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패싱’ 간절한 MZ…“드릴 용돈은 없고, 받을 낯은 더 없고”

김보름 2023. 1. 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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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보겸(27) 씨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설날이 두렵다.

일가친척 자식 세대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데, 아직 취직을 못해 이번 설에 면이 서지 않아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물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 세대에게 이번 설날은 특히 어렵다"며 "요즘은 세뱃돈이 최소 5만 원부터 시작해 서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들 사정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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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한파에 세뱃돈 주고받기 눈치보여…“도망가고 싶다”
KakaoTalk_20230120_103432592 게티이미지뱅크

“세배 시간에 어떤 표정으로 있어야 할지 벌써부터 민망해요. 드릴 용돈은 없는데, 세뱃돈 받을 낯은 더 없어서 부끄럽죠”

취업준비생 김보겸(27) 씨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대면 설날이 두렵다. 일가친척 자식 세대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하는데, 아직 취직을 못해 이번 설에 면이 서지 않아서다. 김 씨는 “아직까지 부모님 집에 얹혀살아 평소 밥 먹을 때도 민망한데, 세배하러 친척집 간다는 생각만 해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최악의 취업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년층이 이번 설날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같았으면 취업해서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거나, 동생들에게 세뱃돈을 줄 나이인데도 그럴 형편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세배할 때 도망가고 싶다”는 이른바 ‘세배 패싱’이 간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올해 예상 취업자 수는 10만 명으로 81만 명이 취업했던 지난해에 비해 8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경기 둔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3년차 공시생 오모(28) 씨는 “지난해 꼭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님께 세배와 함께 용돈을 드리려고 했는데, 올해도 공시생 신세”라며 “웃어른께 용돈을 드려야 할 나이인데도 그럴 형편이 안돼 부끄러우니 차라리 세배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세뱃돈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HR기업 인크루트가 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 비용 지출이 얼마나 부담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부담(12.8%)’‘약간 부담(34.2%)’을 합쳐 ‘부담이 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 예상 지출 중 가장 금액이 큰 항목은 용돈 (38만 원) 이었다. 세뱃돈 문화를 아예 없애자는 의견도 점점 커지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남녀 6044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 실시한 세뱃돈 적정금액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안 주고 안 받자’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29%(1760명)을 차지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물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 세대에게 이번 설날은 특히 어렵다”며 “요즘은 세뱃돈이 최소 5만 원부터 시작해 서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들 사정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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