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지역인재 의무화'하나…현실성은?
기사내용 요약
교육부, 국회에 "일부 자사고 지역인재 의무화"
비수도권 소재 7개교 총정원 21.7% '지역인재'
민사고 1명, 현대청운고 0명…학교따라 격차 커
학생 감소, 신입생 겨우 채워…학교들도 부정적
지방 교육여건 살린다?…연평균 학비 1133만원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전국에서 학생을 뽑고 있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소재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 의무화를 국회에 보고한 가운데, 현실성과 실효성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종로학원이 전국 단위 자사고 10개교의 올해 입학전형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하나고, 인천하늘고, 경기 외대부고를 뺀 비수도권 7곳은 정원 1816명 중 394명(21.7%)을 소재지에서 뽑았다.
학원 측이 이들 7개교에서 명시적으로 소재지 출신 학생을 위한 전형으로 선발한 인원을 합한 결과다.
학교마다 격차가 컸다. 경북 김천고는 모집정원 240명 가운데 일반전형 89명, 체육특기자 7명 등 96명(40%)을 경북 지역 출신 학생으로 선발했다.
반면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는 1명만 선발하는 횡성인재 전형을 운영해 지역인재를 위한 전형이 없다시피 했고 울산 현대청운고는 전형이 없었다.
전국 단위 자사고의 입학생이 수도권이나 사교육 과열 지역 출신 등 특정 지역 학생들로 채워져 왔던 비판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분석한 지난해 전국 단위 자사고의 입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민사고는 입학생 153명 중 118명(77.1%)이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를 졸업했다. 강원 지역 출신 학생은 7명(4.6%)에 그쳤다.
전북 상산고는 334명 중 228명(66.3%)이 서울·경기 출신으로 절반을 넘었고, 소재지인 전북 출신은 64명(18.6%)에 그쳐 그 차이가 3.6배 벌어졌다.
지난해 경기 출신 전국 단위 자사고 입학자의 69.6%가 사교육 과열지구인 용인·성남·수원·고양시 지역 출신이었고, 서울 출신의 63.9%가 강남·양천·송파·노원·서초구 출신이거나 국제중 졸업자였다.
앞서 교육부가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에게 제시한 문건에는 '전국 단위 모집 일부 자사고가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내용을 담고 있는 '고교 교육력 제고 추진방향'(안)의 추진 배경으로 "지역소멸 위기 상황 속에서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썼다.
아울러 지방에서 나고 자란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혁신도시에 기업형 자사고를 설립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부가 문건에서 밝힌 대로 지역인재 전형 의무화를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먼저 선발 비율을 정하는 일도 문제다. 비수도권 7곳만 해도 0명부터 정원 40%까지 격차가 크다. 이로 인해 다른 수도권 자사고 3곳에도 비수도권 출신 신입생 전형을 두라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단위 10개 자사고의 전체 경쟁률은 2022학년도 1.57대 1, 2023학년도 1.82대 1로 겨우 정원을 채우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 2대 1을 넘은 곳은 경기 외대부고(2.99대 1), 서울 하나고(2.45대 1) 등 수도권, 민사고(2.05대 1) 3곳뿐이다.
지역인재 전형은 미달한 경우도 나왔다. 한 예로 지방 A고는 소재지 광역 시도에서만 뽑는 전형으로 137명을 선발하려 했으나 지원자가 90명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전국 단위 자사고 중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학교가 없는데 지역인재 전형이 지금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학생이 줄어 신입생 모집난에 시달리는 학교들이 일정 비율을 지역 내에서 선발하라고 강제하는 것을 받아들일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애초 선발권에 제약을 두는 데 자사고들은 부정적이다.
민사고 관계자는 "해마다 일반 전형으로 강원도에서 많으면 10명, 적으면 5명이 입학하는데 성적이 낮은 아이들을 더 뽑으라는 이야기"라며 "들어온다 해도 학교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겠나. 그 학생들이 잘못하면 굉장히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실현되더라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계층이 한정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사고를 비판하는 전통적 수식어인 '귀족학교'라는 표현처럼 수혜자가 전문직, 고위 공직자나 지역 유력자 등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계층의 자녀에 한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19년 사교육걱정이 전국 단위 자사고의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수익자부담경비 등을 합한 학생 1인당 학부모의 연평균 부담금은 1133만원으로, 일반고의 279만원과 비교해 9.2배의 차이가 났다.
임 대표는 "지역인재 전형은 지역유지(유력자) 전형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으로 인재 유출을 막을 해법이 될 가능성은 없다. 전문직, 공공기관 재직자, 고위 공직자를 위한 전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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