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 뚫은 한국형 전투기, 레이더·미사일도 한국산 단다
최근 첫 초음속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순조로운 개발을 이어 나가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가 레이더와 미사일도 한국산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 업체들은 KF-21에 탑재될 각종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KF-21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주관하고 한국-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하는 4.5세대급 첨단 전투기로 총 사업비는 9조원에 가깝다. 지난 2021년 시제 1호기가 출고됐고, 지난해 7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 시제 1~3호기가 첫 시험비행에 연달아 성공했다.
지난 17일에는 시제 1호기가 최초로 음속(시속 약 1224㎞)을 돌파하는 초음속 비행에 성공하며 기체 안정성을 확인했다. KF-21의 목표 최고 속도는 마하 1.8(시속 약 2200㎞)이며 7.7톤(t)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게 된다. KF-21은 오는 2026년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KF-21에는 한화시스템이 국내 기술로 만든 능동형 위상배열(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가 장착된다. 기존의 비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는 동일한 주파수를 가진 전파만 발사할 수 있지만, AESA 레이더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발사할 수 있어 레이더 추적 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훨씬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또 기존 기계식 레이더가 안테나의 물리적 회전을 통해 주변 사물을 탐지한다면, AESA는 레이더 전면부에 고정된 약 1000개의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빠른 빔 조향이 가능하다. 따라서 보다 넓은 영역을 탐지하고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다수의 표적과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다고 한화시스템은 설명했다.
AESA 레이더는 미국·영국·프랑스·스웨덴·이스라엘 등 일부 선진국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개발이 어려운 최첨단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기술로 세계 12번째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현재 AESA 레이더 시제품은 KF-21 시제기에 달려 시험 비행을 거치며 각종 데이터를 쌓고 있고, 완제품은 KF-21 개발 완료와 동시에 양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한화시스템은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도 자체 개발해 KF-21에 공급하고 있다.
KF-21에 장착될 무장도 국내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한국판 타우러스’로 불리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대표적이다. 방위사업청은 2028년까지 약 1900억원을 투입해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체계 개발에 착수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 공대지미사일은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첫 공중 발사 미사일로, 수백㎞ 떨어진 지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그간 국내에서 해성, 비룡 등 해상 발사 유도무기와 천궁·비궁 등 지상 발사 유도무기는 개발을 마치고 운용되고 있었으나, 공중 발사 유도탄은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었다. 공중 발사 유도탄에 필요한 항공기 안전 장착 및 분리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9년~2021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하에 장거리공대지유도탄 탐색개발이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도 공중발사 유도탄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F-15K 전투기는 독일·스웨덴 합작사인 타우러스시스템즈가 만든 타우러스(TAURUS) 공대지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새로 개발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도 350~500km의 비행 거리를 가져 타우러스 미사일 급의 성능을 낼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방산 등 업체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시제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KF-21의 핵심 무장인 ‘한국판 타우러스’가 개발되면 향후 수출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방사청은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개발이 완료되면 유도탄 수출, 항공 유도무기 개발 촉진 등의 효과와 함께 KF-21 전투기의 수출 경쟁력 상승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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