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이지영, 16년차 늦깎이 최고 연봉의 의미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1. 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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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의 준우승을 이끈 언성 히어로 이지영(36, 키움)이 데뷔 이후 프로 16년 차인 올 시즌, 최고 연봉으로 헌신과 뛰어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키움 히어로즈(대표이사 위재민)는 2023시즌 연봉 계약 대상자(신인, 육성, 군보류, FA, 외국인 선수 제외) 51명 전원과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연봉액 발표 직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해외파 복귀와 非 FA 다년 복귀 계약 등을 제외한 단년 계약 연봉 최고액인 11억원에 2023시즌 계약을 마친 이정후(24)였다. 또한 팀 에이스로 활약한 안우진(24)이 1억5천만원에서 2억원(133.3%) 인상된 3억5천만원에 도장을 찍어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이지영은 2022시즌 정규시즌+PS 포함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키움 히어로즈의 준우승을 이끈 언성히어로다. 이런 활약으로 전년 대비 2억 원 오른 5억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프로 16년차 시즌 가운데 이지영의 최고 연봉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51명의 계약 선수 가운데 이에 못지않게 의미있는 연봉 협상 내용이 있으니 바로 이지영이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지영의 계약은 전년 대비 2억원(66.7%) 오른 5억원에 사인했다.

FA가 종료됐음에도 오히려 FA 시즌보다 연봉이 상승한 희귀한 경우다. 동시에 연봉 5억원은 FA 시즌을 모두 포함해서도 이지영의 단일 시즌 최고 연봉이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 육성선수로 프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올해가 프로 16년 차, 1,189경기에 출전한 베테랑이지만 이지영이 연봉 5억원 이상을 받게 된 시즌은 최초다.

그만큼 팀 기여도가 높았다. 이지영은 지난 시즌 137경기에서 타율 0.267/2홈런/38득점/37타점을 기록하며 하위타순에서 쏠쏠한 역할을 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기여도가 높았다. 리그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총액 80억원이란 대형 FA 계약을 맺고 이적한 유강남(1008.1이닝) 다음으로 많은 994.2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썼다.

PS에서도 이지영의 활약이 이어졌다. 이지영은 키움의 PS 15경기에 모두 선발 마스크를 썼는데, 수비 이닝만 무려 130이닝에 달했다. 정규시즌을 포함하면 무려 1124.2이닝 동안 키움의 안방을 책임졌다.

또한 이지영은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해당하는 34% 도루 저지율을 기록했는데,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 지표(WAA)에서 포수 부문 리그 1위에 해당하는 1.001의 수치(스탯티즈 기준)를 기록했다. 투수리드, 블로킹, 주자 견제 등 모든 부문에서도 고르게 상위권 지표를 올리며 안방마님으로 든든한 활약을 했다.

이 때문에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팀이 선전하고 있었던 시기나, 포스트시즌에서 차례로 상대를 꺾고 한국시리즈로 올라갔을 당시에 ‘언성 히어로’로 여러 차례 이지영을 언급하기도 했다.

2022시즌 활약으로 이지영은 프로 데뷔 16년 차만에 늦깎이 국가대표 유니폼도 입게 됐다.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주전 포수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태극마크를 단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지영의 이런 활약상에 대한 인정은 단지 팀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지영은 이번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포수 엔트리 2명 중 한 명으로 뽑혀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것 역시 프로 데뷔 이후 최초로 공인 KBO 최고 포수인 양의지(두산)를 백업하는 1명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니 충분한 의미가 있다.

포스트시즌 도중 만난 이지영은 “나이를 먹었다고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 나이에 맞춰서 몸을 만들면 된다”면서 “2021년과 비교해 올해(2022년)는 6~7kg 정도 감량을 했다.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나이는 먹었지만 신체 능력은 유지하면서 야구를 보는 눈은 더 넓어진 것 같다”며 지난 시즌 ‘강철왕’으로 활약했던 비결을 전하기도 했다.

스스로는 그 자신의 노력을 더 덧붙여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지영은 ‘성실’과 ‘노력’의 상징인 선수이기도 했다. 삼성에서는 진갑용, 강민호 등 당대 리그 최고의 포수들과 주전 경쟁을 하면서도 노력을 통해 기회를 잡으려 애썼고, 키움으로 이적해 30대를 훌쩍 넘어서도 끊임없는 정진으로 오히려 더 기량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꽃은 늦게 피어도 아름답다. 그 노력의 과정이 인고의 시간이었다면, 그 아름다움과 향기도 더 오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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