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의 경제통감]지난 가을 환율대란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여론독자부 2023. 1. 2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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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명예교수
한은 주변 '최종금리 3.5%' 언급에
시장에선 한미 금리차 커진다 판단
국내 금융기관 해외대출·투자 러시
지난해 9~10월 8% 가까이 치솟아
외환정책당국 금리 발언 신중해야
[서울경제]

2022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1340원에서 1440원으로 약 8% 오르면서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연초부터 꾸준히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9월 한 달 사이에 5.5%, 10월까지 두 달 사이에 8% 가까이 뛰어오른 것은 확실한 환율 대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원인은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거나 달러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2022년 9월과 10월 국제수지를 보면 경상수지에서는 25억 달러 흑자였고 증권 계정에서도 71억 달러 흑자였다. 합해서 96억 달러가 공급된 것이다. 반면에 수요 쪽에서 보면 직접투자에서 62억 달러가 유출됐고 파생상품에서도 35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 둘을 합하면 97억 달러다. 그러니까 경상수지 흑자와 증권 계정 흑자 합계 96억 달러 공급으로 직접투자 유출과 파생상품 유출 합계액 97억 달러를 메우기 충분했다.

2115A19 경제

문제는 기타 투자 계정에서 일어났다. 기타 투자 계정이란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일어나는 무역 신용이나 대출과 현금 예금 거래를 기록하는 계정이다. 9월과 10월 사이 기타 투자 계정에서 유출액, 즉 달러 수요는 230억 달러로 역대 최대급 규모다. 반면에 기타 투자 계정에서 달러 유입은 43억 달러에 불과해 187억 달러 부족 상태가 발생했다. 바로 이 기타 투자 계정에서의 급격한 달러 수요 때문에 9월과 10월 사이 원화 환율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9월과 10월 사이의 기타 투자 계정 달러 유출 수요 230억 달러는 내국 금융기관(주로 은행)의 해외 대출 115억 달러, 내국 기관(주로 은행)의 해외 예금 60억 달러, 그리고 외국 기관의 국내 대출 회수 55억 달러 때문에 발생했다. 규모로 보면 국내 금융 기관의 해외 대출(거의 다 단기 대출) 115억 달러가 가장 큰 달러 수요 원인이었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예치금 증가 60억 달러가 그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그리고 내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62억 달러도 달러 수요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결국 환율 대란을 일으킨 달러 수요 근본 원인은 ‘외국 투자자’의 국내 투자 자본 회수 때문이 아니라 ‘내국 금융기관’의 해외 대출 예금, 그리고 해외 직접투자에 있었던 것이다. 9월과 10월 사이의 공급 부족 금액 187억 달러 중 164억 달러는 한국은행의 비상 자금, 즉 외환보유액으로 메웠다. 한국은행의 비상 자금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나머지는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달러 유입, 즉 오차 및 누락의 유입 45억 달러로 조달했다. 230억 달러가 유출되던 기타 투자 계정이 11월 들어 달러 유입으로 급반전되고 직접투자와 파생상품 계정에서도 달러 유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서 환율 대란은 급속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외국인의 증권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한시적인 세제 혜택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환율 대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다면 9월과 10월에 걸쳐 내국인의 해외 대출과 해외 예금이 급증한 원인은 무엇인가.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결정적이었다고 판단된다. 미국이 거듭 자이언트스텝 인상을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최종 금리를 3.5%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한국은행 주변에서 여러 번 제기됐던 것도 환율 대란에 크게 작용했다. 한은을 비롯한 외환 정책 당국의 금리에 대한 신중한 발언이 환율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 셈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급증에 따른 환율 대란은 수습이 비교적 쉽다. 내국인의 해외 자본 유출을 실수요 원칙 강화 등 외환거래법 내에서 적절히 관리하면 안정될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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