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화, '몇 등이니' 말고 '어떻게 사니'라고 질문해라"[한판승부]

한판승부 2023. 1. 2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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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에게 반말하는 강의실, 대화와 표현이 늘었다"
"교수-학생 반말하니, 질문할 때 자세가 달라지더라"
"야자타임의 나쁜 경험, 보복 응징, 뒤끝 걱정"
"한국 사회, 새로운 언어 표현 만들려는 노력 절실"
"연포탕 같은 정치 신조어? 헬조선·이생망 같은 고민 부족"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김진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설 연휴를 앞둔 한판클라스 시간입니다. 오랜만에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어른들께 덕담을 하고 말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럴 때 말실수를 하면 안 될 듯하면서 말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말을 안 하는 게 제일 좋다라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 오늘 말에 대한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특히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교수님을 부를 때 교수님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교수님 이름 진해야라고 이름을 불러야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모셨습니다. 강의실 내의 평어 쓰기 실험의 주인공인 경희대학교 김진해 교수를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김진해>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재홍> 진 교수님과.

◆ 진중권> 안녕하세요.

◇ 박재홍> 김 소장님 인사 나눠주시고요. 일단 오시느라 힘드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 김진해> 네. 점점 늘어나서 내비가. . .

◇ 박재홍> 생방송에 잘 도착하신 거 축하드리고. 일단 바로 질문을 드리죠. 정말 우리 교수님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이 교수님의 성함, 이름을 진해 혹은 진해야 이렇게 부릅니까?

◆ 김진해> 진해야라고는 안 하고요. 진해라고는.

◇ 박재홍> 미국 교수같이?

◆ 진중권> 미국식이죠.

◆ 김진해> 그런 식으로 합니다.

◆ 김성회> 고양에 있는 국회의원 이용우 의원이었나요. 거기도 자기 영어 이름이 얀이라고 하고 다음, 카카오에 있을 때부터 썼고 의원실에서도 얀으로 부르는 걸로 저희가 들었는데 실제로 하는지는 제가 보지를 못했습니다마는 약간 비슷한 실험 종류의 실험인 것 같네요.

◇ 박재홍> 조정훈 의원도 정훈님. 이 정도로.

◆ 진중권> 그런데 야는 불러도 별 부담감이 없는데 진해 이건 좀.

◇ 박재홍> 그러니까 미국 강의실에서는 헌팅턴이라고 하면, 헤이, 헌팅턴, 프로페서 헌팅턴, 혹은 헌팅턴 이렇게 부를 수도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게 또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경어쓰기에 습관화돼 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이거 괜히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학생들이 잘 적응을 합니까?

◆ 김진해> 되게 좋아하고 재밌어하고 그래요.

◇ 박재홍> 재밌어 해요? 들으시는 교수님 마음은 편하세요?

◆ 김진해> 저도 좋죠. 한번 해 보십시오.

◇ 박재홍> 진해?

◆ 진중권> 제가 한글학교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쳐봤잖아요. 언어에 따라서 애들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너 이리 와 하면 한국말로 하면 그냥 와요. 찍소리 않고. 그런데 컴 온 하면. 너 이리 와, 독일말로 하면 왜?

◇ 박재홍> 그래요. 그래서 평어쓰기 실험을 한다고 저희가 말씀드렸는데 정확히 이름 호칭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어떤 문장을 말 때도 평어를 쓰는 거죠?

◆ 김진해> 네, 왜냐하면 쉽게 얘기하면 반말인데 이제 반말이 갖고 있는 하대하는 낮추는 그런 기능이 있어서 그걸 약간 제어해 주는 기능으로 우리가 위계를 가장 한국에서 잘 나타내는 게 호칭이잖아요. 그다음에 이제 존댓말이냐 반말이냐, 이런 건데 그래서 호칭은 그냥 이렇게 매우 중성적인 방식으로 채택한 거고요. 그리고 반말을 쓰는 거죠. 진해, 궁금해, 이거 뭐야, 그렇게 질문하는 거죠.

◆ 김성회> 강의실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은 다 처음부터 평등한 사이였고 교수님 한 사람하고만 약간 수직관계가 있는 상태였던 거라서.

