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날씨100년] ① 하루 420㎜ 물폭탄, 초속 60m 강풍…37.5도 폭염도
[※ 편집자 주 = 제주지방기상청이 올해로 설립 100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이상 같은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기상 관측이 이뤄진 곳은 부산, 서울에 이어 제주가 3번째입니다. 지난 100년의 날씨는 제주도민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도 날씨는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지난 100년간의 기상관측 기록과 제주기상청이 발간한 '제주 역사·문화와 함께 하는 제주기상 100년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주 날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할 때, 중심기압이나 풍속 등 기상예보 상의 수치만으로는 실감하기 어려운 태풍의 위력은 곧 제주도에 몰아치는 비바람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한여름이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남녘 따뜻한 섬으로 여겨지는 겨울에는 간혹 불어닥친 한파에 온 섬이 얼어붙기도 한다.
1923년부터 100년간 기상관측이 이뤄진 제주(제주기상청) 지점의 기상 기록 순위값을 되짚어본다.
하루 420㎜ 물폭탄…일 강수량 1∼5위 모두 '태풍' 탓
제주 지점의 일 강수량 역대 순위는 1위 420㎜(2007년 9월 16일), 2위 310㎜(2018년 10월 5일), 3위 301.2㎜(1927년 9월 11일), 4위 299㎜(2011년 8월 7일), 5위 281.7㎜(1927년 8월 4일) 순이다.
모두 태풍이 세운 기록이다.
제주에 하루 동안 비가 가장 많이 내린 2007년 9월 16일은 역대 제주에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 '나리'가 덮친 날이다.
당시 제주에는 하루 420㎜의 비가 퍼부었다. 물 빠짐이 좋은 지질 구조상 홍수 걱정이 적었던 제주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물난리가 나 13명이 목숨을 잃고, 1천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위를 기록한 2018년 10월 5일에는 흔치 않은 10월 태풍 '콩레이'가 나리에 버금가는 비를 몰고 왔다.
그러나 단시간에 폭우가 집중됐던 나리 때와 달리 온종일 비가 내렸고, 폭우에 하천 수위가 올라가자 저류지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면서 물난리는 피할 수 있었다.
4위인 2011년 8월 7일은 태풍 '무이파'가 제주를 덮친 날이다. 이때도 물폭탄이 퍼부었으나 저류지 수문을 열어 수해를 줄일 수 있었다.
3위와 5위는 둘 다 1927년 여름에 기록됐다.
제주기상청이 발간한 제주역사문화와 함께 하는 제주기상 100년사에 따르면 1927년 9월 10∼14일 태풍 영향으로 비바람이 몰아쳤고, 이보다 약 한 달 전인 1927년 8월에도 태풍 영향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때의 홍수로 인해 곡선으로 약 200m를 회류하던 산지천 물줄기가 거의 직선으로 바뀌었고, 제주성 안팎을 이어주던 산지천 홍예교도 무너졌다.
1927년의 물난리는 '산지천 대홍수'라고 불리며 두고두고 회자됐다.
여름∼가을 제주섬 할퀸 강풍…태풍 영향
바람·돌·여자가 많다는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제주에서는 기록적인 강풍이 종종 관측된다.
제주 지점의 일 최대순간풍속 기록은 1위 초속 60m(2003년 9월 12일), 2위 47m(2016년 10월 5일), 3위 45.9m(1959년 9월 17일), 4위 41.6m(1986년 8월 28일), 5위 41.5m(1972년 7월 26일) 순이다.
강풍 기록 역시 모두 태풍 영향으로 쓰였다.
가장 강한 바람이 관측된 2003년 9월 12일은 태풍 '매미'가 제주를 강타한 날이다.
초속 60m는 당시 기준으로 국내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한 바람이었다. 그 이후 2006년 10월 23일 강원 속초에서 역대 가장 강한 바람인 초속 63.7m가 관측됐다.
매미 내습으로 제주에서는 2명이 숨지고 48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도 발생하는 등 큰 생채기가 남았다.
2위는 흔치 않은 10월 태풍 '차바'가 제주를 덮쳤던 날 기록됐다.
강한 바람에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해 양식장 대규모 폐사가 속출하고, 정수장도 정전돼 물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박 중이던 선박들이 전복되거나 침몰하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풍력발전기 날개가 부러지는 등 시설물 피해도 속출했다.
3위는 60여년 전 제주를 비롯해 전국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태풍 '사라' 때 기록됐다.
당시 제주에서는 사망 11명, 부상 10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도 25억여원에 달했다.
이어 4위는 태풍 '베라', 5위는 태풍 '리타' 내습 당시 기록됐다.
한여름 '37.5도 무더위', 40여년 전 '영하 6도 강추위'
제주 지점의 일 최고기온 기록은 1위 37.5도(2022년 8월 10일), 2위 37.5도(1942년 7월 25일), 3위 37.4도(1998년 8월 15일), 4위 37.2도(1998년 8월 11일), 5위 37도(2017년 7월 21일) 순이다.
1위 기록은 지난해 여름에 쓰였다. 당시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푄현상이 나타나고, 낮 동안 강한 일사가 더해지면서 한라산 북쪽 지역에서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 지점의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일수는 28일, 열대야 일수는 56일로 각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제주는 내륙에 비하면 폭염은 심한 편은 아니지만, 대신 밤이 돼도 더위가 좀처럼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극심하다.
이는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륙지역과 비교하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내륙보다 최고기온은 낮지만 최저기온은 높게 나타나며 일교차가 작다.
제주 지점의 일 최저기온 기록은 1위 -6도(1977년 2월 16일), 2위 -5.9도(1977년 2월 15일), 3위 -5.8도(2016년 1월 24일), 4위 -5.7도(1931년 1월 10일), 5위 -5.1도(1981년 2월 26일) 순이다.
역대 가장 추웠던 날로 기록된 1977년 2월 16일 당시 제주신문에는 '50여년래 최악의 한파…섬 전체 고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육·해상 교통이 완전히 두절되고, 수도관이 얼고, 학교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날 제주 외 기상관측이 이뤄지던 다른 지점도 일 최저기온이 서귀포 -6.3도, 성산 -6.4도 등 당시 기준으로는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3위 기록인 -5.8도는 2016년 1월 제주도 전역에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로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이 장시간 중단되면서 수만 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던 초유의 사태 당시 세워졌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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