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는 스팸 팔고 필요한 참치 사요”···고물가에 ‘명절테크’ 인기

김은성 기자 2023. 1.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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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설 명절 선물세트 판매 사진.

직장인 이모씨(30)는 최근 회사에서 받은 스팸 선물 세트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팔았다. 스팸을 먹지 않는 이씨는 입사 후 명절 때마다 받은 스팸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쌓아두고 있었다. 그는 “지인에게 주기도 민망한 선물이라 실가격 검색 후 필요한 사람에게 반값에 팔아 부수입을 챙겼다”며 “연휴 동안 남은 스팸도 팔아 생활비에 보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이 들썩이고 있다. 들어온 설 선물 세트를 팔고, 싸게 나온 세트를 사는 이른바 ‘명절테크’(명절과 재테크의 합성어)가 성행하고 있다. 판매자는 쓰지 않는 상품을 팔아 현금화하고, 구매자는 필요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생활비를 줄일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명절 선물 세트가 인터넷 최저가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명절’을 검색하면 ‘명절선물’, ‘선물세트’, ‘스팸세트’ 등의 키워드가 자동으로 완성된다.

스팸 외에도 참치, 올리브유, 조미료, 차 세트 등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상품들이 많다. 그 외 치약·샴푸·핸드크림 세트 등의 다양한 생활용품도 올라와 있다. 상품 가격은 2만~5만원대가 대부분이다. 1인 가구를 겨냥해 낱개로 상품을 팔거나, 다른 세트와 섞어 파는 경우도 있다.

업계는 고물가와 중고거래 활성화가 명절테크 확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 넘게 뛰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질 임금이 줄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를 상대로 1분기 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64로 집계됐는데, 이는 글로벌금융위기(73)와 코로나 충격 시기(66)보다도 더 낮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20~30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12년간 5배 신장했다. 지난해에는 24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취생 김모씨(27)는 매년 명절 연휴 전후로 중고거래 앱을 통해 자주 먹는 식품과 생필품을 쟁여 놓는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개당 2500~3500원 수준인 참치캔이 중고거래에선 1000원 안팎으로 살 수 있다”며 “연휴에는 물량이 쏟아져 생필품 등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삼과 비타민 등의 건강기능식품은 중고 거래가 금지된 물품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건기식은 판매업 신고를 한 영업자만 온라인에서 팔 수 있다. 건기식은 제품 포장에 식약처 인증마크가 찍혀 있다. 이를 모르고 팔았다가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 경우 이상 반응이 생겨도 책임소재를 따지는 게 쉽지 않다”며 “소비자들은 유통기한과 상품 개봉 여부를 확인하고 과도하게 저렴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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