◆ 김진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이 예전같이 강의 외의 활동이나 관계 이런 것들이 좀 왕성했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 같은 과여도 한 학년 차이면 서로 존댓말 쓰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학과 규모가 좀 큰 데서는 같은 학년인데도 잘 모르고. 그러면 같은 학번이나 같은 학과인 줄 알았는데도 존댓말을 씁니다. 그러니까 그런 약간의 문화 차이가 있어서 학생들 내부에서도 그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평등하다거나 친밀하다거나 그렇게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평어쓰기라고 하는 게 교수와 학생 간의 어떤 평등한 관계도 모색하는 거지만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 김성회> 상호 존대도 있고 상호 평어도 있을 텐데 평어로 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 김진해> 존대라고 하는 건 제가 비유를 하자면 존대나 존대법이라고 하는 건 2층집 같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1층은 반말이 있고 2층은 존대가 있는 거고 그래서 존댓말을 쓰니까 서로를 예의바르고 존경하는 거기는 한데 존댓말의 기반은 1층에 있는 반말이거든요. 반말이 없다, 1층이 없으면 2층이 없는 거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존댓말을 써서 서로 예의를 차린다라고 하는 것은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도 많이 겪어봤을 텐데 대학생이라면 친한, 강의실에서는 존댓말을 쓰는 선생님도 조금 친해지면 식사자리나 사적자리에서는 이봐, 반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학생들은 여전히 존댓말을 쓰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는 존댓말은 여전히 반말의 뒷면이다. 반말을 항상 갖고 다니는 거라서 반면에 평어는 1층집 같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더 시끄럽죠. 1, 2층이면 그냥 보기 싫으면 2층에 올라가 있으면 되는데 1층은 앞방에서 떠드는 것도 들리고 서로 신경도 써야 되고 좀 더 상대를 의식해야 되는 거고 그런 면에서 조금 성격이 다른 거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그렇게 평어 쓰기를 주장을 하셨는데 이를테면 강의실 내 원칙 두 가지가 있다고 해요. 모든 의사표현은 반말로 한다. 호칭은 이름으로 통일한다. 중권, 성회, 재홍, 이렇게 한다는 거죠?

◆ 김진해> 그렇게 재홍, 이러지는 않고요.

◇ 박재홍> 이렇게까지 우리가 이걸 하자고 주창을 하시는 건데. 뭐가 좋은 겁니까?

◆ 김진해> 여러 면에서 좋습니다. 일단은 학생들이 이전에 비해서 훨씬 말의 횟수나 아니면 거리낌 없음 이런 것들이 많아졌고요.

◇ 박재홍> 표현을 더 잘하게 된다?

◆ 김진해> 표현을 훨씬 많이 합니다. 많이 하고 어찌 보면 선생과 학생의 관계라고 하는 게 아무리 친해도 기본 구도라고 하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 박재홍> 권력관계.

◆ 김진해> 권력관계. 한 측은 뭔가 아는 사람이고 한 측은 모른다라고 가정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관계인데 평어가 그걸 많이 허물어드립니다.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 선생 입장에서 봤을 때도 학생들에게 이전에도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 질문은 내심 답을 정해 놓은 질문이거든요. 답으로 가기 위한 질문을 해 놓고 졸지 말라고 질문을 해 놓고 그걸로 몰아가는 거였다면 평어를 쓰니까 저 친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나랑 좀 다르구나, 어긋나 있구나라고 하는 것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래서 저 젊은 친구들의 의견도 들을 만하고 그런 면에서 믿음직스럽다고 해야 되나요? 어떤 대등한 입장이 되니까. 그런 관계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 김성회> 지금 가르치시는 과목은 어떤 거예요?

◆ 김진해> 과목은 의미의 탄생이라고 과목도 있고요. 그다음에 글쓰기, 주제연구라고 하는 그런 과목도 있고요. 책을 한 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럼 방송을 할 때도 평어를 쓰면 더 좋은 방송이 됩니까, 교수님.

◆ 김진해> 그건 이제 청취자들이 동의를 하시느냐 이게 기존의 질서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에 그 허무는 것에 대해서 서로 상호.

◇ 박재홍> 진 교수님의 얼굴로 동의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계신대.

◆ 진중권> 청취자, 동의하니?

◇ 박재홍> 청취자, 동의해? 이런 건가요?

◆ 김진해> 그러면 좋죠.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성회야까지 아니고 성회. 이렇게 하고. 중권, 이거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물어야 된다는 거죠?

◆ 김진해> 그렇습니다.

◇ 박재홍> 들으시는 청취자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피드백을 주시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반영을 해서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할 텐데.

◆ 김진해> 그런데 프로그램 이름은 모르는데 어떤 예능 프로 이런 데서 반말을 하지 않습니까? 교실 상황 정해 놓고.

◇ 박재홍> 야자타임이랑 다른 거잖아요.

◆ 김진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반말.

◆ 김성회> <아는 형님>.

