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서 재개되는 '공안 수사'…"증거법 판례 쌓이나" 관심

류인선 기자 2023. 1.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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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공수사권 이양 앞두고 수사 능력 입증 전망

공안 수사 활발해지자 증거법 법리 발전 기대

일심회·왕재산·전교조 거치며 대법 판례 축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9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에 '공안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2023.01.19.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최근 국가정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법적 선례가 만들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거법 분야는 공안사건 판례를 통해 축적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공, 선거, 노동 사건 등을 '공안 사건'이라고 부른다. 대공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대표적이다. 선거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노동 사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들이 해당한다.

최근 'ㅎㄱㅎ'과 '자주통일 민중전위'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최근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외국에서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았다는 혐의로 별건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극적이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가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이양을 앞두고 수사 능력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보수 성향 정부 출범도 수사 재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증거법 분야 판례 발전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증거법 판례는 주로 공안사건에서 발전했다는 평가다. 영남위원회 사건,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1999년 9월 대법원은 영남위원회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에 관한 판단을 제시했다. 영남위원회 사건은 김대중 정부의 최대 공안사건으로 불리는 이적 사건이다. 부산·울산 지역의 운동권 인사 15명이 김정일 보위 투쟁을 했다는 혐의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컴퓨터 디스켓에 들어있는 문건을 진술서라고 봤다. 디스켓은 압수 후의 보관 및 출력 과정에서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법칙이 적용된다고 봤다. 작성자의 진정성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울=뉴시스]지난 2011년 8월2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왕재산 사건 수사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컴퓨터 디스켓에 들어있는 문건을 증거로 사용할 때 전문법칙 및 그 예외가 적용된다고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피고인 측은 디지털 증거의 위·변조 위험성도 주장했다. 대법원은 압수방법의 적정성 문제일 뿐이라고 보고 배척했다.

대법원은 2007년 12월 일심회 사건에서 압수된 정보저장 매체의 동일성에 관한 판례를 제시했다. 일심회 사건이란 총책 장민호(마이클 장)씨가 국가기밀을 북한에 누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일심회 사건을 통해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에서 출력된 문건은 원본에 저장된 문건과 동일성(변경되지 않음)이 확인돼야 하고, 이미징·하드카피한 경우에는 매체 간 사이에도 동일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법리(동일성 법리)가 제시됐다.

2013년에는 왕재산 간첩단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졌다. 왕재산은 단체명이다. 왕재산 구성원들은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지하당을 만든 뒤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왕재산 사건을 통해 원본과 하드카피·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값이 동일하다는 확인을 받는 것으로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하드카피·이미징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를 통해 밀봉됐다거나 해쉬값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무결성 법리도 제시했다. 압수물인 디스크 및 정보저장매체에 입력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을 증거로 사용하려면 정보저장매체의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2009년 6월1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민주주의 훼손 중단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그 사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재항고의 결과도 나왔다. 대법원은 전교조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한 사건에서 2011년 5월 영장 발부 사유인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선별해 압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장매체 자체의 압수 혹은 하드카피나 이미징의 방법에 의한 집행을 위해서는 집행이 현저하게 곤란하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유죄가 확정될 경우 타격이 큰 공안사건에서는 사실관계 뿐 아니라 증거관계까지 모두 다퉈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 변호인단이 꾸려지는 것 역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일심회 사건의 경우 변호사 37명이 참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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