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폭등'의 추억…"지금 또 살까" 농산물 베팅 말리는 이유는?

홍순빈 기자 2023. 1.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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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농산물 투자…"올해는 조심하라"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전쟁발(發) 공급망 교란으로 지난해 옥수수, 밀, 콩값이 동시에 폭등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푸념섞인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편에선 짭짤한 수익을 본 이들도 있었다. 일찌감치 농산물 관련 지수, 증권상품 투자에 나섰던 원자재 투자자들이다.

현재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투자자들은 재차 상승하길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올해 농산물 투자에 나서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렸던 요인들이 하나둘 씩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한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1부셀당 6.76달러, 밀(소맥) 선물가격은 1부셀당 7.34달러, 콩(대두) 선물가격은 1부셀당 15.16달러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며 농산물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공급 대란에 투기적 수요까지 들어와서다. 그중 식탁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밀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해 초 부셀당 7.5달러대를 기록했던 밀 가격은 14.25달러(3월7일)까지 치솟았다.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90% 가까이 뛴 것.

하지만 현재 농산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다. 농산물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등의 거래도 뚝 끊겼다. 옥수수, 밀, 콩 선물가격에 연동돼 움직이는 KODEX 3대농산물선물(H) ETF는 지난해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12억922만원이었으나 올해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9156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해당 기간 동안 약 99.71% 감소했다.


전쟁 리스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투기적 수요가 사라진 탓이다. 거기에 그간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가장 많이 줬던 기상이변 현상도 올 들어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기후예측센터 CPC/IRI가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3~5월 라니냐가 후퇴할 가능성은 86%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지난 3년간 남아메리카 등지의 주요 농산물 생산국에 가뭄을 일으켰다.

비료수급 안정화, 달러화 약세 등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곡물 생산에 쓰이는 질소계 비료의 주 원료가 천연가스인데 최근 들어 가격이 하락해 원가부담이 해소되고 있다. 지난해 100만BTU(열량단위)당 9.5달러를 넘어섰던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현재 3달러 초반대로 내려왔다. 비료 수급이 나아지면 농산물의 작황 품질도 개선돼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올 연말까지 전세계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만한 기후변수가 부재하다"며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미국산 농산물 수출 낙관론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농산물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과 바이오 연료 개발에 대한 농산물 수요가 있더라도 농산물 가격 상승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옥수수, 밀, 콩 가격이 각각 부셀당 6.2달러, 13.5달러, 9.55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인 NH투자증권도 옥수수, 밀, 콩 가격이 각각 부셀당 6~7달러, 7.75~10달러, 13.5~15.5달러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농무부(WASDE)가 발표한 전세계 농산물 수급 전망에서 옥수수와 대두 생산량 추정치가 내려가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농산물 가격의 변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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