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줄 세뱃돈도 타버렸다”… 구룡마을 주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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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물난리도 나고 불도 났는데, 또."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20일 오전 발생한 화재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만난 구룡마을 주민 김모(73)씨는 세계일보 취재진에게 "(화재 당시) 신발도 못 신은 채 몸만 빠져나왔다"며 "며칠 전에 5만5000원짜리 가스통도 새로 들여놓고, 차례 음식거리도 장 봐놓고, 손주에게 줄 세뱃돈도 50만원을 뽑아뒀는데 다 타버렸다"고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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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가구 소실·500명 대피
“가족들 깨워 몸만 빠져나와”
강남구·SH, 이재민 거처 제공
따닥따닥 붙은 집 ‘떡솜’ 둘러
집 안 가연성 물질 불길 취약
2009년 이후 화재 최소 16건
“지난해 물난리도 나고 불도 났는데, 또….”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20일 오전 발생한 화재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명절을 준비하던 주민들은 차례용품은 물론, 집까지 송두리째 잃었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화재 신고를 한 김모(34)씨는 “처음엔 불이 커 보이지 않아 비상 소화전으로 불을 끄려 했는데 날이 추워 얼어 있었다”며 “다른 주민이 들고나온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을 땐 이미 불길을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 아버지도 “아들이 깨워 아내와 휴대폰, 반려견만 챙겨 나왔다”며 “대피 당시 가스통이 터지고 집은 완전 다 타버렸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잇단 화재와 수해로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구룡마을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날도 마을 입구에서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웠다. 구룡마을에 30년째 거주 중이라는 조모(77)씨는 “얼어 있던 소화전도 2∼3년 전 불이 난 뒤에 지어졌다”며 “주민들은 잦은 화재에 이주를 요구했지만 몇 년째 아무 조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강남구는 관내 호텔 한 곳에 이재민들이 설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주민들은 이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보유하고 있는 위례지구 내 임대주택으로 임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해서 우선 호텔로 이재민들을 안내했다”며 “설 연휴를 보낸 뒤 이재민들과 상의해 이주 시점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구룡마을 4지구 96가구 중 약 60가구가 소실되고 2700㎡가 불탄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 4·5·6지구에서 주민 약 500명이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으나 이재민은 43가구에서 60명 발생했다.
박유빈·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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