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언제쯤 [대통령실 1층]
3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 이후
尹대통령 訪日 시점에 관심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기대
강제동원 해법 도출이 변수
대통령실 “상당한 의견 일치”
2월 방일 가능성도 열려 있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문재인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자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협력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 정세에서 동북아시아의 유이(有二)한 민주주의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한일 양국 간 밀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양국 정상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5년째 상대국에 방문하지 않고 있다.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訪日) 시점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 상반기 일본을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동행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해외 방문은 일본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과거사 등)현안 문제 해결과 (양국)관계 개선에 관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될 경우 11년 이상 중단된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도 복원될 전망이다.
일본 측 반응도 나쁘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기시다 총리가 주변에 “한국의 윤 대통령과는 대화가 통한다”고 이야기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과거 북한에 편향적이었던 이전 문재인 정권과는 달리 윤석열 정권과 함께라면 일·미·한 3국 연대가 가능하다고 미국과 일본 양쪽 모두 믿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선 올 5월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초청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각에선 이르면 2월 방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일 시기와 관련해 “(과거사 등)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예단하고 그 다음 단계를 논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이 ‘죽창가’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릴 정도로 악화했던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은 건 북한 때문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미일 3국 정상들은 지난해 11월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3각 연쇄 회담을 열었다.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 릴레이 회담을 개최한 건 2016년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한미일·미일·한일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린 지 6년 7개월만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한 뒤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 강화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한미일 3국을 한 자리에 모으게 하고, 2019년 12월 이후 3년 만의 공식 한일 정상회담도 성사시킨 것이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확정 배경에 대해 북한의 높아지는 도발 수위를 언급하면서 “양 정상 모두 한일 간에 긴밀한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성사된 30분 동안의 한일 정상 간 만남의 명칭을 놓고도 한국은 ‘약식 회담’, 일본은 ‘간담’ 등 표현차로 불편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도 “문제 될 일 없다”는 반응을 거듭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본의 재무장 행보에 대해 “한미일 간에 북핵 위협에 대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대처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도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방위비를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나.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변수는 과거사 문제다. 특히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양국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양국 정상의 외교 일정이 달려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 배상 관련 해결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 삼일절 대통령 경축사에 지난 광복절 경축사 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한국 정부가 배상 방식을 놓고 제 3자 변제 방식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크게 진전된 상태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수혜를 본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낸 기부금을 재단이 대신 피해자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2018년 대법원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양국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는데, 이를 좁히기 위한 우리 측의 전향적 제안이다.
다만 국내 여론 상황이 만만치 않다. 당장 야당은 “일본의 사과도 없이 우리 기업이 출연한 돈으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안을 맹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외교부의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일본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은 국민상식과 동떨어진 이런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국에서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 역시 일본 내 보수 강경파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서관급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문제는 정말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 지지율 10%포인트 떨어지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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