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영토 전쟁 중’…관할권 욕심 끈 못 놓는 ‘지자체株式會社’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1. 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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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 지자체 간 영토 확장 야욕 충돌…앞에선 “협치” 뒤에선 ‘딴 궁리’
군산·김제, 방조제에 이어 동서도로·신항만·행정구역 관할 놓고 다시 충돌
군산시 “해상 경계선 따라 나눠야” vs 김제시 “대법원 판결 따라 분할해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지금 전북 새만금지구 인접 자치단체는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새로 땅이 만들어지고 인접한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이 서로 '자기 땅'이라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째 진행 중인 지자체간 관할권 다툼은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 동서도로 △신항만 등 크게 세 가지다. 차후 매립지의 행정구역을 어떻게 지정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식회사(株式會社) 지자체들 간에 커지는 소지역주의 갈등이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아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새만금 방조제 ⓒ전북도

지금 전북 새만금지구 인접 자치단체는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새로 땅이 만들어지고 인접한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이 서로 '자기 땅'이라며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 방조제 관할권에서 촉발된 영토 싸움은 내부개발이 촉진되면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다른 영역으로 파급되고 있다. 23년째 진행 중인 지자체간 관할권 다툼은 △새만금 방조제 △새만금 동서도로 △신항만 등 크게 세 가지다. 차후 매립지의 행정구역을 어떻게 지정할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식회사(株式會社) 지자체들 간에 커지는 소지역주의 갈등이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아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접 지자체 간 23년째 관할권 싸움…출구가 없다

제1차 영토분쟁인 방조제의 관할권은 대법원 판결로 향방이 정해졌다.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3개 시·군은 새만금 3·4호 방조제 관할권과 1·2호 방조제 관할권을 놓고도 10여 년 동안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을 2차례나 벌였다. 방조제 관할은 2년 전 대법원 판결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 했지만 내부개발이 진행되면서 관할권 다툼이 다시 불붙은 형국이다. 이들 시군마다 앞에선 '협치'를 앞세우면서 뒤로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딴 궁리'에 몰두하고 있어 제2차 영토 전쟁이 예상된다. 

이웃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극성스럽게 새로 생긴 새만금 영토와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행정구역 관할권을 차지하려는 이면에는 금방 손에 잡히는 뭔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역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힘을 빌려 손쉽게 인구 유입 효과를 거두고 지역개발을 꾀하겠다는 의도와 그 공으로 민선 단체장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 깔려있다. 역으로 해당 관할권을 빼앗겼을 경우 지역사회에서 불어 닥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제1차 영토분쟁인 방조제의 관할권은 대법원 판결로 향방이 정해졌다.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등 3개 시·군은 새만금 3·4호 방조제 관할권과 1·2호 방조제 관할권을 놓고도 10여 년 동안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소송을 2차례나 벌였다. 18일 오후 새만금 방조제 표지석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제1차 영토분쟁 '방조제 관할권'…10여년 법정 싸움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갈등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가 새만금 3·4호 방조제를 군산시에 귀속시키자 이에 반발한 김제시와 부안군이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내려진 대법원 판결은 예상과 달리 김제와 부안의 승리였다. 기존 방조제 3·4호에 대한 군산시의 관할권을 유지하면서도 "해상 경계선을 관할권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김제시·부안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행정구역 귀속지를 군산시로 결정한 정부 결정은 타당하다"며 표면적으로는 군산시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지금까지 매립지 관할 결정의 준칙으로 적용된 지형도상 해상경계선 기준은 더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김제시의 이의 제기를 수용한 것이다. 실제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새만금 행정구역을 결정할 경우 간척지(4만100㏊)는 군산에 71.1%, 부안에 15.7%, 김제에 13.2%가 속하게 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방조제는 94%가 군산시, 나머지는 부안군 몫이고 김제시 관할권은 없게 된다.

