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후보 제한없다"더니…'CEO 경력자'만 남은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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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압축한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은 사실상 CEO(최고경영자) 경력을 가진 인사로만 채워졌다.
앞서 우리금융 임추위는 외부 자문회사(헤드헌터사) 2곳에 후보군 추천을 의뢰하면서 'CEO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로 대상을 제한해 논란을 낳았다.
임추위가 우리금융 내부 현직 CEO나 금융사 CEO 경력이 있는 외부 유력 인사를 염두에 두고 후보 자격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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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압축한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은 사실상 CEO(최고경영자) 경력을 가진 인사로만 채워졌다. 'CEO 경력'을 가지지 않은 인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해명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CEO 경력'을 후보군 조건으로 제한한 셈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 18일 이원덕(61) 우리은행장, 박화재(61)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60)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60)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60)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 5명과 임종룡(63)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60)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동연(61)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 3명 등 총 8명이 롱리스트로 선정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연임을 포기하면서 7~8명의 외부 인사들이 1차 후보군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외부 후보는 3명만 포함됐다.
게다가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군은 사실상 모두 CEO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 사장만 CEO를 지내지 않았으나 우리금융 계열사 사업을 지두지휘하고 있어 사실상 CEO로 분류된다. 외부 후보군 중 임 전 위원장은 NH농협금융 회장을 지냈고, 김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출신이다. 의외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전 사장은 우리금융 IT 관련 소규모 자회사인 우리FIS 사장을 지냈다. 'CEO 경력자'를 기준으로 후보를 추린 셈이다.
실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 중 CEO 경력이 없으면 모두 롱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남기명 전 우리은행 총괄부문장(수석부행장), 장안호·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이다.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CEO를 지낸 인사들도 거의 배제됐다.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외부적으로 롱리스트까진 무난하다고 봤던 분들도 배제됐다"며 "1명도 포함이 안 된 건 의외"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 임추위는 외부 자문회사(헤드헌터사) 2곳에 후보군 추천을 의뢰하면서 'CEO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로 대상을 제한해 논란을 낳았다. 임추위가 우리금융 내부 현직 CEO나 금융사 CEO 경력이 있는 외부 유력 인사를 염두에 두고 후보 자격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만에 하나 특정 후보군을 제한하는 기준을 두고, 제한을 두는 것을 통해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임추위는 논란이 이어지자 "CEO 경력이 없어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며 사실상 제한 조건 철회 방침을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됐다. 특히 CEO 자격 제한으로 후보자 선정 과정의 폐쇄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금융사 CEO 인선에서 개방성을 강조했는데도 CEO 이력을 핵심 요건으로 한 건 폐쇄적"이라며 "다른 금융사에는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그룹 회장으로서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주 회장은 CEO들의 CEO이기 때문에 CEO를 지냈는지 여부가 중요 조건이 되는 건 이상하지 않다"며 "역량 검증 기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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