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설날 생활]① “30살 조카에게 얼마 줘야?”…세뱃돈 적정 금액은?

신승민 2023. 1.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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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 명절. ‘세뱃돈의 적정 액수’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거리 두기 해제' 후 처음 맞는 '설 명절'…고물가 시대 '세뱃돈 액수' 고민거리로

"가족들이 그간 코로나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설이라고 모이는 것 같아요. 중고생, 대학생 조카들도 올 텐데, 세뱃돈 얼마씩 줘야 할까요? 물가도 올랐으니 세뱃돈도 많이 줘야 할지…."

"형님네 딸내미들 모두 유치원 교사로 일해요.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할 때마다 10만 원씩 줬지요. 지금 큰 조카는 30살, 작은 조카는 26살인데…. 다 돈벌이 하는데, 세뱃돈 안 줘도 되겠죠?"


- 지난 12~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세뱃돈 고민' 관련 글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 해제 후 처음 맞은 설날. 일가친척이 오랜만에 모여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회포도 풀고 있을 텐데요.

설날이면 빠질 수 없는 의례가 바로, 설빔을 곱게 차려 입고 웃어른께 절을 올리는 '세배'. 그리고 손아래 사람에게 덕담과 함께 건네주는 '세뱃돈'입니다. 특히 올해는 온 가족이 대면해서 모이는 명절인 만큼, 위 사례처럼 세뱃돈을 '누구에게, 얼마까지 줘야 하나' 고민해온 분들도 많을 겁니다.

'고물가 시대의 대면 설 명절', 때아닌 고민거리로 떠오른 '세뱃돈 액수'. 주는 사람도 뿌듯하고, 받는 사람도 감사해 하는 '세뱃돈의 적정 금액'과 그 기준은 무엇일까요?

KBS 디지털뉴스부가 기획한 '슬기로운 설날 생활' 2부작의 첫 번째 주제 '별별 세뱃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 수준이었던 세뱃돈은, 2009년 5만 원권 ‘고액 지폐’가 발행된 이후부터 ‘5의 배수’ 단위로 액수가 정해지는 경향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세뱃돈 고민 (1)] 얼마를 줄 것인가: "미취학 1만 원, 초중고 5만 원, 대학생 10만 원?"

세뱃돈은 축의금처럼 '마음을 전하는' 의미의 돈이자, 전통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액수를 책정하는 기준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는 사람이 상황과 형편에 따라 스스로 기준을 세우면 될 일인데요.

문헌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에서 세뱃돈 문화가 처음 시작될 때는 떡이나 과일 같은 음식을 주곤 했답니다. 196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부터 '돈'을 줬는데, 그때는 주로 아이의 세배를 받은 어른이 1원짜리 동전 또는 5~10원짜리 지폐를 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1원 동전이면 왕사탕 5개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약 1,000원, 10원 지폐의 경우 1만 원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 수준이었던 세뱃돈은, 2009년 5만 원권 '고액 지폐'가 발행된 이후부터 '5의 배수(?)' 단위로 액수가 정해지는 경향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1만 원권과 5만 원권 사이의 '3만 원권'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지요.

더욱이 최근에는 고물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3040 청·장년층만 하더라도 자녀·조카 등이 여럿이면 세뱃돈을 여유롭게 주기가 어려워진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만 원짜리가 생기고 나서 세뱃돈 출혈이 배로 늘었다" "1만 원이 제게는 적은 돈이 아닌데, 아이들에게는 과자 몇 개 사면 그만이라서 '주기 민망한 돈'이 돼 버렸다" 같은 '세뱃돈 부담'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정마다 아예 '나름의 기준'을 세워 놓고 세뱃돈을 주기도 합니다. 받는 사람 '나이의 많고 적음, 진학 및 취업 여부'에 따라 다르게 주는 것이지요. 온라인 여론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미취학 1~5만 원 ▲초중고 2~10만 원 ▲대학생 5~20만 원' 선이었습니다.

세뱃돈 액수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 중에는, ‘관계의 문제’도 있다. 촌수와 친소 관계가 다양한 일가친척 가운데, ‘과연 누구에게까지 얼마나 세뱃돈을 줘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세뱃돈 고민 (2)] 누구에게까지 줘야 하나: "사촌 동생, 조카에 시조카까지? 취업해도 줘야?"

사실 세뱃돈 액수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 중에는, '관계의 문제'도 있습니다. 촌수와 친소 관계가 다양한 일가친척 가운데, '과연 누구에게까지 얼마나 세뱃돈을 줘야 하는가' 하는 문제인데요.

부모 자식 간 외에 '세뱃돈을 주고받는 관계'로는 '사촌 형·동생' '삼촌·숙모와 조카 사이'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조카의 경우 수가 적고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여러 명이거나 '외조카·처조카·시조카'까지 많다면 현실적으로 '세뱃돈 지출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직장에 다니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이른바 생활 전선에 뛰어든 조카들에게까지도 세뱃돈을 줘야 하는지' 같은 다소 까다로운 문제도 따라붙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2~25살이라 성인이 다 된 조카들에게도 세뱃돈을 줘야 하나, 준다면 5만 원씩은 줘야 할까" "시어머니는 성인이라도 취직 안 했으면 세뱃돈을 다 줘야 한다고 하시는데, 시조카만 4명이라 진짜 다 줘야 할지 고민이다" 같은 하소연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가족끼리 정을 주고받는 게 세배, 세뱃돈 문화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액수를 따지기보다는, 세배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설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적정 세뱃돈은 '5만 원'…액수를 따지기보다 '정을 주고받는 문화'로 돌아오길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Q)가 작년 12월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성인 남녀 6,04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세뱃돈의 적정 금액으로 '5만 원'이 가장 많이(43%) 꼽혔습니다. 뒤이어 '안 주고 안 받기'(29%), '1만 원'(15%), '10만 원'(10%) 순이었습니다.

아예 세뱃돈 자체를 '안 주고 안 받는 게' 낫다는 답변이 2위에 오른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세뱃돈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최근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 설문 조사에서도, 세뱃돈을 비롯한 '명절 비용 지출'이 '설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 바 있는데요.

전문가는 '가족끼리 정을 주고받는 게 세배, 세뱃돈 문화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액수를 따지기보다는, 세배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설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세뱃돈 액수에 대한 고민은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이 희미해졌던 문제다. 이번 설에 모이게 되면서 다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지역과 가정마다 기준이 달라 일률적으로 논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지나치게 문제시하기보다는,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세뱃돈을 주고받는 만큼 '액수와 관계 없이 하나의 설 명절 관습'으로 여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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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민 기자 (ssm071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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