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차이나] 요즘 금값 비싸진 이유…봉쇄 풀린 중국인 ‘춘제 골드 러시’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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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홍콩 최대 주얼리 브랜드 초우타이푹(Chow Tai Fook 周大福 주대복) 매장.
이날 이 브랜드의 금 1g 가격은 537위안(약 9만8000원). 남성은 골드바 한 개 가격 5만3968.5위안(약 984만 원)을 중국 모바일 지불 서비스인 즈푸바오(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매장을 떠났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전달 대비 103만 온스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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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홍콩 최대 주얼리 브랜드 초우타이푹(Chow Tai Fook 周大福 주대복) 매장. 30대 초반의 한 남성이 다양한 무게와 디자인의 금 장신구를 살펴보다가, 토끼가 새겨진 무게 100.05g짜리 골드바(금괴)를 구매했다. 이날 이 브랜드의 금 1g 가격은 537위안(약 9만8000원). 남성은 골드바 한 개 가격 5만3968.5위안(약 984만 원)을 중국 모바일 지불 서비스인 즈푸바오(알리페이)로 결제하고 매장을 떠났다. 매장 직원 펑잉 씨는 “새해가 토끼의 해(계묘년)이기 때문에 춘제(春節·중국 음력설)를 앞두고 토끼나 복(福)자가 새겨진 골드바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초우타이푹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홍콩 주얼리 브랜드 초우상상(Chow Sang Sang 周生生 주생생) 매장.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손님이 많았다. 한 여성은 무게 31.25g짜리 순금 팔찌를 선택했다. 이날 이 브랜드에서 순금 1g 가격은 538위안에서 40위안 할인된 498위안(약 9만800원)으로, 팔찌 총 가격은 공임비 1480위안(약 27만 위안) 포함 1만7042.5위안(약 310만 원). 여성은 “춘제 때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드릴 선물”이라고 했다.
중국이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1월 21~27일)를 앞두고 금을 쓸어 담고 있다. 올해 춘제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터진 2019년 말 이후 이동 통제와 제약이 없어진 채 맞는 첫 연휴다. 14억 중국인 대다수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라 2020년 1월 춘제 때부터 지난해 춘제까지 3년간 고향 방문이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 방역 조치를 갑자기 없애버리면서 올해 춘제 연휴엔 자유롭게 고향에 갈 수 있게 됐다. 봉쇄와 격리가 사라진 세상이 열리자, 중국 전역에서 오랜만의 가족·친지 상봉을 앞두고 금 수요가 폭발했다. 전통적으로 춘제는 중국인이 금을 가장 많이 사는 기간이다. 귀금속 가게마다 골드바나 금 장신구를 사려는 소비자로 북적인다.
지난해 중국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 봉쇄 등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로 금 소비가 크게 위축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중국의 준정부 기관인 중국황금협회(CGA)의 19일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중국 금 소비량(구매량)은 1001톤으로 전년 대비 10.63% 감소했다. 골드바와 코인 구매가 17% 넘게 줄었고 금반지·금팔찌 등 골드 주얼리 구매도 8% 감소했다. CGA는 “2022년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골드 주얼리 소비가 강한 회복 흐름을 보였으나,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구매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 약세로 인한 높은 금 가격도 중국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금을 외면한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금협회(WGC)가 16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기준으로 지난해 금 가격은 10%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고조, 위안화 가치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안화 기준 금 가격이 비싼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중국 금 소비는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이 한 달 전 코로나 방역 조치를 폐기하며 전국적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세가 누그러지면 경기가 회복되며 금을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레이 지아 WGC 애널리스트는 “2022년 상반기 주요 도시 봉쇄로 경제 활동이 제한되고 중국 금 수요에 타격이 컸다”며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되면서 6월부터 금 도매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으나, 4분기 감염자 재급증으로 수요가 다시 꺾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 중단과 중국 정부의 소비 촉진 우선 방침으로 2023년엔 중국 경제 회복과 금 소비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WGC는 중국 금 시장에서 골드 주얼리가 금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GC는 지난해 12월 23일 낸 ‘2022 중국 골드 주얼리 마켓 인사이츠’ 보고서에서 중국 18개 성 59개 도시의 금 판매업체 49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자기만족용으로 금 장신구를 사는 ‘셀프 웨어(self-wear)’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20~30대 젊은 층에서 금융 자산으로서의 금 투자 열풍이 결합됐다. 액세서리로 착용했을 때 미적 아름다움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금의 가치 저장 역할이 함께 부각된 것이다. 여성 소비자 주도의 쉬코노미(sheconomy)의 대표적 제품으로 골드 주얼리가 꼽히는 배경이다. 경기 둔화로 저축 수요가 강해진 잠재 소비자들이 환금성이 강한 금 매입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
세계 최대 금 소비 국가인 중국에서 금 매입 수요가 다시 늘며, 국제 금 가격은 훌쩍 뛰었다. 1월 20일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1928달러로,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 두 달 전인 2022년 11월 23일 가격(온스당 1741달러) 대비 10% 이상 올랐다. 스위스 귀금속 트레이딩 서비스 기업 MKS PAMP는 올해 중국 춘제 연휴를 앞둔 시점의 금 가격이 예년 춘제 연휴를 앞뒀을 때보다 더 비싼 수준이라고 21일 밝혔다. 2019년 2월 초 춘제 연휴 전 금 가격은 온스당 약 1315달러, 2022년 2월 춘제 연휴 전 금 가격은 1794달러 수준이었다. 이 회사 애널리스트 니키 실스는 “중국 춘제 연휴 전 금 매입 러시로 현재 금 가격이 단기적으로 높은 상태라, 춘제 연휴가 끝나면 가격이 떨어질 거란 약세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적 상승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도 3년여 만에 금 매입에 나선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전달 대비 103만 온스 늘렸다.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확대한 것은 월간 기준 2019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금 보유량을 97만 온스 또 추가했다. 11~12월 두 달 연속 금을 사들이면서 인민은행 보유 금 보유량은 10월 말 6264만 온스에서 11월 말 6367만 온스, 12월 말 6464만 온스로 늘었다.
중국이 미국 달러화 위주로 갖고 있는 자산을 다각화하기 위해 금 보유량 확대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산에서 달러화 비중을 낮추려는 것이다. 미국과의 안보·경제 대립,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누르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그로 인한 국제 금융 시장 변동 확대와 경기 침체 불안 등을 고려한 행보란 해석이 나왔다. 중국이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만큼, 중국 내 금 소비 수요 충족을 위해 중앙은행이 금 사들이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앞으로 금 매입을 더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러시아에 이어 금 보유 규모가 세계 6번째로 큰 나라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국의 공식 대외 준비 자산(reserve asset) 규모는 외환보유액 3조1175억 달러를 포함해 3조2900억 달러인데, 대부분 미국 달러화로 이뤄졌다. 준비 자산 중 금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중국 국유 광산이나 국부 펀드, 다른 정부 기관 등이 갖고 있는 금 보유량까지 합치면 중국의 실제 금 보유 규모는 훨씬 클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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