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위스·중국, 글로벌 CDMO 각축전···삼바·론자·우시 3사 3색은?

김병준 기자 2023. 1.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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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P모건헬스케어 컨퍼런스
생산능력 1위 삼바, ADC등 모달리티 다변화
미국·중국 등 글로벌 CMO 공장 확보한 론자
론자, 7~8조 원 매출···삼바는 지난해 2조 원
CDMO에 연구(R) 더한 中 우시바이오로직스
"개발트렌드 감안하면 참신한 사업모델" 평도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인 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서울경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9~12일(현지 시간)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유치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선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총 출동해 고객사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중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굵직한 경쟁 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메인 트랙에서 발표를 이어갔다. 스위스의 론자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도 각자의 차별화된 사업 전략 등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현장에선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직접 위탁생산 문의가 이어지기도 하고, 경쟁사들의 사업 전략을 분석하는 등 불꽃 튀는 경쟁이 지속되는 양상이었다.

◇세계 최대 생산 역량의 삼성바이오로직스···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모달리티 다양화

11일(현지 시간) 메인 트랙에서 발표를 진행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세계 최대 생산 역량 뿐만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등 모달리티 다변화를 천명했다. 의약품 모달리티는 치료 수단 방식을 의미한다. 앞서 회사 측은 위탁개발(CDO) 부문에서 인간 항체와 유사한 비대칭 구조로 안정성과 결합력을 높인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 등을 구축했다. 항체의약품 뿐만 아니라 내년 초 ADC 생산을 목표로 하며 향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생산 역량까지 갖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세계 최대 생산 능력에 더해 모달리티까지 다변화하면서 빅파마들의 위탁생산(CMO) 수주를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제약사 뛰어든 ADC···뭐길래

ADC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을 붙여 다른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을 표적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대표적인 ADC는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암젠 등 빅파마들도 ADC 개발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사인 론자는 항체의약품 생산 설비는 물론 이미 ADC·CGT 생산 역량을 확보해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앤드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59억 달러이던 세계 ADC 시장은 지속 성장해 2026년에는 131억 달러(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존 림 사장은 “아직 전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ADC와 CGT는 미래가 유망한 분야”라며 “삼성의 경쟁력은 속도인 만큼 생산 설비를 최대한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1위인데···"제 2바이오 캠퍼스 조성 속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6월 연 24만ℓ 생산능력을 갖춘 ‘수퍼 플랜트’ 4공장을 완공한다. 4공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부분 가동에 들어간 바 있다. 부분 가동 기념식에선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참석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4공장이 완전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은 총 60만4000ℓ 로 전 세계 생산 능력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사업 시작 10년 만에 쟁쟁한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CDMO 생산능력 기준 1위를 굳힌 것이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 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이미 이 공장에서 생산할 물량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존 림 사장은 “현재 8개 고객사의 11개 제품에 대해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며 “추가로 26개 고객사와 34개 제품의 CMO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 2바이오 캠퍼스 구축 논의를 본격화한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청에 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및 차세대 의약품 기술 기업의 육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구축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수합병하면서, 에피스의 실적이 편입되면서 3분기 만에 2조 원의 매출을 넘겼다.

◇피에르-알랭 루피외 론자 CEO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모달리티 역량 달라”
피에르-알랭 루피외 론자 CEO. 론자 홈페이지

연간 7~8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론자의 CEO 피에르-알랭 루피외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사업 전략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4배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론자는 업계에서 사실상 CDMO 분야의 ‘1등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루피외 CEO가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현장에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을 필두로 회사 측의 임직원이 대거 참석하며 론자의 사업 전략을 분석하는 모양새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CDMO 시장에서 훨씬 이전부터 영역을 구축해온 것이 론자”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속도도 빠르지만 당분간은 론자를 따라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거점 확보···세포치료제, ADC, 메신저 리보핵산(mRNA) 모두 생산 가능

론자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장 전반에 생산 공장을 확보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루피외 CEO는 “론자는 미국·영국·중국 등 여러 국가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시설은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러 국가에 글로벌 거점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가 유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의 한 대표는 “세포치료제 CDMO가 가능하냐고 문의를 했다”며 “한국이면 거리가 가까운 중국 론자와 컨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모달리티 생산 역량을 확보한 것도 론자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항체약물접합체(ADC)·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세대 의약품 생산능력도 강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모더나와 계약을 맺고 mRNA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 백스’를 위탁 생산하기도 했다. 루피외 CEO는 “현재 상용화된 3개의 세포치료제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ADC의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CDMO?···우린 CRDMO" 연구 추가한 우시바이오로직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를 새로운 전략으로 소개했다. 위탁개발생산(CDMO) 개념에 ‘연구(Research)’를 추가한 것이다. 단순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넘어 후보 물질에 대한 연구와 임상 단계까지 지원하는 전략이다. 크리스 첸 우시바이오로직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CRDMO 사업으로 2021년과 지난해 100건 이상의 수주를 받았다”며 “올해 매출은 60% 가량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1조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상반기까지 약 1조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CDMO에 연구 지원까지 추가한 참신한 사업 모델"이라며 “바이오 개발 트렌드를 감안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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