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표 '자율·균형·미래' 가치로 경기교육 새판 짠다
기사내용 요약
'진보교육 산실' 경기도 최초 당선 보수교육감...새해 본격 정책 추진
9시 등교 자율화·교권과 학생인권 균형 모색 등 이슈 쟁점화
인성과 역량 균형 갖춘 미래인재 양성, IB·에듀테크 도입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민선 5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6개월을 지나 계묘년 새해를 맞아 임기 2년차에 접어들었다. 임 교육감은 선거 당시부터 알려진 것처럼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에서 보수 성향의 교육감 후보로 출마해 최초로 당선된 민선교육감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7월부터 본격 업무에 돌입해 그동안 진보교육감이 이끌어왔던 '경기교육'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교육철학과 방향, 목표 등 청사진을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경기교육의 정책기조는 '자율·균형·미래'로 압축된다. 도교육청은 임태희표 정책을 이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선 최초 보수교육감, 취임 6개월 성적표는?
‘9시 등교’는 바로 직전 전임자이자 진보 성향인 이재정 교육감이 경기도에서 도입해 전국으로 퍼뜨린 정책이다. 자연스럽게 보수교육감 집권에 따라 진보교육감표 정책이 폐기되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역교육계 목소리가 나왔다. '0교시 부활' 우려도 제기됐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학교현장에 잘못된 오해를 일으켜 성과내기식 업무 추진이 이뤄지지 않도록 별도의 등교시간 조정현황을 파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임 교육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율이기 때문에 모든 학교에서 한꺼번에 등교시간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육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살피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의 자율권 보장을 강조한 것이다.
도내 각급 학교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등교시간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에서 현행 '9시 등교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오면서 현재까지 일선 학교에서 '0교시 부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역교육계 관계자는 "임 교육감 취임 뒤 등교 전에도 교과 보충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온 점 등을 보면 9시 전에 수업을 하거나 수업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라며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교권 강화와 학생 인권의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초대 민선 교육감을 지냈던 진보 성향의 김상곤 전 교육감이 처음 제정해 전국으로 확산된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체벌 금지와 두발자유화 등의 규제가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교권 침해 사례는 해마다 늘면서 일선 학교에서 교원들의 위상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도교육청이 접수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16년 465건에서 2017년 495건, 2018년 512건, 2019년 663건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임 교육감은 이러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교원단체들을 초청한 가운데 교사수업권과 생활지도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9월에는 ‘학생인권과 교권과의 균형 지원’을 주제로 학생과 교사,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책을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도내 한 중등교사는 “한동안 학생 인권을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권이 뒤로 밀려난 듯 보였는데 이번에는 역대 다른 민선교육감 때보다 교권 보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면서 수업 진행이나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앞으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교실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핵심은 '인성·역량 균형 갖춘 미래인재 양성'...과제는?
임 교육감은 “과거하고 다른 것은 인성을 거의 역량과 대등한 수준으로 놓았다”며 “인성과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춘 미래 인재라고 설정한 점이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진보교육감 시절 ‘민주시민교육과’로 불리던 부서는 ‘미래인성교육과’로 이름을 바꾸고 '인성교육 5개년 계획' 정책연구 수립에 나섰다.
도교육청은 정책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 방향 안내와 공유의 장 마련 ▲인성교육 자료 제작·보급 ▲인성교육 전문교사 인력풀 구축 등 학교 현장의 인성교육 확산을 위해 다각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과 에듀테크가 도입된다. 지난해 연말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삭감됐던 예산 32억원이 모두 통과돼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IB본부와 프로그램 도입과 교육 협력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한 상태다.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법적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국제 바칼로레아(IBO)에서 1968년부터 운영하는 국제인증 학교 교육프로그램이다.
IB를 이수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하버드, MIT, 스탠포드, 컬럼비아 등 전 세계 2000여개 대학에 입학원서를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2013년 국가 차원에서 IB를 자국어로 번역해 공교육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대구에 이어 2020년 제주가 교육청 차원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도교육청은 IB 도입 기반을 마련하고, 학생 주도적 수업과 평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국제 공인 전문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또 에듀테크를 활용한 기초학력 진단으로 학생 맞춤형 학력 향상과 함께 학생의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교원단체 한 관계자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도입되면 학교 안에서 이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우리 방식으로 접목해 가르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메뉴얼이 제시돼야 한다.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IB를 소개하는 정도에서 머물면 교사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청이 시간과 인력이 수반되더라도 교사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추진해야 학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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