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우리밖에 없죠”…막걸리 빠져 대학원까지 간 청년 [인터뷰]
전통주 산업 뛰어든 1988년생
“속도 조절이 술 발효의 미학”
지평주조 연구소 춘천공장 품질보증팀에서 발효와 제국 공정 관리를 맡고 있는 이재연 주도(사원)는 매경닷컴과 인터뷰에서 막걸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거 우리네 선조들은 물론, 오늘날 서민들의 삶까지 위로해주는 맛을 내려면 수많은 노력과 공이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의구심은 이내 사라졌다. 막걸리 제조 공정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열정과 단단한 애정이 느껴졌다. 발효 공정을 공부하고 싶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는 그는 분명 ‘명인(名人)’이었다.
처음부터 막걸리를 공부하려던 건 아니었다. 이 주도는 원래 역사학도였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국사학을 부전공으로 택했다는 그는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과거만 공부한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고 회상했다.
이 주도는 “살아서 날뛰는, 생기 있는 걸 해보고 싶었다. 그중에서 또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음료를 택했다”며 “세계적으로 특이하다고 할 만한 건 바로 우리나라 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주도가 말한 ‘생기’는 미생물(효모) 이야기다. 막걸리는 곰팡이를 키워낸 뒤 이를 이용해 전분을 당으로 바꾸고, 또 그 당을 효모가 소모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때 당이 만들어지는 속도, 그리고 효모가 당분을 소모하는 속도가 맞아야 알코올 성분이 잘 발효된다.
이 주도는 “당도가 너무 올라 술이 이상 발효되는 ‘감패(甘敗)’, 산도가 너무 올라가 이상 발효되는 ‘산패(酸敗)’가 있다”며 “속도 조절이 동양술 발효의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효모가 활동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원재료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평주조에 따르면 이 주도는 과거에도 곡물산화취와 제품 내 이물 등을 사전에 발견해 품질 향상에 중점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며 어른들이 놀리듯 주신 막걸리를 곧잘 맛봤다는 그가 이제는 전국 각지에 공급되는 지평막걸리를 책임지는 셈이다.
이 주도는 “개인적으로는 막걸리의 ‘막 거르다’라는 말에서 ‘막’이 대충 걸렀다는 게 아니라 ‘이제 막’ 걸러서 바로 먹는, 신선함이 엄청 살아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형분이 입에서 느껴질 정도로 거칠거나 미세한 정도도 여과하는 방식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그런 것에 매력이 있다”며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저희와 비슷한 양조 방식의 탁주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주도 같은 이들이 늘 공을 들인 덕분일까. 지평주조의 지난해 매출은 44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전 해 매출보다 10%가량 오른 것인데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매출은 2억원 수준이었다.
이 주도는 지난 2021년 국세청 주류분석센터 교육을 이수한 데 이어 지난해 제국 교육과 일본 사케소믈리에 교육을 이수했다. 올해는 전통주소믈리에와 와인소믈리에, 일본 양조장 탐방 등에 도전해보려 한다. 우리 술에 적용할 수 있는 문화 기술을 적극 배워보겠다는 것이다.
이 주도는 “최대한 신선한 맛을 끌어내기 위해 발효를 중간에 좀 남겨두고 제품을 내보내고 있다. 그렇게 하면 청량감, 탄산감, 원료의 맛이 최대한 살아나는 술(이 된다)”며 “지평막걸리를 맛보시면 그 장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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