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지자체 58곳 소아청소년과 0곳…병원 찾아 삼만리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2023. 1. 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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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226곳 중 58곳에 소아청소년과 '0'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올해 16.6%
전공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위급' 환자 다룰 의사 줄어드는 것
힘들지만 돈 안되는 현실적 이유…유인할 지원 필요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어린이, 임신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21일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어린이가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류영주 기자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아이가 콧물을 훌쩍거려서 동네 소아청소년과에 갔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많아지고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전공의들이 없어 대란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나는데요. 소아청소년과 대기인원이 많아서 평일에도 '오픈런', 즉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뛰어가야 한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기줄은 소아과 기피현상의 영향일까요? 하는 게 오늘의 주제입니다.

소아과 5년간 662곳 줄어?…순감(純減)은 61


◇조태임 > 이 기사가 처음 보도됐을 때, 좀 충격적이었어요. 소아과, 요새는 소아청소년과라고 하죠. 아이들 아프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얼마나 줄었다는 거에요?

◆ 선정수 >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최근 5년 간 소아과 662개, 산부인과 275개 사라져"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송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통계와 함께 "2022년 2분기 현재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매우 낮지만 출산과 보육여건마저 지역적 편차가 크다"며 "출산과 보육취약지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자료는 '히트'했는데요, 최근까지 여러 언론들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진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조태임 >어떤 보도들이 있었나요?

◆ 선정수 > 서울신문은 지난 11일자 <"평일에도 '오픈런'해야"… 소아과 진료 대란 우려 커진다> 기사를 통해 "병원 크기나 지역에 따라 대기인원은 달랐지만, 소아과 진료를 위해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최근 5년간 662곳의 소아과가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 영향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MBC PD수첩도 17일 <필수 의료분야 전공의 부족과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라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동네 소아과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폐업한 소아청소년과만 662곳"이라고 보도합니다.

◇조태임 > 그럼 5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662곳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에요?

◆ 선정수 > 그렇지는 않습니다. 5년 동안 662곳이 폐업한 것은 맞는데 새로 개원한 곳도 있거든요. 그래서 개원과 폐업을 합쳐서 계산해보면 5년 동안 61곳 줄어든 걸로 집계됩니다.

진료과목별 동네 의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건강보험통계'의 '시군구별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09년 1/4분기 기준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2119곳이었습니다. 지난해 3/4분기에는 2129곳이었습니다. 14년전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10곳 늘어난 거죠.

◇조태임 >아…새로 개원한 병원은 포함이 안 된 거군요. 14년 전과 비교해보면 10곳 늘어난 거고, 5년 전과 비교하면 61곳 줄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줄어든 건 아니네요.

그렇지만, 코로나 때문에 감기 환자들이 줄어서 소아청소년과가 어려워졌다 이런 말이 있었잖아요
그럼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 선정수 > 2020년 1/4분기에는 2212곳이었다가 지난해 1/4분기 2014곳으로 저점을 찍고 3/4분기에는 2129곳을 기록합니다.

2020년 초에 비하면 83곳 줄어든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소아과들이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진료 과목보다 비급여 진료 항목이 적기 때문에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거든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마스크 잘 쓰고 손씻기 잘하고 사람 많은데 안 가면서 감기 환자가 확 줄었죠. 그래서 일선 소아청소년과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뉴스톱 제공



◇조태임 > 지역별로 편차가 클 것도 같은데요. 수도권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도 많고 아이들도 많으니까. 소아청소년과도 덜 줄지 않았을까요?

◆ 선정수 > 시도별로 2020년 이후 소아청소년과 의원 증감을 살펴봅니다. 서울(494→454), 인천(147→141), 경기(686→663) 지역에서 감소세가 나타났습니다. 부산(133→136), 충북(51→55), 충남(62→66), 제주(32→34)는 오히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늘어났습니다. 장기간으로 보면 감소세가 맞지만 최근 1년을 보면 소아청소년과가 약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자체 58곳은 소아과 0…필수의료 사각지대


 ◇조태임 > 의외네요. 수도권은 줄고 비수도권에서 늘어났다. 그런데 아이들이 많지 않은 지역에는 소아청소년과도 없을 것 같은데요.

