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할 수 없게 했던 한 권의 책,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서울문화사 2023. 1.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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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과정 어딘가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꾼 책으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꼽는다. 심지어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이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 이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미래에 살고 있을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레이첼 카슨을 지목했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침묵의 봄>은 미국에서 살포한 살충제나 제초제로 사용된 유독 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과학적 근거를 모아 현재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내놓은 책이지만 건조한 과학서를 넘어선다. 이 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과학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문학적”이라며 트집을 잡기도 하지만, 레이첼 카슨은 이에 대해 “만약 바다에 관한 내 책에 시가 담겨 있다면 그것은 애써 시를 집어넣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를 멀리하고서는 누구도 바다에 대해 진실한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힘은 물론 충격적 진실에서 나왔지만, 그와 더불어 문학적 감동도 적지 않은 몫을 했다. 첫 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마을이 저주에 걸린 것처럼 점점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마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우화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무서운 진실을 우리 앞에 짧고 강렬하게 펼쳐 보여준다.

레이첼 카슨은 1907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잘 썼던 그는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현 채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전공을 생물학으로 바꿨다. 이어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해양생물학 석사학위를 마쳤지만 돈이 없어 박사과정으로 이어갈 수 없었다. 미국 어업국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는 이곳에서 해양 어류를 조사하며 교육용 라디오 프로그램 원고와 잡지 기고용 기사들을 썼다. 발표한 글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그는 해양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출간한다.

두 번째로 쓴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무려 81주간이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후에도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그중 가장 큰 반응을 일으킨 것은 <침묵의 봄>이었다. 이 책이 고발한 살충제의 위험성을 섬뜩하게 받아들인 정부와 대중은 환경문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본격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각 주는 DDT(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1970년 닉슨 행정부는 미국환경보호청을 설립한다. 수많은 풀뿌리 환경보호 단체가 생겨난 데도 이 책이 발휘한 힘은 크다.

화학 기업과 농약 제조업체의 맹렬한 비난과 괴롭힘 속에서도 꿋꿋했던 레이첼 카슨은 결국 <침묵의 봄>이 출간된 2년 뒤인 1964년, 56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가 구한 생명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마 우리도 그 속에 있지 않을까?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에디터 : 하은정 | 사진 :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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