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공개하는 ‘올해의 음반’ [음란서생]

배순탁 2023. 1. 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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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지났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대표 음악 시상식은 열리지도 않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상은 현재 격렬한 회의를 통해 후보 선정 과정을 거치고 있고, 그래미 시상식은 오는 2월5일 개최될 예정이다.

더 늦기 전에 2022년 결산을 진행해보려 한다.

슈게이징이란, 노이즈를 통해 소리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듯한 음악을 추구하는 장르로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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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의 음란서생] 늦었지만 지난 한 해를 정리하며 국내에서 발매된 앨범 네 장을 꼽았다. ‘무엇보다 탁월’하고, ‘단연 톱’이다.
부부이자 듀오 뮤지션인 선과영.ⓒ오소리웍스 제공

2022년이 지났지만 한 해를 정리하는 대표 음악 시상식은 열리지도 않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상은 현재 격렬한 회의를 통해 후보 선정 과정을 거치고 있고, 그래미 시상식은 오는 2월5일 개최될 예정이다. 더 늦기 전에 2022년 결산을 진행해보려 한다. 국내 한정으로 앨범 네 장을 꼽았고, 추천곡을 덧붙여 적었다. 지면을 통해 다룬 가수나 뮤지션은 제외했음을 밝힌다. 내가 사랑하는 허클베리핀과 검정치마, 250 등이 없는 이유다.

TRPP 〈히어 투 스테이(Here to stay)〉

슈게이징(Shoegazing)은 최근 인디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흐름이다. 슈게이징이란, 노이즈를 통해 소리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듯한 음악을 추구하는 장르로 1980년대 중반 영국에서 처음 형성되었다. 장르명처럼 ‘구두를 보고 연주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미 여러 훌륭한 관련 음반들이 발표되었지만 그중 TRPP의 〈히어 투 스테이〉는 국내 슈게이징 신이 길어 올린 인상적인 순간들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하다. 첫 곡 ‘히어 투 스테이’를 듣고 “이거다” 싶으면 쭉 감상하길 권한다. 노이즈가 사방을 향해 번지고 퍼지는 속에서 대중적인 라인을 뽑아내는 솜씨가 무엇보다 탁월하다.

송영주 〈애트머스피어(Atmosphere)〉

어느덧 10집이다. 그 오랜 시간 송영주의 연주는 우리의 기대를 배반한 적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디스코그래피가 쌓이는 와중에도 그가 척박한 재즈 환경에 절망하기는커녕 갈수록 더 깊이 있는 연주를 일궈냈다는 점이다. 어쩌면 송영주 최고작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연주 앙상블이 황홀하다. 그래서일까. 첫 곡의 제목을 왜 ‘어 뉴 비기닝(A New Beginning)’으로 지었는지 감상하고 나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타이틀 ‘애트머스피어’는 내가 지난해 들은 재즈 연주들 중 단연 톱이다.

선과영 〈밤과 낮〉

선과영은 복태와 한군으로 이뤄진 듀오다. 둘은 부부이자 음악적 파트너다. 지난 10년간 함께 활동해왔지만 이 앨범은 그들이 선과영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음반이기도 하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첫 곡 ‘더 이상’과 이어지는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을 듣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뭐랄까. 그런 음악이 있다. 함께 듣기보다는 홀로 감상해야 듣는 이의 마음에 더 깊이 스며드는 음악. 두 뮤지션의 하루를 관조적으로 담아낸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의 뮤직비디오도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글렌체크 〈블리치(Bleach)〉

감각적인 일렉트로닉과 강렬한 록을 두루 아우르는 비트가 있다. 여기에 더해 단번에 귀를 잡아끄는 훅이 있다. 앨범에서 글렌체크는 절묘한 구성으로 곡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때가 되었다 싶으면 직선으로 내달리면서 쾌감을 끌어올린다. 만약 당신이 일렉트로닉 팬이라면 이 음반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록을 아끼는 팬이라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속담을 쉽게 쓰는 경향이 있다. 기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글렌체크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경지다. 딱 하나만 고르기로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이브 베이비, 다이브(Dive Baby, Dive)’부터 플레이하기 바란다. 앞서 말한 음악적 핵심이 응축되어 있는 곡인 까닭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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