◆ 김진해> <아는 형님>. 평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안 좋은 경험이 야자타임 때문에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야자타임은 항상 군기타임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보복, 응징, 이런 거 때문에 나보다 나이 많거나 좀 상급자에게 말을 놓는다라고 하는 것은 반대의 응징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런데.

◇ 박재홍> 끝나면 또 뒤끝이 있고.

◆ 김진해> 응어리가 생기고 그렇죠.

◆ 김성회> 저희는, 여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어르신이 좀. 부담스러워 하실 것이기 때문에.

◆ 진중권> 성회, 괜찮아.

◆ 김성회> 그럴 것 같은데.

◆ 진중권> 해봐. 요즘 말이죠. 야자타임 줬더니 진짜 빠져 가지고 말이지.

◇ 박재홍> 힘드셨구나. 그런데 이게 반말, 말씀하세요.

◆ 진중권> 우리 때는 야자타임을 줘도 못 썼는데 요즘 애들은 써, 그걸.

◇ 박재홍> 반말하는 것 자체가 어린 친구들의 경우에 상급자가 본인에게 반말을 할 경우에 또 기분 나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왜 반말하세요, 이렇게 해서. 그런 경우도 있어요. 일상생활 하다가 왜 반말해요? 그럴 수도 있어요, 사실은. 그러니까 이게 평어와 반말의 경계를 잘 넘어야 하고.

◆ 김진해> 평어라고 하는 게 지금 존재하는 질서에 대한 반박이자 그리고 목표 자체가 학생들한테 뭐랄까요, 배움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분열을 경험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전의 나랑 내가 접한 어떤 새로운 지식이든 앎이든 그것이 갈등을 일으키는 게 배움이 그렇게 형성이 되는 거고요. 그 순간에. 그래서 기존의 질서나 체계 아니면 장치,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도전해 본다 그거를 직접 경험해 본다라고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거를 그냥 50:50의 힘으로 볼 수는 없는 거죠. 당연히 이 강의실에서 하거나 아니면 저는 학생들이랑 강의실 밖에서도 하자. 그래서 복도에서 만나든 아니면 수업 끝난 다음에 길에서 만나든 문자를 보내든 메일을 보낼 때도 처음에는 존댓말로 어떻게 할까요, 이러면 이때도 하자 그렇게 해서 약속을 계속 확장시켜나가는 건데 왜 확장시키냐면 기존에 있는 질서라고 하는 것은 모든 걸 다 꽉 채우고 있기 때문에 매순간 약속을 해서 조금씩 이렇게 돌파해 나가야 되는 거거든요.

◆ 김성회> 혹시 교수님 개인적인 관계 안에서도 이런 평어 실험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 김진해> 없습니다. 처음 시도한 겁니다.

◆ 진중권> 원래는 독일 같은 경우에는 평어와 경어 차이가 우리는 위, 아래잖아요. 거기는 친소관계거든요. 저도 놀랐던 건 뭐냐 하면 아니, 세미나 끝나서 같이 술을 먹는데 학생이 교수한테 네가 말한 것처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친해진 거죠. 그래서 친해지면 경어에서 평어로 사용이 되고 군대 같은 조직에서도 형식적 관계잖아요. 공적 관계면 상관이 하급자한테도 경어를 써요. 우리랑은 좀 다른 거죠, 그런 부분이. 그런데 지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문제는 뭐냐 하면 쓰려고 하는데 불편해해요.

◆ 김성회> 제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처음에 영어가 잘 안 되니까 수업을 대학교 1, 2학년들이 듣는 수업을 영어로 가서 듣는데 제가 거기서 느꼈던 게 나이 차이도 여러 부류가 있는데 영어를 서로 쓰니까 거기는 존댓말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20살짜리가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이 교수한테 의견 표시하는 거랑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러니까 말하는 자체도 그렇고 그리고 아메리칸 아이돌이라고 유명한 서바이벌 게임이 있지 않습니까? 경기를 봐도 여기에 나오는 참가자들 우리나라 참가자들 이렇게 앞에 서서 평해 주는 사람이 평을 듣고만 있어요. 그런데 거기는 나는 좀 생각이 다른데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말하는 게 영어권은 그런 게 참 장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같이 존댓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는데 평어가 더 맞는 거군요.

◆ 김진해> 존댓말은 이미 대학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면 그게 학생들한테 충격적이지 않은 거라서.

