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사치품 공급' 美서 재판받은 북한 사업가 곧 '추방'될 듯

美 법원, 2년 전 미국으로 신병 인도된 문철명에 당초 예상보다 적은 형량 선고

북한 인공기.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북한전문기자 = 동남아시아에서 자금세탁과 북한으로의 사치품 공급을 담당한 혐의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던 북한 국적의 사업가가 곧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는 21일 2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재판에 넘겨진 북한 국적의 문철명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지난 20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문씨는 말레이시아에서 구속된 시점부터 미국으로 신병 인도 뒤 구치소에 수감돼 현재까지 복역한 기간을 '최종 징역 형량'으로 선고했다.

이에 따라 문씨는 석방됐다. 다만 미국이 해외에서 신병이 인도된 범죄인은 형량을 채운 뒤 추방하도록 하고 있어 문씨는 미국 내 수감시설에 일정기간 더 머문 뒤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씨는 말레이시아에서 무역을 담당하다 지난 2019년 미국 수사당국의 요청을 수락한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미국의 금융체계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북한으로의 사치품 공급 등이다. 이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모두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 미국 수사당국의 판단이었다.

앞서 미 연방검찰은 지난 9일 문씨에게 121개월에서 151개월의 중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문씨가 미국의 금융기관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았고, 전과가 없으며 57세의 문씨가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구형보다 훨씬 적은 형량을 선고했다.

문씨 측은 지난해 '알포드 플리'(피고가 범죄 혐의는 부인하지만 범죄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형량을 합의하는 방식)로 자신의 5개 혐의를 시인했다. 이는 '무죄 주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재판부로부터 형량을 일부 삭감 받을 길을 열어둔 것인데, 결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문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 됐다.

아울러 법원은 문씨가 거래한 물품이 무기가 아니라 사치품이라는 점, 그가 수감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문씨는 이번 선고공판에 출석했으며 재판부의 몇몇 질의에 직접 답을 하기도 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범죄 혐의로 인해 제3국에 의해 미국에 신병이 인도돼 미국 내에서 재판을 받은 첫 북한 국적자의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문씨 관련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이 사건의 추이가 북미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국 문씨가 추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미관계 변수에도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가 어떤 나라로 추방될 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VOA는 전했다. 북한과 미국은 정식 수교를 하지 않아 신병 인도 절차를 밟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가 사업하던 말레이시아도 문씨 사건 이후 북한과 단교한 상태다. VOA는 문씨가 중국으로의 추방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