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노인돌봄①]베이비부머 부양받을 10년 뒤, 이대로면 재앙 온다
기사내용 요약
베이비부머, 자녀 동거 희망 낮고 살던 집 거주 의향 높아
방문요양 등 장기요양보험 있지만…돌봄지원 턱없이 부족
요양시설 월 비용 50~200만원…자녀 수 적어 분담도 부담
"가족 안전망 해체, 사회 안전망 미흡…돌봄 인프라 절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2023년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70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이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부양을 받아야 할 10년 후엔 '재앙' 수준의 심각한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이비부머란 국내에선 6·25 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며 통상 1955~1963년생이 해당한다. 1955년생의 경우 2023년 기준 만으로 67~68세, 한국 나이로는 69세에 해당해 7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베이비부머가 아직은 젊은 은퇴자들인데 이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노인 돌봄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제가 아주 절실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돌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구조와 정서가 급속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와의 동거 희망률은 2011년 27.6%에서 2020년 12.8%로 감소했다. 이 기간 노인 단독 가구 비율은 68.1%에서 78.2%까지 늘었다.
반면에 자녀의 도움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은 높다. 2019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실태조사를 보면 노인의 88.6%는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겠다고 했고 절반이 넘는 57.6%는 거동이 불편해져도 현재 집에서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노인에게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국가적 시스템으로는 장기요양보험이 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개인이 집에서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 위원장은 "장기요양 제도가 있지만 돌봄 비용을 조금 줄여주는 효과에 불과하다"며 "돌봄 인프라도 대부분 민간이고 공공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돌봄은 양과 질 모두 무척 빈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기 위한 신청자가 58만677명인데 등급 판정이 완료된 52만5023명 중 48만4293명은 수급자로 인정됐고 약 7.8%인 4만730명은 지원을 받기 어려운 '등급외자'로 분류됐다.
그나마 수급자로 인정돼도 혜택이 많은 1~2등급을 받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총 101만9130명의 수급자 중 가장 많은 45만9316명이 4등급이었고 27만5820명이 3등급, 11만3842명이 5등급, 9만4233명이 2등급, 혜택이 가장 많은 1등급은 4만9946명으로 가장 적었다.
전체 수급자의 72.4%를 차지하고 있는 3~4등급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문요양 서비스가 평일 하루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사비를 들여 하루 8시간씩 이용을 하려면 한 달에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 기존의 노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 시설이라도 선택했지만, 산아 제한 정책을 경험한 베이비부머의 경우 자녀가 통상 1~2명에 불과해 경제적 부담을 분담할 가구원 수가 부족한 점에서 기존 노인과는 차이를 보인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평균 세대원 수는 2013년 2.5명에서 지속 감소해 2022년엔 2.17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4인 세대 이상 비율은 27.5%에서 17.8%로 약 10% 포인트(P) 감소했다.
요양원과 같은 요양 시설의 경우 장기요양 시설급여 등급인 1~2급을 받지 못하면 한 달에 약 150만원이 소요된다. 1~2급을 제외한 장기요양 재가급여 대상자가 시설급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보호자가 돌봄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이렇게 시설급여 등급을 받아도 한 달에 50~70만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한다.
요양병원비는 한 달에 100만원 내외인데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이 필요할 경우엔 비용이 더 올라간다. 지난해 9월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요양병원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 13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지불하고 있는 간병비는 월 50만원 이상~월 75만원 미만이 30.9%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월 25만원 이상~월 50만원 미만 24.2%, 월 100만원 이상 18.5%, 월 75만원 이상~월 100만원 미만 18.3%, 월 25만원 미만 8.1% 순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비와 간병비를 합하면 월 150~2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노인 돌봄의 문제는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도 한데 돌볼 사람과 비용을 댈 사람이 없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이렇게 노인 돌봄에 소요되는 노동력과 비용 발생이 장기화될 경우 가족 간 불화가 발생하고 심하면 간병 살인이나 고독사 등과 같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는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 안전망이 순식간에 해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회 안전망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만큼 빠르게 정착되지 않고 있다"며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돌봄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대로 간다면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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