◆ 선정수 >네 비수도권 지역이라도 인구 구조에 차이가 있고, 세대별 유출입 현황도 다를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가 226곳인데요. 이 중 58곳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인천 옹진, 경기 가평, 연천, 강원 고성, 양구, 양양, 영월, 인제, 정선, 철원, 평창, 화천, 충북 괴산, 단양, 보은, 영동, 충남 예산, 청양, 태안, 전북 고창, 무주, 순창, 임실, 장수, 진안, 전남 강진, 고흥, 곡성, 구례, 담양, 보성, 신안, 영광, 영암, 완도, 장성, 장흥, 진도, 함평, 해남, 경북 고령, 군위, 봉화, 성주, 영덕, 영양, 울릉, 울진, 의성, 청도, 청송, 경남 고성, 남해, 산청, 의령, 하동, 함안, 합천>

◇조태임 >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곳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없지는 않을텐데 그럼 아이들이 아프면 어떻게 하죠?

◆ 선정수 > 소아청소년과가 아닌 내과 등 다른 진료과 의원으로 가거나,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가까운 다른 도시로 가는 거죠.

◇조태임 > 수도권 지역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어든 걸로 나타나는데요. 그렇게 많이 줄어들지는 않았단 말이죠. 2020년 초와 비교하면 10% 이내 정도인데요. 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대기줄이 이렇게 길어졌을까요?

◆ 선정수 > 감기, 독감, 코로나19가 특정 지역에서 한꺼번에 유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몰렸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1~6세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총 진료환자수Ⅹ1000)은 2022년 49주차엔 13.2에 그쳤지만 53주차엔 67.1로 급증했습니다.

7~12세 연령층은 같은 기간 29.0에서 154.6으로, 13~18세는 58.1에서 133.7로 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12월 19세 이하 확진자 규모가 전월에 비해 커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태임 > 코로나는 확산세가 줄었다고 방역당국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곧 있으면 실내 마스크 의무화도 해제할 것 같은데요. 독감은 어떤가요?

◆ 선정수 > 좀 더 관찰을 해봐야겠지만 독감 유행도 연말을 기준으로 한 풀 꺾이는 추세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환자 쏠림 현상은 곧 진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아과 '오픈런'이라지만….전공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실


◇조태임 > 그런데 지금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건 사실인가요. 이게 어찌 보면 가장 심각한 문제인거잖아요?

◆ 선정수 >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2019년 80%로 감소한 지원율은 2020년 74%, 2021년 38%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27.5%까지 떨어졌습니다. 2023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에는 199명 모집에 33명이 지원했습니다. 16.6%입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필요한 전공의 100명 가운데 16명만 충원됐다는 뜻이죠.

◇조태임 > 전공의라면 종합병원 레지턴트 의사 아닌가요?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인턴과정을 이수한 사람(가정의학과의 경우에는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일정 기간 수련 병원 또는 수련 기관에 전속되어 전문과목 중 1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수련하는 의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공


◇조태임 >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기나요?

◆ 선정수 > 장기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가 중병에 걸려 상급종합병원을 찾아가도 치료해 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거죠.

단기적으로는 전공의가 거의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야간당직, 검사실부터 업무가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교수진들이 야간당직에 투입되기 시작하고, 결국엔 주간 외래진료에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인력이 부족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조태임 >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아픈 아이들이 가서 치료를 받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군요. 그런데 소아청소년과를 의사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요?

◆ 선정수 > 힘든데 비해서 돈이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렇게 진단합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초 저출산과 비정상적인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어려운 환경에서 대량진료에 의존해 왔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40% 진료량 격감으로 지역거점 1차 진료체계 붕괴가 진행되며, 미래비전의 상실과 생명을 다루는 노동집약적 필수 진료과에 대한 보상지원이 없어 필수의료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최악으로 악화하고 있다"

◇조태임 > 아이 낳고 기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데요. 최소한 아픈 아이들이 제때에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선정수 > 지자체별로 다자녀 출생시 현금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해결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입니다.

◇조태임 > 우리나라가 의료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하지만, 치료해줄 의사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비인기 과목, 필수진료 과목으로도 유인할 수 있는 그런 대책 마련 너무너무 절실해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지금까지 모아모아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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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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