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흐름을 숫자로 말한다 - 건축구조기술사 박서진(上) [효효 아키텍트]

2023. 1. 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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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회

서울시로부터 99년간 부지 임차권을 획득한 여의도 IFC(서울국제금융센터, 2012년 준공) 건축주인 홍콩 AIG글로벌부동산개발(AIG GRE)가 국제 설계 공모에 아퀴텍토니카(Arquitectonica) 설계안을 당선시켰다. 미국 뉴욕에서는 계획 설계를, 한국의 범건축이 실시 설계를 담당했다. 시공은 GS건설, 대림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담당했다.

시공중인 IFC / 제공 = 창민우구조컨설탄트
건축주는 한국인 건축구조기술사의 참여를 원했다. 당시 <창민우구조컨설탄트> 소속 박서진은 아키텍토니카 미국 뉴욕 본사와 직접 협업하면서 구조도면을 그렸다. 아키텍토니카는 디자인이 강한 설계사무소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정교한 패턴의 외관으로 드라마틱하고 하이테크 건축 스타일을 표방한다.

IFC서울은 연면적 505,236m²에 오피스 3개동(32층, 29층, 55층), 콘래드 서울 호텔(38층 434개 객실), 3개층의 몰로 이루어진 대형 복합상업건물이다.

시공중인 IFC / 제공 = 창민우구조컨설탄트
오피스와 호텔,, 지하몰 용도의 건물 외관은 크리스털 조각품이 컨셉이었고, 네 개의 매스가 지하와 지상을 관통하는 구조였다. 단계별 시공이 목표였으나 결국은 한국식 관행으로 한꺼번에 지어졌다.

미학적인 건축물을 원하는 발주자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건축가의 상상력과 더불어 건축구조기술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박서진 건축구조기술사가 속한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PM, Program Management) 회사이다. PM은 시행, 설계, 시공, 원가 콘트롤을 포함한 관리 전반을 말한다. 감리 중심의 CM(Construction Management) 회사로 불리기도 했다.

건설은 토목, 설비, 전기. 통신, 조경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다. 구조(構造)는 말 그대로 뼈대, 골조라는 뜻이다. 구조기술사가 관여하는 분야는 설계, 안전 진단, 보수보강, 철거에 대한 구조 감리이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는 역할이 구분되어야 하나 일제 강점기 때부터 건축사가 구조기술사를 겸하였다. 건축사 중에 소질 있는 이를 찾아 구조기술사로 양성했다.

공과대학의 건축학과가 건축공학과로 나뉘면서 건축학과는 구조교육을 하지 않는다. 구조를 건축기본법에 넣으려고 했으나 반대가 심했다. 구조감리는 특수구조물에 적용한다. 1년전 시공중 붕괴된 광주화정아이파크는 특수구조물인데도 관련자들의 무지로 인해 구조김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러한 법의 맹점 때문에 1년전 시공중 붕괴된 광주화정 아이파크가 구조감리 대상에서 빠져 나갈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왕왕 구조도면을 건축사가 그린다. 힘의 흐름이 중요한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면은 재앙을 가져온다. 많은 인명이 드나드는 스포츠 스타디움, 대형 공장 같은 대공간 건축물도면 설계는 구조기술사의 영역이다.

한미글로벌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안전의 가치를 확보함과 동시에 투자비가 적게드는 쉬운 구조 설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건설 업무 전반에 대한 관리및 컨설팅이 주요 사업 영역이다.

구조측면에서는 정형이 좋으나 현대 건축은 비정형의 미감을 선호한다. 캔틸레버(cantilever·외팔보) 구조는 길이가 길어지면 처짐이 커지고 진동 발생에 취약하다. 비틀어진 채로 서있는 비정형 건물은 힘을 분배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구조는 힘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핵심이다.

박서진은 한국 건축의 문제점으로, 사용자에게 공간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이냐는 건축가의 철학이 부재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공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상업건축물의 경우에는 당연히 건축주나 발주처에 공간의 경쟁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서진은 국내에서 여전히 남성 문화 중심인 공과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 석사, 국내에서 공학 박사를 받았다. 숫자를 다루는 직업 특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 박서진을 처음 만나 곳도 전시장이다.

부산 엘시티더? / 제공 = 정찬엽
102층 규모의 부산 엘시티더?(412m)은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 설계,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85층짜리 아파트 2개 동과 랜드마크 타워 1개동(101층)으로 이뤄진 단지로 국내 주거시설 가운데 가장 높다.

높게 짓고자하는 바벨탑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바람이라는 자연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초고층에는 아웃리거( outrigger)를 적용한다. 아웃리거는 횡변위를 제어하기 위해 건물의 일정 간격의 층을 강성이 큰 벽체나 트러스트 형태의 구조물을 이용하여 내부 코어와 건물 외부 기둥을 연결하여 횡력저항구조형식력이 생기게 하는 공법이다. 건물 외곽으로 튜브 형태로 구조를 적용시킨다.

건물 전체를 세로로 관통하는 메가칼럼(초거대 기둥) 을 ‘아웃리게 벨트 트러스’가 끈처럼 강하게 묶어준다. 메가칼럼 곳곳에 묶여 있는 아웃리거 벨트 트러스를 멀리서 보면 중간마다 ?딱한 마디가 있는 대나무와 비슷하다. 엘시티 랜드마크타워는 20층·48층·76층·97층 구간에 아웃리거 벨트 트러스가 자리 잡고 있다.

아웃리거는 역도선수가 용상 경기에서 기합과 함께 바벨? 들어올리기 전 허리의 두터운 벨트를 조이는 원리와 같다. 범선이 돛을 펼치는것과도 비교할 수 있다.

구조면에서 초고층은 엘리베이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층과 지상간 기압차로 인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연돌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설계를 해야한다.

초고층과 마찬가지로 장스팬 또한 특별한 구조 기술이 요구된다. 건물은 스팬이 길면 단일 부재로 설계 할 수 없다. 공장제작 후에 현장 조립을 한다. 시공을 고려 설계를 해야 한다. 장스팬은 진동이나 처짐에 취약하므로 전문가와 협업한다. 눈이나 바람같은 기후 조건을 반영한 예비 실험은 필수적이다.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안전하게 짓는 최적의 방안, 즉 ‘구조시스템’을 찾아내는 것도 건축구조기술사의 일이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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