1월6일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실업률과 임금상승률도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를 덜어줬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작년 12월 실업률이 3.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졌는데, 전년동월대비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4.6%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통화 긴축에 대한 두려움이 완화되면서 금융시장에선 채권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작년 10월 하순 연 4.3%대에서 1월18일 3.37%대까지 떨어졌다.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도 반등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1월 초순 1만6천달러대에서 중순 들어 급등해 2만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속에 급등했던 달러지수도 작년 9월 말의 114.7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1월18일 현재 102대로 떨어져 있다.
2023년 말 적정금리가 5.0~5.25%라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의 전망대로라면, 현재 4.25~4.5%인 기준금리를 한번은 0.5%포인트 올리고 이어 0.25%포인트 올리거나, 0.25%포인트씩 세번 올려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빨리 완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쪽에 점점 더 베팅하고 있다.
페드 워치의 1월18일 기준 전망을 보면, 2월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0.25%포인트 올리고, 3월22일 회의에서 다시 0.25%포인트 올릴 것(69.3%)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어 5월3일(동결 57%), 6월14일(55%), 7월26일(46.7%) 회의까지는 동결 전망이 가장 많다. 그런데 9월20일 회의에서는 동결(35.0%)보다 0.25%포인트 인하(36.0%)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11월1일 회의나 12월13일 회의로 갈수록 인하 전망이 더 강해진다.
올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월13일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렸다. 새해 첫 거래에서 연 3.782%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던 13일에는 3.3%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에서 계속 거래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고민은 시장의 과도한 기대 탓에 소비와 투자가 억제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적절한 수준까지 제때 누르지 못하는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1월10일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 주최 세계 중앙은행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의 안정성은 건전한 기반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대중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연준의 매파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의 라이브 행사에서 “연준이 더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도 <에이피>(AP)와 한 인터뷰에서 “(물가 둔화가 확인되는 것은)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면서도 세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메시지와 시장의 기대 사이에 갭이 매우 커서, 2월1일 연준이 빅스텝을 밟을 경우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도 있는 국면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한겨레 논설위원.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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