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국가대표 1명도 없는 한화 이글스, 도대체 왜?

배정훈 기자 2023. 1.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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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2023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지난 4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한국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참석한 기자 중 한 명이 '한화 선수가 한 명도 뽑히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강철 감독은 다소 곤혹스러운 듯 웃으며 조범현 기술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돌렸습니다. 조 위원장은 "(대표팀 전력을) 베스트로 선발하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빠지게 돼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답변을 갈음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중 곳곳에서 웃음이 흘러나온 것에 대해 야구팬들 사이에서 '특정 팀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기도 했지만, 더 큰 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팀의 저조한 성적에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며 '보살'이라 불리는 한화 팬들이 자조하며 넘겨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화엔 정말 대표팀에 승선할 만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걸까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지난해 한화 선수들의 성적을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지난해 한화에서 뛴 한국인 야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2루수 정은원이었습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85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엄청난 '눈 야구'를 선보였고, 이에 힘입어 출루율(0.379)에서도 리그 11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센터라인 내야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막강했다는 겁니다. 상위리그에서 뛰는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김하성(샌디에이고)을 제쳐두고라도 리그 홈런 4위(25개)에 오른 오지환이나 비슷한 출루율(0.373)에 발까지 빠른(도루 34개, 리그 2위) 김혜성을 넘지 못했고,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박성한보다도 확실히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성적이었습니다.


투수 쪽은 좀 더 분명합니다. 지난해 한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했던 투수는 장민재였습니다. 32경기 중 25경기에 선발로 나와 7승 8패 3.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한화 마운드의 빛과 소금으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장민재의 성적도 리그 전체로 봤을 때는 WAR 기준 15위, ERA 기준으로는 26위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야수 중에서도 투수 중에서도 WBC 대표팀에 확실하게 승선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왜 한화엔 국가대표급 선수가 없을까


그렇다면 중요한 건 '대체 왜' 한화가 그동안 더 좋은 선수를 키워내고 보유할 수 없었던 걸까 하는 걸 겁니다. 해답은 사실 이번 WBC 한국 대표팀 최종 발표 명단에 숨어있습니다.

특정 팀에서 선수를 보유하게 되는 방식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드래프트에서 뽑거나, 따로 육성 선수 계약을 맺거나, FA 계약을 체결하거나,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방법 등입니다. 어떤 팀들은 FA로 선수를 영입했고, 어떤 팀들은 트레이드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가장 많은 경우 드래프트를 통해 국가대표급 선수를 확보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드래프트!


맞습니다. 문제는 드래프트였습니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이후 한화는 누가 뭐래도 드래프트에 가장 크게 실패한 팀이었습니다.


2014년 이후 한화가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선수 98명이, 지난 9년 동안 뽑아낸 WAR 합계는 23.59입니다. 가장 성공적인 드래프트를 한 키움이 95명의 선수에게 뽑아낸 115.76의 20% 수준입니다. 하지만, 키움과 한화가 신인들에게 투자한 계약금은 겨우 3억여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화의 드래프트 효율이 영 좋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한화의 부진은 오롯이 드래프트를 잘못한 구단이 책임져야 하는 일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화의 드래프트 잔혹사는 지난 몇 년 동안 한화 연고지의 유망주 사정이 그 어떤 곳보다 좋지 않았던 데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4년에서 2022년까지 한화의 팜인 충청권(강원도 일부 지역 포함) 고교 출신 선수들이 올린 WAR 합계는 13.8이었습니다. 전체 드래프트 선수들이 기록한 WAR에서의 비중은 불과 3%도 되지 않았습니다. 한화의 연고지에서 배출된 선수들의 재능 총량이 다른 지역 출신들에 비해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는 2023년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기 전까지 7번의 연고지 1차 지명을 강제받았고(2021, 2022 드래프트에서는 후순위 전국 지명 가능) 연고지 내 유망주였던 2014년, 전체 1번 픽 류희운(북일고)과 2015년 전체 2번 픽 주권(청주고)을 신생팀 혜택을 받은 KT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쳤습니다. 한화에게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 셈입니다.
 

전략 실패도 한몫했다

물론, 이렇게 팜 상황이 안 좋았다고 해서 한화에게 마냥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구단이 적절한 전략을 통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과감한 드래프트 전략으로 명성이 높은 키움은 서울 지역 팜을 나눠 갖고 있는 LG, 두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WAR을 수확하기도 했습니다. (키움 115.76 > LG 65.66 > 두산 30.47)

최선의 드래프트 전략은 해마다, 또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상기 표에 소개된 최근 지역별 팜 상황을 고려하면, 전국 최대의 팜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걸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10개 구단은 서울에 있는 고교 출신 유망주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한화는 서울 지역 유망주들에게 전체 계약금의 19.4%를 투자하면서, 충남 지역 유망주에도 거의 비슷한 규모인 18.9%를 쏟아부었습니다. 10개 구단 중 서울에는 가장 적게, 연고지인 충남에는 가장 많이 투자한 팀이었던 겁니다. 한화를 제외하면 어떤 팀도 충남 지역 고교 유망주에게 전체 계약금의 5% 이상을 투자하지 않았고, 심지어 LG의 경우 단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한화의 충남 지역에 대한 집중 투자는 대부분 '한화 3군'이라 불리는 충남 천안의 북일고에 쏠렸습니다.(북일고 13명, 공주고 1명) 그리고 그 투자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3명의 선수가 9시즌 동안 기록한 WAR 합계가 –3.24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가 기록할 수 있는 승리 기여도가 0으로 매겨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13명의 선수들은 승리에 기여하기는커녕 전반적으로 패배를 불러오는 데 일조한 셈입니다.

물론 한화를 제외한 다른 지방 구단들도 특정 학교 출신을 특별히 더 선호하는 경향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구단도 한화만큼 많은 선수를 한 학교에서 뽑지 않았고, 한화만큼의 뼈아픈 손해를 입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한화는 비상할 수 있을까


불리한 상황과 전략의 실패로 굳어진 질곡의 시간을 딛고, 한화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몇 가지 긍정적인 징후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면 드래프트가 순차적으로 재도입되면서 한화는 2022년, 2023년 타 연고지 출신 강속구 투수 유망주 문동주-김서현을 연이어 뽑았고, 2024년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픽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비어 있는 팜을 채울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FEckvV1sF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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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스탯티즈

배정훈 기자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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