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과 거리두기, 대공수사권엔 촉각…민주 ‘분리대응’, 왜? [이런정치]
與 대공수사권 이관 재고 움직임은 ‘단호 저지’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민주노총 ‘간첩단’ 의혹에 당 차원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신중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통상 이 같은 사건이 불거지면 ‘북풍’ 또는 ‘색깔론’ 공세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과거 민주당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간첩단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민주노총과의 껄끄러운 최근 관계, 그리고 섣불리 맞공을 펼쳤다가 돌아올 수 있는 역풍을 우려한 계산이라는 해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등 전국 10여 곳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남, 전북, 제주 시민단체 등으로 이어지던 대공 수사가 민주노총 ‘본진’으로까지 확대됐지만 민주당은 언어를 고르는 듯 신중한 움직임이다. 국내외 벌어지는 사건사고는 물론 노동계 이슈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란 관측이다.
이러한 배경은 일반적인 비리 또는 불법 사건이 아닌 ‘간첩’ 사건이라는 데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우리 당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만약 정말 간첩단이라는 것이 사실이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문재인 정권을 향한 색깔론 공격이 맞아 보이지만, 간첩사건은 국민들에게도 민감한 사건이다 보니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이수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방점은 ‘색깔론’ 반대 공세보다는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가리려는 얄팍한 수”라는 데 찍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를 적폐로 매도하며 좌표를 찍자 국정원과 경찰, 국토부가 몰매를 놓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사롭지 않다”며 “여당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시민사회까지 비판세력을 용납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가 사정정국을 넘어 공안 통치로 향한다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개별 의원들 차원에서도 국정원의 ‘양지’ 수사에 대한 성토는 이어지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국정원은 마치 카메라 앞에 서려고 준비한 모습이었다. 은밀하게 활동하는 국정원이 직접 신분을 밝히고, 국정원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고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어온 것”이라며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냐는 의심이 무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간첩 잡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 조심해야 한다. 온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면, 더 깊이 숨어드는 것이 간첩이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심지어 '기승전 전임정부 탓'이 등장한 것도 수상하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된 ‘국정원 개혁’으로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대공 수사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대공 수사 권한이 약해진 탓”으로 돌리자 반박한 것이다. 국회는 지난 2020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대공수사권은 오는 2024년 1월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 재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부 진보정당과 노동계 인사들을 포섭한 친북 간첩 세력이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공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사회 곳곳에 은닉하는 간첩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수십년간 축적된 간첩 수사 노하우를 가진 국정원의 손발이 묶이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있어야 한다. 그 조직은 바로 국정원”이라며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 재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문재인정부에서 간첩단 수사를 막거나 방치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적행위”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국가해체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국정원법을 복원시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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