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장군 투구 같이 위풍당당한 황금빛꽃 군자란[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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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형숙 시인의 '군자란'이다.
겨우내 찬공기 속 베란다에서 푸르름을 잃지않던 군자란(君子蘭)이 설 지나 2월 꽃샘바람이 불 때면 군자란은 꽃을 피운다.
군자란이 봄 햇살 속에 꽃을 피우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정겹다.
군자란의 꽃말은 꽃의 자태처럼 '고귀함·우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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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장수식물,번식력도 뛰어나…꽃말은 고귀함·우아함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겨우내 동안거/풀빛 방에 칩거하다//예절바른 봄 햇살에/물음표로 고개 들다//어느새/ 꽃대궁 활짝/세상 후리는 저 도도함>
우형숙 시인의 ‘군자란’이다.
겨우내 찬공기 속 베란다에서 푸르름을 잃지않던 군자란(君子蘭)이 설 지나 2월 꽃샘바람이 불 때면 군자란은 꽃을 피운다. 군자란이 봄 햇살 속에 꽃을 피우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정겹다.
2월부터 서서히 연녹색 꽃대와 꽃봉오리를 올릴 채비를 한다. 꽃대궁의 꽃봉오리가 하얀 ‘허물’을 벗고 연한 녹색에서 짙은 주황색에서 진주황의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군자란의 꽃말은 꽃의 자태처럼 ‘고귀함·우아함’이다. 독야청청(獨也靑靑)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군자란은 검푸른 가슴을 열어젖힌 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기상을 뽐내는 장수에 비유된다.
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면 대검 같은 꽃대를 위풍당당하게 치켜올리고 나팔 모양의 주황색 꽃을 활짝 피운다. 군자란 꽃은 개선장군에 비유되기도 한다. 누군가 꽃대를 장식한 소담하고 풋풋한 꽃송이는 수탉 벼슬처럼 아름답고, 전투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의 투구 위에 달린 상모처럼 의기양양하다고 했다.
집에서 화초를 키우는 분들은 웬만하면 군자란 한두개 키우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물 듬뿍 주고 햇살 좋으면 잘 자라고, 일년 내내 늘 푸른 잎을 마주한다. 30년 정도 장수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씨앗이 발아해 새끼치기하는 등 생산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우아하고 도도하며 당당하고 화려한 꽃의 자태에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군자란은 외떡잎식물로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이다.
군자란은 이름 탓에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며 중국 한국 등 동북아산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정작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온실이나 실내에서 키운다. 5㎝ 정도 넓적한 푸른 잎이 좌우로 마주보며 가지런하게 자란다. 1∼3월에 잎들 가운데에서 편평하고 굵은 꽃자루가 길게 나와 백합과의 원추리와 비슷한 주황색 꽃이 12∼22개 정도 무리지어 핀다.
군자란은 이름 때문에 난초나 백합 종류로 오해하기 쉽지만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수선화과 식물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동양권에서는 군자란이라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Kafir-lily(카피르 백합)이다. 카프리는 남아프리카 반투(Bantu) 어족(語族) 중 한 부족을 일컫는다. 남아프리카 카피르족 백합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동양에서는 잎이 삐죽한 아름다운 꽃을 대하면 난을 먼저 떠올리지만 서양인은 백합(lily)을 먼저 떠올린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들여와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난을 닮은 이 귀화식물을 난의 대열에 끼워줘 듬뿍 사랑을 쏟았다. 3∼5년이 지나야만 화사하면서도 수수한 꽃을 볼 수 있다. 인공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으면 꽃은 3개월이나 지속돼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
30년 이상 장수하는 군자란은 남아프리카 원산이라 추위를 싫어하고 햇볕을 좋아할 듯하지만 직사광선을 받으면 잎이 누렇게 타버리는 경향이 있다. 겨울 거실에 들여 따뜻하게만 키우기보다는 얼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추위를 견뎌내면 튼실한 꽃대궁을 길게 뽑아 올리고 더 화려한 꽃을 피운다. 화분에 씨앗이 발아돼 올라오는 아이들은 따로 옮겨 심어 주위에 나눔하기에도 좋다.
꽃·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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