◆ 진중권> 참, 그게 저는 이게 가면 갈수록 우리도 좀 그렇게 변해갈 거다, 평등하게 변해 갈 거라고 예상을 했거든요. 처음에 저는 돌아왔을 때만 해도. 왜냐하면 여기랑은 또 달라졌어요. 유학 끝나고 오니까 그랬는데 학생들 만나서 술을 마시거든요. 술을 마시는데 학생들이 술잔을 이렇게 옆으로 몸을 돌려서 마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 .

◇ 박재홍> 연세가 있으신. 생각보다 연세가 많으세요.

◆ 진중권> 우리 때는 교수랑 같이 술잔 마시고 맞담배를 피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우리 때는 교수님 비판도 하고 그랬는데.

◇ 박재홍> 한국에서?

◆ 진중권> 그래서 내가 그러지 말라고 편하게 마시라고 그랬더니 한다는 얘기가 뭔 줄 아세요? 이렇게 마시는 게 편하대요.

◇ 박재홍> 그게 편하다.

◆ 김성회> 작가님 25살 때 40살 먹은 교수님이랑 맞담배를 하신 거고.

◆ 진중권> 우리 때는 운동권이니까 기가 셌잖아요. 맞담배 피고.

◇ 박재홍> 그 기가 여전하신 것 같습니다. 라떼. 한판승부 함께하고 계시고요. 경희대학교 김진해 교수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대별로 쓰는 용어, 진 교수님도 그런 영역에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말과 언어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어를 쓰고 계시지만 교수님도 강의실 안에서 그런 차이를 느끼십니까?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

◆ 김진해> 당연하죠. 그리고 그게 차이가 없는 게 이상한 거고요.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한 거고. 다만 한국에서의 어떤 문제는 이 차이를 못 견뎌하는 겁니다.

◇ 박재홍> 못 견디죠.

◆ 김진해> 못 견뎌하는 것도 당연히 기성세대들이 못 견뎌하는 거고요. 차이가 없으면 정체된 사회잖아요. 그런데 우리 세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우리 세대를 보면 옛날에 젊은 사람들은 마수걸이 이런 말을 모르거든요.

◇ 박재홍> 마수걸이 모르나요?

◆ 김진해> 저도 어디 술집이나 이런 데 가서 내가 처음 마수걸이네 이러면 알바생이 어? 이래요. 이걸 몰라? 그러면 이제 설명해 주는 그러니까 그러면서 세대 간의 또 다른.

◇ 박재홍> 차이.

◆ 김진해>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고. 학생들 젊은 친구들 얘기하는 거 바프가 뭔지. 운동.

◆ 진중권> 줄임말이 왜 이렇게 많아요?

◆ 김진해> 그거는 어른들도 많이 합니다.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되는 게 다만 지금의 매체환경이 워낙 평평하게 돼버렸으니까 우리가 많이 접할 뿐이지 이전도 마찬가지로 줄임말은 기본입니다.

◆ 김성회> 그러니까 뭐지, '숏박스'라고 유튜버들 있잖아요. 그걸 보면 요즘 사람들이 말을 어떻게 하는지를 저는 그런 걸 보면서.

◇ 박재홍> 화요일 날 저희가 만납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 김성회> 배우게 되더라고요. 말투가 완전히 다른데. 처음 볼 때는 아예 절반 정도는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맥락으로만 이해를 하는데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도 재밌더라고요.

◆ 진중권> 말투만 다른 게 아니라 공감하는 부분하고 사람들이 거기서 열 받는 부분 그걸 캐치를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공감하는 얘기를 했는데 하나도 공감을 하지 못하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는데 거기서 막 열 받아, 특정 부분에. 이런 게 차이가 있더라고요.

◇ 박재홍> 그러니까 소통에 있어서 굉장히 그 부분은 서로 잘 이해할 필요가 있겠네요.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화가 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은. 그래서 정치와 말이 만나면 말의 전파성도 생기지 않습니까, 교수님? 요즘 보면 김장연대도 나오고 연포탕 얘기도 나오고 연대와 포용 탕평 이런 얘기도 나오고.

◆ 진중권> 탕탕탕도 나오고.

◇ 박재홍> 탕탕탕도 나오고. 탕탕탕은 요즘 한판승부에서 밀고 있는데. 정치와 말, 언어 이거는 요즘 통용되는 언어들의 행태를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 김진해> 저는 이렇게 새로운 어떤 상황에 대해서 새로운 표현, 비유든 직설적이든 새로운 표현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은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너무 부족하다 생각하는데요. 다만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신조어라고 하는 것이 뭐랄까요, 본인들이 당면한.

◇ 박재홍> 정치적 목적.

