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장 베트남·인니 순방 마무리…"역내 안보전략·공급망 협력 강화"
기사내용 요약
아세안 핵심국 베트남·인니 8박 10일
'미중경쟁·공급망 재편…전략 파트너'
"인태전략·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
"베트남 희토류·인니 니켈 협력 강화"
"韓 기업 여건 조성…은행 법인 인가"
"정부 '재외동포청' 설치에 적극협력"
[호찌민·하노이·자카르타=뉴시스] 김승민 기자 = 첫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 김진표 국회의장이 20일 복합 안보·경제협력 강화에 방점을 둔 8박 10일간의 베트남·인도네시아 공식 방문을 마쳤다. 김 의장은 국가 수반·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지는 한편 현지 진출 기업과 동포사회를 수차례 찾아 경제활동을 격려하고 개선사항을 들었다.
김 의장은 새해 첫 방문지로 아세안(ASEAN) 핵심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선정한 취지를 순방 내내 강조했다. 미중간 패권 경쟁, 세계적 공급망 재편의 전환기에서 안보·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동남아라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경제적 우호 수준이 매우 높다. 베트남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최고 수준 양자관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교류 규모로도 한국의 1위 투자국이자 3대 교역대상국·최대 개발협력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을 공동 진행해온 전통적 방산 협력국이자 높은 수준의 양자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한 국가다. 국제적으로는 동남아에서 유일한 G20 가입국이자 아세안의 2023년 의장국이기도 하다.
결국 김 의장 이번 순방은 경제협력 위주의 기존 한-아세안 외교관계를 해상안보·방산·에너지·기술 등 안보 차원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의 행보다.
"안보·방산 협력강화…인태전략·한-아세안 연대"
김 의장은 베트남의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을 만나 "양국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만큼 아세아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협력도 강화해나가야 한다"며 "경제는 물론이고 해양안보나 방산 등 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협력이 더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베트남 국가 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서도 "아세아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 파트너 베트남과의 협력을 중시한다"며 "한-아세안 대화조정국인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한 인태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한-메콩 협력의 진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팜 밍 찡 베트남 총리가 남중국해상 중국과의 긴장 상황을 언급하자 김 의장은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유엔 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이 존중되고, 항행과 항공의 자유가 보장되는 '규칙 기반 해양질서' 수호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동남아 국가들과 해양안보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인도네시아를 찾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에게 "동남아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유일한 국가이며,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을 위한 핵심 파트너"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의장국으로서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아세안의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 발신을 주도해달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 노선의 외교를 견지해왔지만, 북한 핵 문제는 아세안 차원의 역내 안정을 해치는 사안이기도 하므로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또 공급망 협력에 관해 베트남에서 "강대국 경쟁이 심해지면서 공급망이 교란돼 불안정성이 증대됐다"며 "재작년 요소수 대란 극복 과정에서 베트남의 신속 협력에 감사드리며, 희토류 개발 등 양국간 논의되는 공급망 협력이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긴밀히 협의해달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핵심 광물 보유국이자 대(對)한국 광물 자원 4위 공급국이고, 한국은 채굴과 정·제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지난해 양국이 체결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를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밤방 수사티요 인도네시아 국민평의회 의장은 "니켈 개발 사업을 위해 한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며 "정부간·기업간 협력 강화를 위해 의회 차원에서 지원해나가겠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자카르타 동포 간담회에서 "방산, 건설 수출, 인프라 투자, 미중갈등 속 공급망 재편, 아세안 의장국 등 핵심 파트너 국가가 인도네시아"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주력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니켈의 1위 생산국이다.
"비자·노동허가 신속발급…기업활동 원활해야"
국가 차원에서는 베트남·인도네시아와 최상급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실제 기업 투자에는 애로사항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양국 동포 사회와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현지 법인을 두루 만났는데, 주로 나온 건의사항은 비자·노동허가와 사업 인허가 지연 등 노동·경영상 어려움이었다.
김 의장은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에게 "베트남 방문 외국인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은데, 비자 발급이나 노동허가서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발급될 수 있도록 협력했으면 한다"며 "하노이 지하철 3호선 사업과 롯데몰 등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이 공사 인허가가 지연돼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베트남에 금융기관 인가도 요청했다. 그는 찡 총리에게 "지금 최상에 있는 양국 교역 투자 증진을 위해 기업들의 원활한 활동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지금 기업은행·산업은행·농협 등이 법인화를 신청하고 있는데 조속히 인가가 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전했다.
이에 찡 총리는 "외국 금융기관 법인 지점 설립은 불량대출저감 및 금융기관 개편 프로그램에 따라 공동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니 특수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조코위 대통령에게는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세계 7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 목표 달성에 우리 기업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현대차가 전기차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조만간 LG와의 협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구체적 예시를 들며 '보건의료·디지털전환·디지털금융' 3개 분야에서도 새롭게 협력해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김 의장은 베트남에서 한국 최대 규모 무상원조 사업이자 양국 기술협력의 상징 격인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 준공식에 참석해 "한국의 협력사업은 건물을 지어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VKIST가 한-베간 과학기술 협력의 핵심 교두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속적 지지와 성원을 보낼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김 의장은 양국 정부·의회에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지지도 일관되게 호소했다. 베트남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찡 총리는 "특히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적극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정치적 신뢰에 걸맞게 엄숙히 검토하고 빨리 회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민 자랑스럽다…재외동포청 설치 적극협력"
김 의장은 하노이 동포 만찬에서 "베트남에 올 때마다 동포들, 한국 진출 기업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베트남은 대한민국에게 모든 면에서 4강 정도 되는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카르타 동포 만찬에서도 "인도네시아 동포 사회는 정말 어려운 여건에서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셨던 초기 교민 사회가 원동력이 돼 오늘날 2600~2700개의 기업이 노동자 100만 명을 고용하는 큰 사회로 성장한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정부는 해외 180개국 730만 재외동포사회 발전을 위해 재외동포청을 설치하고 재외동포기본법을 제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머지않아 재외동포청이 신설될 계획임을 강조했다.
김 의장 순방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전재수·김회재 의원과 국민의힘 유상범·이종성 의원이 동행했다. 고재학 국회의장공보수석, 서진웅 정책기획비서관, 조구래 외교특임대사, 황승기 국제국장 등이 김 의장을 보좌했다.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와 이상덕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김 의장을 수행하며 현지와 다리를 놨다.
동남아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 의장은 오는 3월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오스트레일리아 5개국 협의체)' 국회의장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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