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타는 누구? …설 연휴 전시나 보러 갈까
초상사진 거장 왓슨 사진전
청자·백자 등 도자 전시 볼만
‘스타들을 감상하라!’
올해 설 연휴 전시회 나들이의 요점은 여느 해와 달라 보인다. 조금 발품을 팔면, 서울 강남에서 초상사진 거장이 찍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작품을 살피고, 강북에선 그들이 입고 신었던 옷과 신발을 구경할 수 있다. 한국 전통예술의 간판스타인 청자와 백자 명작들도 박물관의 첨단 조명 아래 새 분위기로 애호가들을 맞는다. 대중적 관심거리인 이른바 ‘셀럽’과 스타들의 큐레이팅으로 호기심 동하게 하는 전시회들이 서울과 여기저기 차려져 가족 관객들에게 손짓한다.
설 연휴 나들이 장소로 첫손 꼽는 곳은 세계적 스타들의 현란한 사진들이 넘쳐나는 전시장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알버트 왓슨 사진전이 그 현장이다. 아이폰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영화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 팝의 거장 데이비드 보위와 믹 재거, 마이클 잭슨, 대배우 잭 니컬슨 등이 다기한 배경과 포즈로 찍은 초상사진의 명작들을 감상하게 된다. 지난해 말 개막한 영국 출신 사진 거장의 첫 한국 회고전으로, ‘사진가들의 사진가’로 불리면서 상업사진과 예술사진을 넘나들며 일가를 이룬 왓슨의 수작들을 연대별로 망라해 내걸었다. 초현실적인 세계나 중세 유럽의 고딕적 풍경을 지향하는 공간과 분장 등을 연출하면서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나 사건이 펼쳐질 듯한 상상을 안겨주는 왓슨의 초상·풍경 사진들은 마케팅을 겨냥해 선정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기존의 상업적 스타 사진들과 격과 결이 한참 다르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케이트 모스를 알몸인 채 쪼그리고 앉혀 찍은 중성적인 누드사진과 마지막 앨범 제작을 앞둔 마이클 잭슨을 여러 겹의 반사거울 앞에서 미친 듯 춤추게 하고 찍은 댄싱 이미지,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를 자동차에 표범과 동승시키고 둘의 표정을 포착한 뒤 다시 합성시킨 이미지들에서 기발하면서도 전위적인 거장의 상상력과 기지를 읽게 된다. 스티브 잡스 하면 떠오르는 안광 날카로운 생전 2006년에 찍은 초상사진을 필두로, 털을 벗긴 거위 고깃덩어리를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서 있는 50년 전 그의 출세작 히치콕 감독 초상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대중적 명작들.
초상사진과 별개로 볼만한 감상거리는 풍경사진들이다. 미국 팝아트 거장 에드 루샤의 그림들을 떠올리게 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삭막한 간판들 행렬과 도시 군상을 담은 연작들이나 비바람과 안개가 깃든 그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고딕적 장관이 눈맛을 돋우어준다. 아스테카 문명의 산물인 부채 유물로 여성의 누드상을 가리거나 상업사진의 모델로 썼던 원숭이에게 가면을 씌우고 인간 같은 표정을 연출한 작품에서는 재기와 더불어 세기말적인 작가적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왓슨의 전시가 스타들 사진이라면 지난해 12월31일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셀럽이 사랑한 백&슈즈’는 가방과 옷, 신발 등, 스타와 유명 인사들이 몸에 착용하거나 썼던 실물들을 보여준다. 셀럽과 스타들의 취향을 반영한 패션 착용품과 애장품들을 전시장의 작품으로 재조명한 이 전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세계 가톨릭계의 수장이었던 교황 레오 13세와 비오 9세의 진홍색 구두와, 최근 서거한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전용 모자 주케토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로 뒤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옷과 핸드백, 신발이 등장한다. 패션 감각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로열 블루톤 원피스와 핸드백이 인상적이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 엘리자베스 테일러, 찰리 채플린의 착용품들은 각각 따로 전시장을 꾸렸다. 조던의 경우 전성기에 입었던 시카고 불스 유니폼과 에어 조던 농구화, 사인이 들어간 농구공 등을 구경할 수 있고, 마이클 잭슨의 전시장에는 1983년 ‘빌리 진’ 공연에서 착용했던 시퀀스 재킷과 로퍼 등이 나왔다. 엘턴 존, 레이디 가가 등 대중문화 스타들의 신발 취향과 발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는 신발 컬렉션이 연속된 진열장 풍경도 재미를 안겨준다. 의류 그룹 이랜드 산하의 이랜드뮤지엄이 지난 30여년간 유명 인사들의 물품에 초점을 맞춰 수집해온 소장품 수십만점 가운데 200점을 처음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상설관 2층의 청자·백자 도자기실도 올 설날 연휴에 맞춤한 필수 관람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 연말 박물관 쪽이 공들여 단장한 도자기실에서는 무엇보다도 새로 설치한 첨단 조명의 힘이 돋보인다. 새 조명 덕분에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 등의 명품 도자기들을 마치 손길로 더듬듯 더욱 높아진 해상도로 감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빛발이 분산되던 기존 조명 대신 각 전시 작품들의 색감과 형상을 고려해 조도를 가감한 발광다이오드(LED) 입체등으로 전시 조명을 교체해 뚜렷하고 명쾌하게 윤곽과 문양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특히 국보, 보물을 포함한 고려청자 명품 18점을 배치한 ‘고려 비색의 방’과 병목에 진짜 끈을 묶어 드리운 것 같은 착시감이 들게 만드는 18세기 조선백자 철화끈무늬 병의 단독 진열 공간은 감상의 고갱이로 꼽힌다.
새해 띠 동물인 토끼가 들어간 도자 명품들을 찾아서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토끼 세마리가 향로를 이고 있는 모양새의 국보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와 갑옷 입고 칼 든 무사 토끼가 돌에 새겨진 ‘십이지상’, 19세기 조선시대 작품인 ‘백자 청화 토끼모양 연적’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이 밖에 서울 경복궁 경내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전 ‘새해, 토끼 왔네!’에서도 토끼털로 짠 옛 여성 방한모 ‘풍차’와 토끼를 수놓은 베갯모판, 판소리 <수궁가>의 이야기가 깃든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같은 토끼 관련 민예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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