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인재를 영입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나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1. 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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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과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미국에서 열린 오토쇼에서 제네시스 기반 컨셉트카를 보고 있다. [매경DB]
[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125] 피터 슈라이어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006년 기아차 사장 시절 영입한 특급 인재입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검증된 최고 인재였습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한 자동차 업체 간 경쟁도 치열했을 것입니다. 정 회장은 만성적인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기아차를 살리려면 독창적인 디자이너가 절실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차와 성능이 비슷한데도 판매가 부진한 결정적 이유는 디자인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정 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의 간곡한 호소에 피터 슈라이어는 마음이 움직였고 기아차 디자인 최고책임자로 합류했습니다. 그 후 기아차의 디자인은 혁신적으로 바뀌었고 K시리즈와 소울 등 경쟁 차종을 뛰어넘는 인기 모델들이 탄생합니다. 이에 힘입어 기아차 실적도 좋아졌습니다. 특급 인재 한 사람이 기업을 살린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급 인재는 기업 뿐 아니라 국가의 운명과 역사를 바꾸기도 합니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연나라 태자 단도 그런 인재를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갈수록 난폭해지는 패권국 진나라에 대항하려면 보통 인재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특급 인재인지 분별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는 사재를 털어 많은 지략가와 용사들을 모았습니다. 그중에는 진무양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소년티를 벗지 못했던 10대 시절 시장통에서 자신의 원수를 죽일 정도로 힘이 장사였고 배짱도 두둑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태자 단은 이런 살인자도 능력만 있으면 용서하고 문하에 두었습니다. 진시황을 제거하는 반란을 주도하다가 실패하고 연나라로 도주한 번오기도 거두어 특별 대우했습니다. 이렇게 인재들을 모으고 있을 때 연나라 태부인 국무가 전광이라는 노인을 천거합니다.

태자 단은 전광을 동궁으로 초청해 진나라 기세를 꺾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간청합니다. 하지만 전광은 이렇게 말하며 사양합니다.“천리마는 하루에도 천리를 가지만 노쇠하게 되면 둔한 말이 오히려 천리마를 앞선다고 합니다. 저는 늙은 천리마일 뿐입니다.” 태자 단이 그렇다면 대사를 맡을 다른 사람은 없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전광은 한 사람을 추천합니다. “사람은 분노하면 얼굴에 곧바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태자 문하에 있는 용사들을 보니 모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이들 뿐이었습니다. 분노가 얼굴에 드러나면 어찌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형가라는 용사가 있습니다. 위나라 출신으로 검술과 담략이 뛰어납니다. 기쁨과 분노를 얼굴에 드러내지 않아 큰일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위나라가 진나라에 망하자 연나라로 왔습니다. 그는 천하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탄식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가난하여 매번 신이 술값을 보태주었으니 신의 말을 들을 것입니다.” 전광은 태자 단에게 형가를 보냈습니다. 훗날 진시황 암살을 시도했던 형가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형가에 대한 태자 단의 대우는 그야말로 극진했습니다. 특급 인재 영입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하고, 그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태자 단은 일개 한량에 불과했던 형가를 상좌에 모시고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리고 마음속 고민과 천하 판세를 바꿀 계책을 털어놓습니다. “진나라 힘이 너무 강해져 이제는 어느 나라도 대항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맞서는 합종책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나라도 진나라에 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내게 한 가지 계책이 있기는 한데 담력이 출중한 용사가 필요합니다. 진왕에게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처럼 꾸며 접근한 뒤 칼로 위협해 침탈한 각국의 땅을 모두 돌려주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거절하면 칼로 찔러 죽이면 됩니다. 진왕만 사라지면 진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문제는 거사를 감당할 만한 용사가 있어야 하는데 선생께서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태자 단의 말을 듣고 형가는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나 대범한 계획이라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형가는 태자의 부탁을 여러 번 거절합니다. 그러나 태자 단은 형가를 간곡한 요청을 거듭했습니다. 형가는 태자 단의 정성에 감동해 대사를 맡기로 했습니다.

그 후 태자 단은 형가를 위해 저택을 짓고 날마다 문안 인사를 했습니다. 좋은 말과 수레, 음식 등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연못에서 함께 놀다가 형가가 거북을 보고 기와 조각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태자 단은 황금 구슬을 가져와 기와 대신 던지게 했습니다. 태자 단에게는 하루 천리를 달리는 준마가 있었습니다. 매우 아끼는 말이었습니다. 형가는 태자와 말을 타고 즐기다가 지나가는 말로 말의 간이 맛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자신의 천리마를 잡아 대접했습니다.

하루는 연회를 베풀면서 총애하는 미인들을 데리고 와서 형가에게 술잔을 올리고 금을 연주하게 했습니다. 형가는 금을 타는 미인의 손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아름다운 손이구나!” 연회가 끝나고 형가는 태자가 옥쟁반에 담아 보낸 물건을 받았습니다. 덮개를 들춰보니 연회 때 보았던 미인의 잘린 손이었습니다.

괴기스러운 이야기지만 특급 인재인 형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태자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일화입니다. 태자의 극진한 대우에 형가는 중국 역사가 바뀔 수도 있었던 거사를 차근차근 준비합니다. 특급 인재는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특급 인재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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