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스튜에 밥이라뇨”…40년래 최대폭 물가 상승에 놀란 일본

정욱 기자(jung.wook@mk.co.kr) 2023. 1. 2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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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한 슈퍼마켓에서 직원이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뭔가 사정이 있겠지만 크림스튜에 밥이라니 이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네요.”

일본 큐슈의 미야자키현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NHK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학교 급식 식단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사정은 이렇다.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미야자키현에서도 남쪽 맨 끝인 쿠시마시에 위치해 있다. 지역 급식업체가 최근들어 원재료 급등을 비롯해 치솟는 생산원가 부담으로 빵 생산을 포기하면서 올해부터는 쿠시마 지역의 35개 초증등학교에 빵 공급이 중단됐다. 빵이 나와야할 식사엔 대신 밥이 나오고 있다. 이렇다보니 초등학생의 불만처럼 우유, 샐러드, 쌀밥 혹은 스튜와 쌀밥 등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식단의 식사가 학교에서 제공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대국’ 일본에서 41년만의 최대폭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
일본 총무성은 20일 작년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4.0% 올랐다고 밝혔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찍은 것은 지난 198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2차 오일쇼크의 충격이 있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분기 1%이던 것이 2·3분기엔 2%로 올라서더니 4분기로 넘어오면서는 3%를 기록해왔다.

물가상승이 일반화된 다른 나라들에서라면 어느정도 예견이 되는 상황이고 그만큼 대응도 되는 일이다. 다만 잃어버린 20년을 비롯해 장기간 물가는 그대로 혹은 하락에만 익숙하던 일본 사회 입장에선 곳곳에선 대응 방안을 찾느라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0여년간 물가상승률 2%를 달성을 줄기차게 외쳐오기도 했다.

일본 신문과 방송 등에서는 물가 상승이 가져온 진풍경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초호황을 누리는 곳도 등장했다. 식당 메뉴판 등의 인쇄를 해주는 업체다. 도쿄의 인쇄물 디자인 업체인 히라사와에는 식당 메뉴판 주문이 작년 4분기에만 전년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업체 대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며 “물가 급등으로 인한 영향인 듯 싶어 마냥 즐겁게 받아들이긴 힘든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서민들의 고통 역시 커지고 있다. 이달 청구되는 도쿄전력 전기요금은 가구당 전년 대비 50%가량 오를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역대 최대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의 사슬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기업들의 연봉협상 시즌인 ‘춘투’에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임금과 물가의 동반 상승이라는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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