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해외연수비는 살리고 민생예산은 삭감 … 막장드라마 ‘고양’

한상봉 2023. 1. 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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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와 시의회가 108만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막장 드라마'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시가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에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예산안 심사가 시민의 공공복리 증진이 아닌, 단지 시 직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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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 및 경제자유구역 관련 예산 칼질
이동환 시장 “재의요구권 검토…25일 긴급 기자회견”
20일 열린 고양시의회 본회의 모습

경기 고양시와 시의회가 108만 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2023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막장 드라마’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21일 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동환 시장과 심한 마찰을 겪다가 법정 시한 안에 처리하지 않은 2023년 본예산을 20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뒤늦게 확정했다.

집행부 업무추진비와 민생 예산은 대폭 삭감
의장 업무추진비와 의원 국외연수비는 부활

그러나 역점사업과 민생 관련 예산은 줄줄이 삭감한 반면, 사전 심의 때 대폭 삭감했던 의장 업무추진비와 시의원들 해외연수비 등은 당초 편성안대로 크게 늘렸다. 사전 심사 때 1700여만원으로 대폭 깎았던 의장 업무추진비는 1억 7000만원으로 10배가량 늘어나고, 시의원들의 국외연수 출장비 3억 2000만원도 되살아 나 본회의를 통과했다.

삭감된 예산은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 9억원,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4억원,청년 느린학습자 기술교육 운영 3000만원,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통한 공동(空洞)조사 2억원,킨텍스 일원 지하공간 복합개발 기본구상용역 2억 7000만원,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경기도 사전협의안 수립 용역 2000만원,한옥마을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 1억원 등이다.

어린이집 경로당 방진창 설치비도 삭감
청소년 느린학습자 기술교육비도 칼질

이중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의 경우 어린이집과 경로당 등 1073개소에 대해 3년간 순차적으로 방충망을 방진창으로 교체하는 사업이지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청년 느린학습자에 대한 기술교육은 이 시장이 강조해온 ‘합리적 복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무조건적 복지보다는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되, 자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조를 반영한 정책이다. 지표 탐사 관련 예산은 약 30년 전 연약 지반에 조성된 일산신도시 건물과 도로의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며,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관련 예산은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등과 관련한 사업이다. 이재민·불우 소외계층 지원과 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격려,현장부서 근무자 격려 등과 관련한 업무추진비도 90% 삭감했다.

이밖에 평소 이 시장이 예산반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업비 대부분도 삭감됐다. 이 시장의 1호 공약인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에 대비해 시가화 예정용지와 인구 물량을 담아낼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관련 예산마저 삭감돼 “이 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됐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市 “시민단체 관련 예산 삭감해 몽니 부리는 것”

시 관계자는 “시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시가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에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예산안 심사가 시민의 공공복리 증진이 아닌, 단지 시 직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고양시청사 전경

그러면서 “삭감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그로 인한 피해가 오롯이 시민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시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를 찬성해야 시의 예산안을 확정할 수 있는데 여야 각각 17석씩 동수 의석 분포를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 시장은 설 연휴가 끝나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우리가 통과시키고 싶어 했던 예산을 동결이라든지,약간의 삭감은 할 수 있지만 한 방에 다 잘라 버리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주고 받는)협상 과정에서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가 핵심적으로 삼았던 평화 관련 예산이나 자치공동체 지원센터 예산 등은 하나도 반영을 안해주니까 협상이 결렬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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