대법원은 당시 행정구역이 결정되지 않은 새만금 1호·2호 방조제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김제, 부안과 연접한 방조제는 각각 김제, 부안에 귀속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행정자치부는 새만금 1호 방조제 4.7㎞ 구간은 부안군에, 2호 9.9㎞ 구간은 김제시에 할당했다. 김제시와 부안군은 크게 환영했고 군산시는 충격에 빠졌다. 

이에 군산시가 불복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각각 권한쟁의 심판과 '새만금 방조제 일부 구간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9월 헌재는 권한쟁의 심판을 각하 처분했고, 대법원 역시 지난 2021년 1월 "정부의 결정이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같은 해 2월 군산시는 해당 판결의 근거가 된 지방자치법 제4조 제3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군산시와 김제시가 관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새만금 동서도로 ⓒ시사저널 정성환

커지는 영토분쟁…이번엔 '동서도로·신항만' 관할 다툼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관할권 갈등에 종지부가 찍힌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군산시와 김제시가 새로 생긴 새만금 동서도로와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놓고 다시 충돌했다.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의 관할 구역을 '해상 경계선'으로 나누자는 군산시와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방조제'를 기준으로 삼자는 김제시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군산시는 새만금 간척지 70% 이상은 군산시 해역이라며 바다를 땅으로 매립했다고 해서 관할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김제시는 대법원에서 각 방조제 관할권을 나눈 건 간척지(해역 포함) 전체를 방조제를 기준으로 나누라는 의미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2000년 11월 개통한 새만금 동서도로는 현재 건설 중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의 시작점인 김제시 만경면 심포항까지 20.4㎞(연결도로 3.9㎞ 포함)에 달하는 왕복 4차선이다. 2023년에 완공할 새만금 남북도로(2축)와 함께 새만금 내부 간선도로다. 동서도로는 군산시가 주장하는 해상 경계선의 북쪽에 있지만, 대법원에서 김제시 관할로 판시한 2호 방조제보다 남쪽에 있기도 하다. 군산시와 김제시가 각각 관할을 주장하는 이유다. 

선공은 김제가 날렸다. 김제시는 2021년 4월 "새만금 동서도로는 우리 관할"이라며 전북도에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냈다. 대법원 판결로 김제시 관할로 확정된 새만금 2호 방조제와 김제 진봉면 심포항을 연결하는 동서도로는 김제 관할 구역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에 맞서 군산시는 김제시가 측량성과도 등 신청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낸 것은 "주변 자치단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김제시의 신청 반려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북도에 제출했다.

18일 오후, 김제시 관할인 새만금 2호 방조제 해역에서 공사 중인 새만금신항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김제 "2호 방조제 외측 신항만도 관할권 가진 김제 귀속 당연"
군산 "신항, 120년 관리 비안~무녀도 사이에 있어 우리 관할"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 문제가 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엔 군산과 김제가 한창 개발 중인 신항만 관할권을 두고도 붙었다. 새만금 신항만은 새만금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는 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계획된 국내 최초 인공섬식 항만으로, 대형부두 9선석 규모로 2026년 선박 입항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는 새만금 신항만 최초 화물 부두 개발사업인 '새만금신항 접안시설(1단계) 축조사업'을 지난해 8월 착수했다. 

김제시는 새만금 2호 방조제 관할권이 김제로 결정된 만큼 방조제 외측에 있는 신항만은 당연히 김제시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제시는 오는 2월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새만금 동서도로와 외측 신항만 관할권 조정을 앞두고 김제시로 관할권을 인정해 주고 난 뒤 행정구역을 논의하자며 '선 관할권 인정 후 행정구역 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새만금 신항은 군산시 자치 권한이 존재하는 비안도와 무녀도 사이에 있어 당연히 군산시 관할이라는 입장이다. 군산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할 뿐 아니라 모든 행정서비스와 인프라를 군산에서 관리하는 만큼 신항은 명백하고 당연한 군산시 관할이라는 것이다. 군산시의회가 의견 개진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시의회는 새만금 신항이 조성되는 공유수면은 군산시가 120여년 동안 점유사용허가와 어업 면허, 어족 자원 등을 관리해 왔으며 예산과 행정력을 부담해 왔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군산시의회는 새만금지구에 개발 중인 신항의 명칭을 '군산새만금신항'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시의회는 17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군산새만금신항으로 명칭 사용 천명'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이를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장, 국회, 해양수산부장관, 전북도지사에게 전달했다. 시의회는 새만금공동범시민위원회를 출범해 시민과 함께 새만금 관할권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김제시와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 방파제 등의 주소 지번을 어느 지자체로 둘지를 놓고도 3개의 안건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된 상황이다. 오는 2월 본격적인 조정 절차를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행정구역을 결정하는 행정안전부는 자치단체 간 다툼이 커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선 개발, 후 행정구역 논의'로 추진하고 있다"며 "새만금특별법에서 미리 행정구역 문제를 정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새만금 신항만 조감도 ⓒ해양수산부

