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도 힘든데 인천공항·호텔은 바글…"설 연휴마저 양극화"
호텔도 만실 임박…고물가에 중소기업은 상여급 취소하기도
(서울=뉴스1) 윤슬빈 배지윤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3년 만에 맞이한 설날 연휴에 차례를 지내는 대신 부모님과 아내, 아이와 함께 국내여행을 가려고 했던 장모(36) 씨는 치솟은 물가에 숙소 예약을 망설이다가 때를 놓쳐서 여행을 포기했다.
장 씨는 "부산이나 강릉에 있는 이름난 리조트나 호텔은 1박에 수십만원씩 하는데 여행 경비를 모두 포함하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며 "환율 때문에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냈는데 국내여행도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푸념했다.
장 씨처럼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여파로 설 연휴 휴가를 포기하고 집에 머물기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면 일본·동남아 등으로 향하는 해외여행 기세는 꺾이지 않고, 국내 특급호텔은 예약 마감이 임박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해외여행 수요 폭증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은 이번 연휴를 기점으로 3년 만의 흑자 전환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해외여행객 폭증…자유여행은 9만배 증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인 해외여행 수요는 설 연휴에 폭발했다. 해외 패키지여행은 최대 900배, 자유여행은 1만배 늘었다.
모두투어의 설 연휴(1월20~24일 출발 기준) 해외 패키지 예약객은 1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9181% 증가했다.
클룩이 이달 15일까지 집계한 설 연휴(1월20일~1월24일) 해외여행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외 자유여행 관련 상품 예약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만배 이상 늘었다.
설 연휴 가장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는 '일본'과 '동남아'였다. 인터파크가 분석한 항공권 예약 데이터를 보면 일본이 절반에 가까운 48.7%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동남아(36.7%), 대양주(5.5%)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 추세는 비키니 등 비치웨어 판매량 변화에도 확인할 수 있다. 롯데온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둔 최근 일주일(1월9~17일) 수영복 및 물놀이 용품 매출은 전년보다 100%증가했다. 반소매 티셔츠 역시 70%의 매출 신장세다.
이에 3년 만에 적자 탈출에 대한 여행사들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설 연휴가 있는 1월보다 2월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2월 실적이 더 좋다"며 "코로나 이전의 60%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해외는 다음에…'호캉스'도 성행
서울·제주 특급호텔 만실을 '코앞'에 두고 있다. 다소 짧은 연휴에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에 부담을 느낀 여행 수요는 국내 호캉스로 옮겨 갔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경우 설 연휴 4일(1월21일~24일) 동안 약 75% 이상의 예약율을 보였다. 서울 호텔은 설날 당일인 22일과 23일에 가장 예약률이 높아 설날을 보내고 1박으로 호캉스를 즐기려는 숙박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이번 설 연휴 객실 평균 예약률도 80%에 이른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역시 설 연휴기간 각각 800실 안팎 수준의 객실 예약을 보이고 있다. 기존 호텔 규모가 300~400실인 것을 감안하면 두곳의 특급호텔이 만실인 것과 유사한 수치인 셈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재개에도 항공편수가 코로나19 이전 평년에 못미치는 데다 몇년 새 명절 문화가 바뀌면서 설 기간 호캉스를 떠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해외에서 유입되는 관광객들의 객실 예약 수요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 성장 둔화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 올해 상여금 지급을 취소했다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800개 중소기업 중 설 상여금 지급을 계획한 업체는 44.3%에 그친다. 10곳 중 4곳만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나머지 6곳은 계획이 없다. 상여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17%에 달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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