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학과 포기하고 의대 갑니다” 한국인 인재는 어디에 [민족주의로 쪼개진 반도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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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 인력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에 부응하는 인력 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단 분석이 제기된다.
핵심기술력 확보와 해외로 기밀 유출 방지 사이에서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는 '한국인 연구 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양성이 미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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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반도체 핵심 인력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이에 부응하는 인력 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단 분석이 제기된다. 핵심기술력 확보와 해외로 기밀 유출 방지 사이에서 점차 중요성이 높아지는 ‘한국인 연구 인력’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양성이 미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란 설명이다.
지난 2021년에 한국산업진흥기술원이 발간한 ‘차세대반도체 산업기술인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반도체 산업을 위해 2029년에 총 5만1483명의 산업기술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보다 1만5142명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총 2266명, 시스템반도체 분야 총 4084명,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총 4981명의 관련 인력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학력별로 구분하면 대졸학력 2만2757명, 고졸학력 1만4628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고급 인재들은 반도체 등 기술 학문에 흡수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올해 입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 202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 결과 반도체학과 합격자 69%가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학년도 고려대·연세대·한양대 반도체 관련 학과 수시모집 최초합격자 84명 중 58명(69%)이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과는 기업과 연계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자연계열 학과와 비교해도 반도체 계약학과의 평균 등록 포기율이 더 높다.
반도체학과 미등록자들은 다른 대학의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학과가 대기업과 연계돼 취업하기에 유리하지만 수험생들의 선호도는 의대나 약대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국내 인재 양성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잇따른다. 당장 반도체 산업을 자립으로 키우고 있는 중국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은 R&D 등 기술 발전을 독자적으로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14억 인구에서 비롯된 교육 역량을 장점으로 갖추고 있다”며 “매년 대학 졸업생이 1000만명 이상 나오는데 그 중 5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풍부한 자금 지원까지 더해져 반도체 등 중요 기술에 대한 중국인 기반 기술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역시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만인 중심 채용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근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센터장은 “대만의 경우 중국 대륙에서 건너간 이들과 해양문화가 섞여있는데, 대만인들의 상당부분이 혈연관계를 중시하고, 동시에 대륙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경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TSMC 주요 책임자들을 자국인 중심으로 채우려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핵심 기술 인력을 삼성 등 주요 기업이 채용하려 해도, 당장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구조적으로 결국) 반도체 기업의 쟁쟁력을 위해서는 이를 다룰 석·박사급 핵심인력이 필요한데, 석·박사를 지도할 교수가 부족해 반도체 인재 양성이 쉽지 않다”며 “과거부터 반도체 관련 연구비 등 지원이 제대로 안 돼 많은 교수가 다른 연구 분야로 발길을 돌렸고,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고급 인력을 키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는 대학교 졸업 이후 10년은 내다보고 반도체 석·박사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정부가 부랴부랴 대학 교육 인원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지만, 부족한 관련 학과 교수 수로 인해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인력을 키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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