새만금 간척지 전체 행정구역 관할권도 '동상이몽'

향후 매립이 완료되면 간척지 전체의 관할권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김제시는 "대법원에서 각 방조제 관할권을 나눈 건 간척지 전체를 방조제를 기준으로 나누라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군산시는 "새만금 간척지 70% 이상은 군산시 해역"이라며 "바다를 땅으로 매립했다고 관할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대 뜻을 밝혔다. 

이처럼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지자체의 갈등이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지자 전북도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도청에서 김관영 전북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 민선 8기 첫 새만금 행정협의회를 개최하고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논의를 공론화했다. 

이날 참석한 단체장들은 행정구역 귀속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을 피하고 신속한 개발에 나서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행정구역 분할을 놓고 시군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돼야 할 새만금이 되려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거라는 우려에 따라 '협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해당 시군들은 여전히 관할권 욕심의 끈을 놓지 못한 분위기다. 표면적인 협치 태세와는 달리 대응 논리 개발 등 '딴 궁리'에 나선 모습이 뚜렷하다. 해양수산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토지와 비안도 어선 보호시설에 대한 지적공부 등록을 추진, 새만금 신항만에 대한 관계 시군 간 관할권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할권 확보를 위한 근거 자료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김제시는 지난해 8월 '새만금 신항만 및 해양공간 등 행정구역 확보 대응전략 연구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신항 관할권 관련해 김제시 중심의 각종 논리를 개발하고 행정안전부 중분위 심의와 대법원 소송에 대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판단된다. 군산시도 내부적으로 관할권을 가져오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새만금은 선개발 후 행정구역 논의가 우선"이라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논리 개발 등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현장 모습 ⓒ새만금추진지원단

관할권 변수는 새만금특별행정구역 설치…"지금 싸울 때냐" 자성론도 

그러나 이들 지자체가 염원하는 새만금 행정권을 따낼 지는 미지수다. 새만금 관할권 다툼에 제동을 걸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새만금 특별행정구역 설치다. 현재 전북도는 새만금을 통합 관리하는 출장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도 새만금지역의 매립지가 속할 시·군을 결정하지 않고 전북도 출장소를 설치·관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새만금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새만금 내부 매립지를 특정 자치단체로 귀속시키지 않고 별도 행정구역이나 시·군 통합을 통한 단일 행정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의 의뢰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작성한 '새만금 지역의 행정체계 설정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에서는 간척지만 따로 '새만금시'로 분리하는 방안과 3개 시군까지 모두 합쳐 '통합새만금시'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척지를 쪼개 3개 시군이 나눠 갖는 방안까지 총 3개 안이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지자체간에 관할권 경쟁이 과열되자 내부에서 자성론이 나온다. 힘을 합해 새만금 내부 개발에 힘을 쏟아도 모자라 판에 집안싸움만 해서 될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 예비후보 당시 "김제·부안·군산 통합 문제를 일관되게 찬성해 왔다"며 "새만금 개발 과정에서 관할권 다툼이라든가 자치단체 간의 분쟁으로 인해 개발 속도가 굉장히 더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새만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이것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3개 시·군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정치인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금은 관할권 보다는 새만금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고 관할권 결정의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쉽게 결정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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