◆ 김진해> 그런 것에는 되게 민감하고 아주 순발력 있게 뭔가를 하는데 실제로 시민들이 맞닥뜨려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현실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는 새로운 말들을 잘 못 만듭니다. 도리어 젊은 친구들이 '헬조선'이나 '이생망'이든 '혼을 갈아 넣었다'거나 이런 말들을 만드는 건 이 사회를 여하튼 해석해서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낸 거잖아요. 그런데 정치인들은 무슨 말을 만들어냈습니까?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정치인의 언어라고 하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언어인데, 말인데. 그 말이라고 하는 것이 1시간, 2시간 설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한두 마디로 이 세계를 관통하는 말들을 국민들한테 딱 심어줘야 되는 건데 그게 희망이든 아니면 이 사회가 갖고 있는 병폐를 꿰뚫는 말이든.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을 좀 안 하는 것 같아요.

◆ 김성회> 이 시간에 자기들 얘기, 김장연대라든지.

◆ 진중권> 상대를 공격하는 말들을 주로 만들죠.

◆ 김진해> 그렇죠.

◇ 박재홍> 그러면서 우리의 정치 언어가 빈곤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김진해> 매우 빈곤합니다. 도리어 학자들 중에 김유리 교수 같은 경우는 한국사회를 야수 자본주의라고 한다든가 그러면 그 말이 아주 꽂히잖아요. 그래, 우리 사회 야수적이지.

◇ 박재홍> 피로 사회다.

◆ 김진해> 학벌 사회에 대해서 비판하고 연관 짓는 어느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스카이로 대표되는, 거기로 하나의 고속도로만 있는 병목현상이다. 그러니까 학벌 사회, 그래, 병목현상. 모든 학부모든 학생들이 다 거기로 향하고 있지. 그러니까 꽉 막혀 있네, 해결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최근에 제가 만든 말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지금 노조에 대해서 부패했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그런 칼럼 쓰면서 그랬어요. 노조는 부패한 게 아니라 부족한 거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이런 말들을 계속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조금 게으르지 않은가.

◆ 김성회> 옛날에 삼겹살 불판 갈 때 되지 않았냐 이런 말씀.

◆ 진중권> 그런 말 들어본 지 오래됐고 나는 '영끌'이라는 말 있잖아요. 거기서 확 꽂혔거든. 영혼까지. 그러니까 거기서 영혼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게 충격적이었고 확 와닿더라고요. 어떤 느낌인지.

◇ 박재홍> 마지막으로 설 연휴를 앞둔 차 안에서 이 방송 듣고 있는 어른들에게 교수님이 귀한 말씀을 주실 거예요. 질문 안 할 책임이라는 칼럼을 쓰셨어요. 명절 때 차라리 어른들이 아예 질문을 하지 마라. 질문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저는 공감했어요. 너 결혼은 언제 하니, 너 취직은 언제 하니?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죠, 교수님?

◆ 김진해> 네. 그런데 지금 우리, 질문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궁금한데.

◇ 박재홍> 궁금하죠.

◆ 김진해> 그런데 질문의 어떤 형식을 바꾸면 좋겠다.

◇ 박재홍> 질문의 형식 어떻게 바꿀까요?

◆ 김진해> 조금 열린 질문을 하면 되잖아요. 취미가 뭐니, 어떻게 지내? 혼자 사니? 어떠냐? 나는 혼자 안 살아봐서 궁금해. 이렇게 열린 질문을 하면 열린 질문이라는 건 상대방한테 생각할 여유나 아니면 답을 안 할 자유까지 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너 요즘 몇 등이냐? 애인은 있어?

◇ 박재홍> 몇 등이냐, 최악의 질문인데.

◆ 김진해> 그러면 갑갑한 거죠. 저희 아이들은 지금 학교를 안 다니거든요. 그런데 저희 형제들이 항상 물어요. 너 몇 학년이냐? 그럼 우리 애들이.

◇ 박재홍> 홈스쿨링 하시나 보네요.

◆ 김진해> 홈스쿨링 아니고 대안학교. 거기 학년에 그런 게 없으니까 스물 몇 살이 넘어가면 어느 대 다녀. 그러니까 다 이렇게 단답형의 질문을 하는 거니까.

◇ 박재홍> 열린 질문.

◆ 김진해> 그런 질문 말고 좀 열린 질문을 하고. 또 다른 제안을 드리면 본인의 문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마디 문장. 좋은 문장.

◇ 박재홍> 이를 테면.

◆ 김진해>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 그와 어떤 말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좌우한다. 너희들도 그런 걸로 잘 살아보자. 그런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그 말씀을 이 명절에 담고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을 주신 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진해 교수. 진해, 감사해요.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진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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