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여수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처럼 통행료 낸다고?
기존 자동차도로 교량 12개, 터널 4개…확장 '불가'
'고속도로 승격' 정기명 시장 공약이지만 사실상 폐기
여수 고속도로 신설하면 1조 9000억 원 소요
타당성 용역서 '경제 논리'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단이 위치한 전남 여수는 10만 이상 도시 중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새해들어 여수 지역 정치권에서는 고속도로 신설 논의가 활발하다.
여수 고속도로 신설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지역의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행정구역상 구별되어 있지만 여수와 순천은 이미 하나의 경제 생활권인데 고속도로가 생길 경우 통행료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에 전남CBS는 설 명절을 맞아 순천과 여수 지역의 현안을 떠오른 고속도로 신설 문제를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을 풀어보는 '팩트체크'를 마련했다.
주철현 "자동차전용도로 승격 말한 적 없다" '대체로 거짓'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전남 여수갑)은 지난 18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여수 고속도로 추진 용역비 확보 등 주요 의정활동 성과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주 의원은 "국회 예결특위 위원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을 끈질기게 설득해 여수 고속도로 추진을 위한 용역예산을 확보했다"며 "'고속도로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여수시민의 자긍심을 회복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홍보했다.
질의응답에서 주 의원은 "마치 제가 (국도 17호선) 순천~여수간 전용도로를 확장해서 고속도로로 쓰는 안을 말하고 다닌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런 안도 있고 저런 안도 있다. 결국 노선은 국가에서 결정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거짓이다. 주 의원이 여수 고속도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9월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다.
주 의원은 "전국에서 인구 10만 이상 도시 중 고속도로가 없는 도시는 여수밖에 없다"며 "여수 고속도로는 지역사회의 숙원인 만큼, 신설이든 기존 전용도로 승격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여수지역사회 및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의정활동 홍보 자료를 통해 '완주-순천 고속도로~국도 17호선(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연장 사전타당성 용역 3억 확보'를 성과로 내세웠다. 국비로 확보된 용역비 제목 자체에 '국도 17호선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연장 사전타당성 용역'이라고 명시했다.
기존 전용도로의 승격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만큼 "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을 말한 적이 없다"는 주 의원의 발언은 '대체로 거짓'이다.
여수시장 인수위, 전용도로 고속도로 승격 추진 '사실'
여수 고속도로 건설은 주철현 의원의 의정 활동에 앞서 민선8기 정기명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됐던 사안이다.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활동 초기부터 국도 17호선 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승격 추진을 핵심 과제로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인수위는 또 활동을 종료하면서 해당 내용을 제안사항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인수위가 고속도로 신설이 아닌 자동차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을 추진한 것은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성 논리다.
동순천IC에서 여수 화양 구간까지 기존 도로와 분리되는 우회도로, 입체화 등 도로개설이 필요하지만 1조 9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된다.
결과보고서에 이런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인수위는 "경제성 부족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지정 등 추진 여건이 미흡한 상황에서 여수시가 고속도로 신설 입장을 지속할 경우 향후 상당기간 고속도로 건설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도 17호선 자동차전용도로는 제한속도가 90㎞로 계획되어 고속도로 수준의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부구간 개량사업이 필요하다"면서 "고속도로 승격시 통행료 부담에 따른 민원이 예상되므로 통행료 산정과정에서 도로 승급 특수성을 감안한 통행료 조정 방안 강구한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또 "경제성 확보, 중앙정부 설득 논리 등에서 우수한 국도17호선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여수시가 조기에 고속도로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까지 밝혔다.
순천~여수 전용도로 고속도로 승격 가능 '거짓'
그러나 이처럼 정기명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검토에 나섰던 전용도로 고속도로 승격안은 임기 1년도 안돼 사실상 폐기됐다.
그 이유는 두가지. 먼저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하려면 현재 차로를 3.5~4.5m 가량 가로변을 넓혀야한다. 문제는 이 구간에 교량이 12개, 터널이 4개에 달하는 만큼 가로변 확장은 불가능에 가깝고 사실상 신설에 버금가는 예산이 수반된다.
또 한 가지는 인수위원회 검토 당시에도 우려했던 통행료 지불에 따른 민원이다. 현재 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하면 1km 당 44원. 기본료 900원을 포함해 최소 편도 18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는 공짜로 여수와 순천을 오가는 시민들이 왕복 하루 3600원, 한달이면 13만 원, 1년이면 15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구역상 구별되어 있긴 하지만 여수와 순천은 이미 하나의 경제 생활권으로 묶여 있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오고가는 상황에서 통행료를 부과하게 된다면 큰 저항에 부딪힐게 뻔하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전남 여수을)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자동차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짚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순천-여수 자동차전용도로는 시민들께서 지금 돈(통행요금)을 안내고 다니는데, 고속도로로 승격되면 돈을 내야 해 왜 승격시켜야 하냐고 저한테 항의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민심을 전했다.
이어 "요금징수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는 도로폭 규정도 다르고, 고속도로는 갓길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 여순 자동차도로는 갓길을 내려면 교각을 세우고 산을 깎아내고 해야 해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오히려 예산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여수시 주무부서는 현재 자동차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 안은 완전히 배제시켜 놓고 다른 대안을 검토 중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전용도로의 고속도로 승격 안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동순천에서 용전IC까지 8km 정도만 고속도로를 신설해서 기존 국도에 연결하자는 안과 기존 국도 17호선을 놔두고 죽림까지 연결하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 고속도로 성사는 결국 돈 문제 '사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완주-순천 고속도로~국도 17호선(자동차전용도로) 고속도로 연장 사전타당성 용역비 3억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해 주철현 의원은 "국가산단이 있는 여수에 고속도로조차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존 순천여수자동차전용도로를 고속도로로 승격시켜 주거나 아니면 여수행 고속도로를 신설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주 의원은 "올해 국토부에서 3억 원 용역비를 세웠기 때문에 도로공사에서 전문가 용역 거쳐 최적의 노선을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회재 의원도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2012여수엑스포 당시 자동차전용도로로 할거냐, 고속도로로 할거냐는 공론화를 거쳐 결정된 사안인데 이제 와서 또 다시 시민 의견을 물을거냐"면서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전용도로가 고속도로로 바뀐 데가 한 군데도 없기에 승격시킬 게 아니라 자동차전용도로는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여수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자동차전용도로 승격도 새 고속도로 신설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선 용역을 해보고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고 건의했다"면서 "10억 원의 용역비를 요청했지만 3억 원만 세워졌다"고 말했다.
순천~여수 간 자동차전용도의 고속도로 승격이든, 새로운 여수 고속도로 건설이든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용역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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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최창민 기자 cc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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