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근무 반갑다”…6년 만 흑자 쌍용차 현장 가보니
"이번 설은 조카나 동생들한테 용돈도 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진하 쌍용자동차 조립 1라인 공장이 '쌍용자동차' 문구가 박힌 작업복을 만지며 말했습니다. 박진하 공장은 엔진 같은 부품이 장착된 차체에 타이어를 끼우는 건 물론 냉각수와 오일을 주입하고 시동을 걸어보고 검사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쌍용차가 고객에게 가기 전 사실상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가 출고될 때마다 마치 자녀를 키워서 사회로 내보내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 일만 28년째이지만 요즘에는 가족들에게 회사 자랑이 하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3년 만에 내놓은 신차가 6개월 만에 2만 대 넘게 팔린데다 새 주인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박 공장은 "요즘 차가 잘 나가서 기분이 너무 좋다"라며 "소중한 기회인 만큼 몸은 좀 힘들지만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고대기만 4개월…설 연휴에도 '공장은 돈다'
설을 앞두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았습니다. 차체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끊임없이 이동해 오고, 노동자들은 차체에 부품을 설치하느라 손은 분주했지만 표정은 밝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오후 4시면 불이 꺼졌습니다. 법정관리 속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주간 2교대를 1교대로 바꾸고 무급 순환 휴직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학원비, 대학 등록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벗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야 했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7월, 토레스를 출시한 이후부터 입니다. 다시 2교대로 전환하고 요즘엔 잔업 2시간에 주말이면 특근을 하다보니 새벽, 주말 할 것 없이 공장 불이 켜져 있습니다. 활력을 되찾은 겁니다.
토레스뿐 아니라 쌍용차의 첫 전기차도 활력을 더 하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코란도 기종에 엔진 대신 모터를 달고, 차체 하단에 배터리 팩을 장착하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있지만 쌍용차에겐 '미래'에 대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쌍용차는 SUV명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만 출시해왔는데 지난해 초 처음으로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선보이면서 전기차 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수급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노동자들의 걱정과 실망이 컸습니다.
29년째 조립 1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원유상 기술수석은 "기대한만큼 걱정이 컸다"라며 "지금은 배터리 수급 문제가 해결돼서 다행이고, 보람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 기술수석은 "이번 설 연휴에도 특근이 잡혀있다"라며 "기다려주시는 고객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께 하루 빨리 차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번의 법정관리, 5번째 주인 맞이한 쌍용차
쌍용차는 법정관리만 두 번을 겪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쌍용에서 대우로, 채권단에서 다시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로 주인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돼 1988년 쌍용차라는 이름을 달고 지금껏 달려온 쌍용차의 굴곡진 역사입니다.
회사가 부침을 겪으면 노동자들의 삶에도 굴곡이 집니다. 2009년 첫 번째 법정관리를 겪으며 쌍용자동차는 직원의 40% 가까운 2646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공장에 남아 맞섰고 77일 동안 옥쇄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후 3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해고자가 복직했고, 2020년 5월 마지막 해고자들이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으쌰으쌰' 다같이 힘을 내보자고 다짐한 것도 잠시,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휘청했고 2021년 4월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SUV 강자에서 전기차로…'쌍용차' 사명, 역사 속으로
쌍용차는 지난해 8월 KG그룹에 인수됐습니다. 5번째 주인을 맞은 겁니다. 이어 지난해 11월 두 번째 법정관리를 졸업했습니다. 6년 만에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쌍용차는 오는 3월 35년간 써온 '쌍용'이라는 사명을 버리고 새출발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평택 공장 이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올 하반기에는 토레스 기반 전기차도 출시해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도 올해는 다를 것이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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