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만든 '개원의 플랫폼'...투자혹한기에도 100억 뭉칫돈

남미래 기자 2023. 1.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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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 의료인 커뮤니티 '인티그레이션', 100억 시리즈B 투자유치

[편집자주]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송언의 데니어 대표(좌), 정희범 메디스트림 대표/사진제공=인티그레이션


"세금 신고는 어떻게 하지?" "매장 인테리어는 어디서 하는 게 좋을까?"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고충은 자영업자와 다를 바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의사와 치과의사 10명 중 8명은 동네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다. 개원의는 진료도 보면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의사와 자영업자 그 사이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진료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진료를 보면서 병원을 운영하기도 바쁜데, 새로운 임상정보도 파악하며 의료의 질도 높여야 한다. 이 모든 걸 개원의 혼자서 하기엔 역부족이다. 병원을 운영하며 겪는 고민도 나누고 다른 병원들은 어떤 의료기기를 어디서 구매하는지도 궁금하다.

정희범·송언의 대표가 의사 가운을 벗고 개원의 커뮤니티 플랫폼 인티그레이션을 창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의범 대표는 한의사, 송언의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인티그레이션은 한의계·치의계 필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추정 매출은 14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TBT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A벤처스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의료기기 공동구매로 30% 절약" 이커머스로 확장한 커뮤니티
한의학 커뮤니티 플랫폼 메디스트림의 서비스/사진제공=인티그레이션

인티그레이션은 현재 한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메디스트림', 치과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모어덴', 치과위생사 커뮤니티 플랫폼 '치즈톡'을 운영하는 메디테크 스타트업이다. 정 대표와 송 대표는 각각 메디스트림과 모어덴을 운영하다 개원의로써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2021년 회사를 통합했다. 통합 후에는 '치즈톡'도 출시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입률도 상당하다. 현재 전체 한의사·한의대생의 72%가 메디스트림에 가입했다. 모어덴은 출시 1년 반 만에 치과의사·치대생의 45%가 이용하고 있다. 치즈톡도 치위생사·치위생과 학생의 23%가 가입했다. 가입자 활성화 지표(Stickiness)도 30%에 달할 만큼 업계 관계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인티그레이션은 단순한 개원의 커뮤니티가 아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강의 플랫폼 △이커머스 △경영지표관리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온·오프라인 강의에서는 세무·노무관리 등 경영관리부터 최근 임상증례 등 의학 정보까지 다룬다. 한의사 플랫폼에만 도입한 경영분석 툴은 매출, 진료액부터 상권분석, 고객 후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의료기기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공동구매도 진행한다. 구매단가를 줄이는 대기업의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의료기기 생산업체도 한번에 대량으로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고 개원의는 중간 유통마진을 절감해 10%~3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인티그레이션 시리즈B 투자를 리드한 김동오 TBT파트너스 이사는 "커뮤니티에 국한하지 않고 교육,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한의계·치의계의 독보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고객 니즈 파악과 빠른 실행력…'투자혹한기' 뚫은 비결
치의학 커뮤니티 플랫폼 모어덴의 서비스/사진제공=인티그레이션
여타 플랫폼과는 다른 인티그레이션의 성장 방식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보통 플랫폼들은 막대한 홍보, 마케팅 비용을 들여가며 성장하지만 인티그레이션은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다. 창업자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개원의의 페인포인트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인티그레이션은 개원의의 니즈를 충족한다는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팀"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로드맵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인티그레이션의 빠른 실행력도 높게 평가했다.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확장하는 데에는 통상 1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인티그레이션은 출범 4년여만에 커뮤니티부터 교육, 이커머스, 경영 솔루션, PB(자체 브랜드)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김 이사는 "투자자에게 제시한 로드맵을 실제로 달성하고 매출로 이어지는 성과를 내는 건 일반적인 스타트업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정 대표와 송 대표는 이를 실제로 만들어 냈다"며 "의료인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회사의 비전에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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