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했는데…세뱃돈으로 테슬라 주식 사도될까요

김상윤 2023. 1. 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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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파격 '할인카드' 꺼낸 테슬라
모델·모델Y 가격…경쟁사 대비 저렴
영업이익률 떨어져도 점유율 끌어 올려
오너리스크 여전…전기차 경쟁 치열 부담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 역대급 손실을 안겼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이라 ‘서학개미’의 투자 손실액도 상당했다.

올해는 어떨까. 테슬라 주가는 올해 장 첫날인 3일(현지시간) 108.10달러까지 추락하다 지난 20일 기준 133.42달러까지 반등했다. 주가가 반등하면서 ‘서학개미’의 투자도 함께 늘어났다. 지난 20일까지 서학개미의 테슬라 매수결제규모는 9억756(약 1조1208억원)달러로, 해외 투자 1위 주식을 차지하고 있다.

◇파격 ‘할인카드’…게임 체인저될까

테슬라 주가 반등 배경에는 파격적인 할인정책이 있다. 테슬라는 그간 ‘정가’ 고수 정책을 써왔다. ‘전기차의 화신’인 만큼 늘 공급보다 수요가 넘쳐났기 때문에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뚝 떨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테슬라도 과감한 프로모션 카드를 꺼내 들게 된 이유다.

테슬라는 올초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단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SUV)인 모델Y 가격을 6~20% 인하했다. 이달부터 지급하는 보조금과 가격 할인까지 합치면 작년보다 31% 저렴하게 테슬라 차를 구입할 수 있다.

테슬라 보급형 세단인 모델3 가격은 4만6990달러에서 4만3990달러로 내려갔다.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SUV)인 모델Y는 6만5990달러에서 5만3990달러(퍼포먼스)까지 내려갔다. 테슬라의 모델Y는 SUV가 아닌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가격을 보다 내려버린 것이다. SUV는 가격이 8만달러를 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승용차의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 5만5000달러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모델3의 가격은 3만6590달러, 모델Y는 4만6490달러까지 내려간다. 미국 공장서 완성차 조립을 하지 못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 아이오닉5는 4만1450~5만2600달러, 기아 EV6는 4만8500~6만14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싸움에서 테슬라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도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자오상은행 산하 자오인 국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이 1만2654대로, 작년 동기보다 76% 증가했다. 가격 인하 이후 테슬라 매장마다 차량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주문량도 급증한 반면,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판매장은 한산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테슬라는 가격 인하로 인해 과거처럼 10% 중후반대 영업이익률을 가져가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약 5%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박리다매’ 카드를 쓸 수 있다. 꾸준히 공장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끌어내린 ‘혁신’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영업이익률은 떨어지더라도 테슬라 전기차 판매를 급격히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충분하게 ‘총알’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가격인하는 경기 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판매량 증대를 통해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고 생산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흑자기조와 현금 창출 능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오는 25일 실적 발표를 한다. 올초 가격인하로 인한 판매량 수치 등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 경우 테슬라 주가 상승세는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오너리스크에 치열해진 경쟁

물론 변수는 많다. 사실 지난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것은 테슬라 자체의 문제점보다는 일런 머스크(CEO)의 리스크가 대부분 작용했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혁신적인 발상과 함께 주주들의 환호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테슬라의 기능, 디자인 외에 브랜드가 지닌 비전과 가치에 대한 평가도 함께 뒤따랐다. 하지만 트위터 인수 이후 기이한 행동으로 이런 브랜드는 훼손됐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불거진 리스크가 테슬라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청정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었지만 최근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이후 행동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딜레이니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때문에) 테슬라 브랜드가 더욱 양극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가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소비자의 관심이 머스크의 트윗에서 멀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머스크의 트위터 관련 움직임에 따라 테슬라 주가도 덩달아 흔들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지켜볼 사안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9월 65%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0년 79%와 비교하면 14%포인트 하락했다. 경쟁사들이 테슬라 못지않은 전기차를 대거 내놓으면서 전기차 대명사였던 테슬라 인지도는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아무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자율주행기능 개발도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 주가가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상승세로 가려면 기존 전기차 외에 파격적인 기술 발표가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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