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섬으로 이뤄진 도시… ‘북쪽의 베니스’를 밟다 [박윤정의 HEJ! 스톡홀름]
2023. 1. 21. 08:02
건물 지나칠때마다 시선 끝엔 물 마주해
사계절 뚜렷한 날씨에 백야로 밤도 밝아
사람들 담요 덮고 야외 카페서 음료 즐겨
기술 혁신 신생기업 본거지 광고판 눈길
왕국 지나 작은 갤러리·매장들 발길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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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체크인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전날 코펜하겐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취소로 하루 늦게 스톡홀름에 도착했기에 호텔로 곧장 향한다. 체크인을 하며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지만, 혹시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지 묻는다. 다행스럽게도 1층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따로 준비해 주겠단다. 서둘러 객실로 들어가 짐을 풀고 호텔을 나설 채비를 마친 채 식당으로 들어선다. 직원 안내에 따라 창가 자리에 앉는다. 아침, 사실 점심 식사를 하며 하루 일정을 계획하고 여독을 푼다.
식당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젖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있지 않은데 빗방울 때문일까? 저 멀리 보이는 바다에는 살포시 안개가 끼어 있는 듯하지만 청량함이 전해진다. 키가 크고 금발이 아름다운 직원이 커피를 따른다. 전해지는 커피향을 즐기며 유난히 큰 키와 푸른 눈동자를 올려다본다. 귀에 들리는 익숙지 않은 언어! 국경선을 넘어왔음에도 덴마크인지 스웨덴인지 알 수가 없다. 사람들 외모와 들리는 언어로는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스칸디나비아어(Scandinavian languages)라고 불리는 북게르만어는 서노르드어(섬 노르드어)와 덴마크어·스웨덴어가 속하는 동노르드어(대륙 노르드어)로 크게 나뉜다고 한다.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는 어휘가 비슷하지만, 발음은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가 더 가깝다고 한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내의 방언들 차이가 국가 간의 표준언어 차이보다 더 크다고 하니 이것 또한 재미나다. 정치적 독립국으로 인정되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덴마크어로 분류하게 되었다고 하니 서로의 언어가 국경으로 나뉘었을 뿐 오랜 역사를 함께해 왔기에 이해 간격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광객으로서는 간혹 독일어에 가까운 발음이 귓가에 들릴 뿐이다.
스웨덴 여행은 일반적으로 초여름에 백야를 즐기고 겨울에 라플란드에서 오로라를 보며 토착민인 사미족 고향을 방문하는 북부 여행과 스톡홀름과 서쪽 광활한 숲을 방문하는 중부 여행,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의 휴가지인 욀란드(Oland)와 고틀란드(Gotland) 섬, 진보적인 도시 말뫼(Malmo), 서해안 예테보리시를 방문하는 남부 여행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이번 여행은 중부, 스톡홀름에서 머물기로 했다.
스톡홀름이 ‘북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택시에서 보았듯이 건물을 지나칠 때마다 시선이 닿는 끝자락에 물과 마주한다. 스웨덴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스톡홀름은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 여름엔 따뜻하고 밤은 거의 어두워지지 않으며 겨울은 상당히 춥고 눈이 내린다고 하지만, 오늘 날씨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택시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과 호텔에서 내려다본 거리 풍경은 계절을 알 수 없었다. 잎이 떨어진 나무는 가을 색을 버리고 겨울 준비를 하는 듯하고, 거리 관광객들은 아직 늦여름 휴가를 즐기는 듯하다. 도심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담요를 덮고 야외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음료를 즐긴다.
아침 식사를 핑계로 차려진 점심을 마치고 도시 구경에 나선다. 호텔 직원에게 지도를 얻어 걷기로 했다. 보도를 따라 거리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낀다. 디자인의 나라로만 알고 있던 도심 거리에서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기술 혁신의 신생 기업 본거지라 자랑하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 스톡홀름을 상징하듯 음악 스트리밍 회사 스포티파이(Spotify) 광고가 있다. 거리를 따라 걸으니 눈에 익은 한국어도 보인다. 원자력을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글이 오히려 낯설다.
거리를 걷고 다리를 건너 스톡홀름을 훑어본다.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과 역사적으로 매혹적인 왕궁을 지나 거리 자그마한 갤러리와 매장들을 지나친다. 조금 굵어지는 빗방울을 맞고 비를 피할 겸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으로 들어선다. 최고 셰프 요리를 경험해 보라며 안내받은 국립박물관의 레스토랑,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만든 레스토랑 장식이 궁금하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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