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재발견한 장롱 속 ‘똑딱이’ 디카…“번거로움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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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은규(21)씨는 최근 '빈티지 카메라'를 모으는데 빠져있다.
이씨가 칭하는 빈티지 카메라는 1900년대에 생산된 필름 카메라가 아니다.
2000년대에 생산된 '똑딱이'라 불리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디카)다.
이씨처럼 최근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한 제트(Z)세대 사이에서는 2000∼2010년 사이 생산된 디카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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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유행과 중고거래도 활발해져
대학생 이은규(21)씨는 최근 ‘빈티지 카메라’를 모으는데 빠져있다. 이씨가 칭하는 빈티지 카메라는 1900년대에 생산된 필름 카메라가 아니다. 2000년대에 생산된 ‘똑딱이’라 불리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디카)다. 이씨는 중고물품을 파는 사이트 뿐만 아니라 일본 경매사이트 옥션을 통해 디카를 구입해 현재는 컴팩트 디카 4개와 캠코더 4개 등을 가지고 있다. 이씨는 “똑같은 순간을 찍어도 옛날 디카로 찍으면 마치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감성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이씨처럼 최근 199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한 제트(Z)세대 사이에서는 2000∼2010년 사이 생산된 디카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다. 기존에는 ‘레트로 전자기기’라면 폴라로이드나 필름 카메라, 엘피(LP)를 대표적으로 떠올렸으나, 젊은 세대에게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디카나 엠피(MP)3 플레이어까지 복고풍 물건이 된 것이다. ‘뉴진스’ 등 아이돌 가수와 유튜버를 선두로 2000년대 와이투케이(Y2K) 패션과 소품이 인기를 끌며 한때 ‘장롱 속 신세’가 됐던 기기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들어가 보니 쉽게 컴팩트 디카 판매글을 찾을 수 있었다. 컴팩트 디카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생산됐던 모델이 많았으며, 대부분 2만~10만원대 초반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재는 카메라 사업을 철수한 올림푸스나 삼성, 카시오에서 생산된 카메라도 다수였다. 디카보다 조금 더 일찍 유행한 소형 캠코더는 ‘빈티지 캠코더’라는 키워드로 10만원 중반에서 30만원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현재는 단종된 애플의 엠피3 플레이어 ‘아이팟 클래식’도 요즘 뜨고 있다. 중고품의 배터리와 하드만 교체해 판매하는 ‘리퍼 아이팟’만 판매하는 전문업체도 생겨났으며, 4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새로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자신의 집이나 친척 집에 잠자고 있던 전자기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제트세대는 불편한 디카와 엠피3 플레이어 등이 “특별하다”고 했다. 디카 6개와 캠코더를 갖고 있는 김경민(26)씨는 “스마트폰보다 불편하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는 과정이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오랜만에 만난 삼촌들과 옛날부터 집에 있던 캠코더 테이프를 노트북으로 변환해서 보는데 그 과정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수민(22)씨는 “2000년대 전자기기는 화면을 터치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딸깍’하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재밌다”며 “엠피3 플레이어의 경우 직접 내려받아 집어 넣는 과정이 번거롭긴 하지만 고심해서 노래를 고르는 재미가 있더라”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소비자학)는 “자신이 사용하는 기계가 어디서부터 발전해왔는지 경험하는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라며 “기존에 레트로 제품으로 꼽히던 엘피나 필름 카메라가 흔해져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 점도 2000년대 전자제품 유행에 한몫 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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