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곧 마주할 혜성 C2022E3처럼”[설특집 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3. 1.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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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에서 윤하라는 블랙홀에 모두가 빨려 들어갔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경계를 뜻한다. 쉽게 말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단어가 갖고 있는 본래의 뜻대로 윤하의 노래 ‘사건의 지평선’ 에선 많은 사람이 윤하의 매력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시작점이 됐다.

지난 3월 발표된 ‘사건의 지평선’은 7개월 뒤 음원 차트에 등장해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며 열풍을 몰고 왔다. 지난해 연말 가장 ‘핫’한 가수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윤하는 새해에도 역시 그 기운을 이어갈 전망이다.

윤하는 “인기 욕심 없이 작업한 앨범인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되어 놀랍고 감사하고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하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지평선’의 탄생부터 데뷔 17년 된 가수로서 새해를 맞는 각오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년 하나의 사건이 된 ‘사건의 지평선’


‘사건의 지평선’은 좋았던 날의 안녕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을 담고 있다. 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는 대중들에게 찰떡처럼 와닿을 내용이다. 가슴 아프면서도 아련한 내용을 표현한 은유적인 가사와 웅장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멜로디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애당초 리패키지 앨범을 염두하고 작업했지만, 처음 계획에서 수록하고자 했던 기존 작업물 외에 새로운 곡을 작업하고 싶어져서 제주로 내려갔고 그 2주 동안 나온 결과물이 ‘사건의 지평선’이에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개념이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 신화를 쓴 건, 지난해 가을 여러 대학 축제 무대에 오른 윤하의 라이브 영상이 화제가 돼 입소문을 타면서다. 한 마디로 MZ세대와 유튜브 알고리즘의 ‘픽’을 받은 셈. 그 이유를 묻는 말에 윤하는 “솔직히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제 앨범 대다수가 발매 직후 보다 그 이후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되는 일이 많았지만, 이번 성과는 이례적이라고 느낄 만큼 강력했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요즘 유튜브 ‘쇼츠’에서 록 베이스의 노래들이 사랑받다 보니 익숙하게 느껴진 게 아닐까요? 알고리즘 픽은 ‘블랙홀’이 대세여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한데 그 또한 저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고요, 모르겠습니다.(웃음) 사실 이런 성과는 저로서는 행복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2023년도 늘 궤도를 도는 혜성처럼


윤하가 우주를 노래한 것은 ‘사건의 지평선’ 뿐만이 아니다. ‘천문학 가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같은 앨범에는 ‘오르트구름’ ‘살별’ ‘별의 조각’ ‘블랙홀’ 등 천문학 소재의 곡이나, ‘6년 230일’처럼 기후와 관련된 노래도 실렸다. 윤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나를 별의 이야기로 이끌었다”는 의외의 비화를 밝혔다.

“팬데믹 기간 동안 나의 쓸모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 제일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일도 없고 하니 이따금 하늘을 보게 됐고 점점 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기사나 책, 사람들과의 대화나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고 있는데, 요즘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생각의 양을 늘리고 끊임없이 사고하고 토론하며 진실을 가려내려고 합니다.”

지난달 각종 시상식 출연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 가운데 다녀온 북극 여행의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북극 여행은요, 오로라가 환상적이었고 그런 광경을 보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 또한 환상적이었어요. 영하 30도의 추위에 속눈썹과 콧속이 얼어버리는 경험, 현지에 일곱 손자 손녀를 둔 아일랜드 출신의 할아버지와 어학연수 중 혼자서 오로라를 보러 온 대학생 친구와의 대화 같은 일상에서 하지 못한 경험들이 좋았습니다.”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너머 문을 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윤하. 올해 데뷔 17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전국투어 지방 공연과 앙코르 서울 콘서트 등 활발한 행보가 예정돼 있다. ‘역주행 신화’ 덕에 쉴 틈 없이 바쁜 연말을 보낸 만큼, 설 연휴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잠시 쉬어간다. 그리고 새해에도 늘 궤도를 돌고 있는 혜성처럼 계속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곧 지구와 마주하게 될 혜성 C2022E3처럼, 혜성은 언제나 궤도를 돌고 있어요. 다만 생명체로부터 관측되는 기회가 많이 없을 뿐이죠. 어떤 대상이건 누군가 발견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무엇이 되었든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해는 더욱 많은 분으로부터 발견될 수 있었던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역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설에는 그간 챙기지 못한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해요. 다른 모든 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설 맞이하시길 바라고요, 이후에는 저와 공연으로 만나요!”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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