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빈의 플랫폼S] '뒷북' 입법이라도…여야 대치 휴전의 순간
2015년 메르스법, 작년 '스토킹 방지법·카카오 먹통' 방지법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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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대형 사건이 터지면 국회의원들과 정당들은 입법 대안에 착수한다.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도 예방하지 못한 사건을 놓고 '뒷북' 정책이라도 내놓는 셈이다.
여야 간 갈등으로 심의대에서 먼지만 쌓여있던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되기도 한다. 급속히 쏠린 시민들의 시선과 문제의식이 여야 간 갈등 조정의 촉매제가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선 필요한 조치다.
지난 1년여간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카카오 먹통' 사태 등이 터졌을 때 재발방지책 마련은 시급한 현안이 돼 왔다.
대형 사건 및 이슈에 대한 입법 대안에는 여야가 합심하는 경우가 꽤 있다. 국회가 대립과 갈등으로 공전하다가도 대형 사건과 관련한 법안만은 처리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응에서 'K-방역'의 핵심 법적 기반도 이런 경우로 만들어졌다.
바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다. 2015년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여야의 논의 속에서 발의됐다. 이 때문에 '메르스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향후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으로, 신속 추적 관리 체계의 근거를 담아놓았다.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문제로, 여야 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국면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그해 6월 25일 본회의에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본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법안이 60여 개에 달했지만, 감염병예방법 개정안만 '원 포인트'로 통과된 것이었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도 여야가 예산안과 부수 법안 통과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지만, 스토킹 방지법 제정안은 상임위 심의를 무난히 거치고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지난해 9월 서울 신당역에서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벌어진 뒤에서야 법안이 탄력을 받았다. 스토킹 예방 방안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제야 입법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전에도 관련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입법부의 발걸음이 더디기만 했다. 역시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국민적 이목이 쏠리자 여야 간 협의에 속도가 붙었다.
정기국회에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서도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일명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통과됐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사업자 범위에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도 추가한 법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직후 여야 모두 해당 법 발의를 약속했다. 논의 과정에서도 큰 진통 없이 법안 심의가 진행됐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이었다. 20대 국회 당시인 2020년엔 일부 의원만 찬성했고 여야 의원 대부분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막혔던 법안이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지만, 아직 재발 방지대책을 담은 법이 통과되지 않은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폭풍' 인기를 끈 뒤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향상을 위한 특수교육법 등이 발의됐지만, 아직 심의 중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의 경우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입법 조치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붕괴 참사 후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부분 상임위에서 잠자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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