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차 유행 와도 대응력 충분”… 격리기간 단축도 논의

송민섭 2023. 1.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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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스크’ 결정 배경·전망
‘실내 착용 의무’ 대만·이집트 등 소수
신규 확진·위중증·사망자 감소세 뚜렷
오미크론 변이 백신 효과 입증도 영향
학교·학원·유흥주점·공항 등 전면 해제
‘3密 우려 장소’ 세부 지침은 내주 안내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분 해제키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들어 고위험시설을 제외한 일상에서 마스크를 벗더라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유행세가 앞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신규 확진자가 3주 연속 감소하는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의료진 및 백신·치료제 확보 등 의료·방역 대응 역량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세가 꺾인 이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이집트 정도뿐이라는 점도 이번 마스크 착용 의무 부분해제의 한 요인이 됐다.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완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책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30일부터 대부분 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키로 한 것은 최근 3주 새 코로나19 유행이 확연하게 감소하고 있고 의료대응 역량 및 요양원 등 감염취약시설 동절기 추가접종률과 같은 세부 지표들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 발생은 3주째 감소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역시 최근 2주째 감소하고 있다. 4주 내 중환자 병상 가용 능력은 6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감염취약시설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지난 13일부터 기준치(60%)를 넘어섰다.

물론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XBB.1.5 변이와 중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발생, 유행해 중국발 입국자 등을 통해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방대본 본부장인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유행) 증가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국내외 유행 상황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여력을 고려하면 갑작스럽게 증가세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2가 백신의 효과성이 실증되고 있는 점도 방역 완화 자신감에 영향을 줬다. 방대본이 지난해 11∼12월 확진자 131만846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접종 후 확진되더라도 미접종자보다 중증 진행 위험이 93.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으로 학교와 학원, 유흥주점은 물론 경로당, 공항·기차역 대합실 등 대부분 시설에선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과태료 10만원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손 씻기, 환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의 지속적 실천을 당부했다. 지 청장은 “향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조정되더라도 마스크의 보호 효과 및 착용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법적 의무에서 ‘착용 권고’로 전환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30일부터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자율적 권고로 조정하고 학교 음악실 합창 등의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세부 지침을 27일까지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대부분 해제하지만 일선 부대 의무대 등 군 보건의료기관은 제외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될 때까지 신병교육기관 입영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2단계 조정’ 시점과 관련해 이날 ‘현재 심각 단계인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 주의로 하향되거나 코로나19 법정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될 때’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 자가격리 기간을 현행 7일에서 3일로 단축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 청장은 이날 “실내 마스크 의무 1단계 해제가 진행되면서 그런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 해제 이후, 그리고 국내에서 심각 단계가 경계나 주의 단계로 변경되면 격리 의무 해제를 전문가들과 같이 논의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결정을 발표한 20일 서울 중구 한 상가 출입문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날 정부는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이나 병원, 요양시설 등은 기존대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뉴스1
◆韓 누적 확진 세계 7위… 하루 30명꼴 숨져

20일은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3년이 지난 날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000만명에 육박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감염병과 기나긴 전쟁을 이어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995만5366명으로 3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월드오미터 집계에서 한국의 누적 확진자 규모는 미국, 인도,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일본에 이어 세계 7위다. 확진자가 집계되지 않는 중국은 순위에서 빠졌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실제 확진자는 누적 30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숨진 환자는 3만3134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감염병 사태가 시작됐다. 정부는 그해 2월22일 대구·경북·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것은 이로부터 20여일 지난 3월11일이다.
지난 3년간 국내에서는 7차례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찾아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62만1124명으로 일일 확진자 기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일일 사망자가 역대 최다인 469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정책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치명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확진자와 백신접종자가 증가하면서 우리 국민의 항체양성률은 99%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숨은 감염자 규모가 9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사례는 19.9%로, 10명 중 2명은 두 번 이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송민섭 선임기자,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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