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6명인데 어쩌죠"…축의금보다 무서운 세뱃돈 [이슈+]

홍민성 2023. 1. 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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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소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세뱃돈을 고민하는 어른 역시 A씨만이 아닐 것이다.

일각에서는 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이 세뱃돈을 비롯한 용돈의 기본 단위를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5만원권이 출시된 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5만원권이 축의금이나 세뱃돈의 단위를 더 커지게 했다'는 데 57.3%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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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6명 세뱃돈 부담돼요" 직장인 고민
적당한 세뱃돈 액수는? 설 전 단골 '설문조사'
"3만원권 발행해달라" 볼멘소리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올해 설에는 회사가 어렵다고 상여금도 안 준다고 합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조카 6명이 아기 새처럼 제 지갑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5만원씩 주자니 출혈이 너무 크고, 만 원짜리 몇장만 꺼내주자니 찜찜합니다."
경기 북부 소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고물가 시대 빠듯한 주머니'는 A씨만의 사정이 아닐 터. 세뱃돈을 고민하는 어른 역시 A씨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설 전에는 적당한 세뱃돈 액수에 대해 끊임없이 설왕설래가 오간다. 관련 설문조사도 설 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곤 한다.

한화생명이 자사 및 계열사 임직원 2600명을 대상으로 세뱃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1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세뱃돈 적정 금액은 초등학생 이하는 3만원(50%), 중학생은 5만원(53%), 고등학생 및 대학생은 10만원(62%·4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2013년에는 어땠을까. 당시 한화생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이하는 1만원(55), 중학생은 3만원(41%), 고등학생 및 대학생은 5만원(40%·46%) 응답이 가장 많았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6044명을 설문해 지난 17일 발표한 결과에선 세뱃돈 적정 금액으로 5만원(43%)이 1위로 꼽혔다.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안 주고 안 받자"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다. "없으면 섭섭하니 1만원만 주자"는 의견은 그다음이었다.

안지선 SK컴즈 미디어서비스 팀장은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여파와 팍팍해진 가계 살림에도 불구, 올 설 명절 역시 '신사임당'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년 전만 하더라도 초등학생 조카들은 1만원만 줘도 충분하던 분위기를 고려하면 세뱃돈이 이제는 3~5만원으로 3~5배나 뛴 셈이다. 고물가 시대와 동시에 화폐 가치 하락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또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지난해 기준 5만원은 10년 전 4만3200원이었다. 3만원은 2만5902원이었고, 7만원은 6만480원, 10만원은 8만6400원이었다.

일각에서는 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이 세뱃돈을 비롯한 용돈의 기본 단위를 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5만원권이 출시된 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5만원권이 축의금이나 세뱃돈의 단위를 더 커지게 했다'는 데 57.3%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이처럼 커지는 '용돈 부담'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3만원권을 발행해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수 이적은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1만원을 주긴 뭣하고, 몇 장을 세어서 주는 것도 좀스러워 보일까 봐 호기롭게 5만원을 쥐여주고는 뒤돌아 후회로 몸부림쳤던 수많은 이들이 3만원권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지"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이적의 글에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한 누리꾼은 "돈 개념을 모르는 아주 어린 아이들이 아니고서야 1만원을 세뱃돈으로 주기 민망하다"며 호응했다. 그는 "그렇다고 초등학생들에게 5만원은 부담스럽고 만원권 몇 장 꺼내서 세어 주기에는 모양이 안 살아서 민망한데, 3만원권이 나온다면 지폐 딱 하나 꺼내주면 편할 듯하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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